기적을 일으키는 꿈

그림책이 건네는 세상살이 이야기13- <내 꿈은 기적>

등록 2015.06.11 11:47수정 2015.06.11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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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뱃속에서 세상 밖으로 드디어 태어난 아이가 어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서부터 생을 다하고 자연으로 다시 돌아갈 때까지 줄곧 듣는 질문 중 삶에 대해 가장 진지한 질문이지만 가장 흔하게 던져지는 질문은 무엇일까요? 바로 "무엇이 되고 싶니?"라는 질문입니다. 이 질문은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다른 모양으로 표현되곤 합니다.
내 꿈은 기적
내 꿈은 기적 바람의아이들
어른들 생각에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아이들은 아직 직업에 대한 편견이 없다고 여기기 때문에 질문의 의도를 뭘 좋아하는 지에 맞추게 됩니다. 그래서 "이 다음에 커서 뭐가 되고 싶니?"라고 가볍게 질문합니다.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 아이들은 '직업'이라는 것을 알게 되지요. 어른들은 세상이 인정하는 좋은 직업을 가졌으면 하며 "내 꿈은 뭐니?"라고 아이들에게 묻습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저마다의 이유를 말하며 되고 싶은 직업군을 찾아낼 것입니다.


청년 실업 시대에 취업 준비생들이 가장 많이 들어야하는 질문은 "어디 취직 할 거니?"입니다. 취직이 인생의 전부 인 양, 버젓한 직장이 없으면 평생 고개를 숙이고 살아야 하는 양 청년들은 소중한 시간을 모두 좋은 직업 찾기에 써버립니다. 그렇게 평생 열심히 돈벌이하다 은퇴한 사람들이 듣는 질문은 또 어떻게 변할까요? "뭐 해먹고 살 건데요?"일 것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늘 어떻게 사는가 보다는 무엇을 하며 사는가에 목적을 두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살아가면서 '무엇'보다는 '어떻게' 사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을 종종 느끼지요. 멋진 직업을 가지고 돈을 엄청나게 번다 한들 잘못된 방법으로 부정부패를 일삼는다면 결국 법의 심판을 받고, 공사장 막일을 하며 살아도 다른 사람의 아픔을 이해하고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면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지요.

<내 꿈은 기적>은 우리 삶의 기준이 '어떻게'여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책장을 펴면 이야기는 개구쟁이 같이 생긴 남자 아이의 독백으로 시작됩니다.

"이 담에 커서 뭐가 되고 싶니? 사람들은 이런 걸 너무 많이 물어본다. 검사, 판사, 의사, 변호사. 나는 아무렇게나 대답한다. 나도 잘 모르겠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한 꼬맹이가 다음 장을 넘기면 드디어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하고 싶다는 것들이...


아이는 아침마다 내가 일어나는 시간에 해가 뜨게 하고 싶고, 바다를 뒤흔들어 파도들의 멋진 합창을 듣고 싶고, 레모네이드 한 잔을 아픈 사람들을 다 낫게 해주고 싶고, 죽은 사람들이 살아나서 운동을 할 수 있게 해주고 싶다고 합니다.

나한테 잘못한 나쁜 사람들을 다 용서하려고 노력하고, 경찰이 일을 열심히 해서 옳지 않은 일이 없어지게 하고, 빗발치는 돌멩이를 멈추어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오게 하고, 고자질쟁이는 혼내주고, 마술쇼에 나가서 멋진 묘기를 보여주는 것이고요.


비밀이란 비밀은 다 알아내서 억울한 일이 없어지게 하고 싶고, 엄청 커다란 빵으로 배고픈 사람들이 나눠먹게 하고, 전설적인 옷을 헐벗은 아이들에게 나눠 줄 거랍니다. 분노의 불길을 꺼버리고 홍수의 물길도 멈추고 해가 길어지고 인생도 길어지게 할 거랍니다. 근심과 불행은 다 없어지게 하고 세상을 지혜로 채울 거라고 합니다. 그리고는 이 많은 것을 한다고 하고 보니 좀 힘들다 싶었던 모양입니다. 자기의 꿈을 정리해줍니다.

 "그러니까 내가 이담에 커서 뭐가 되고 싶은 거냐면 신이 되고 싶은 거다. 세상을 지금보다 좀 낫게 만들기 위해서."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그러려면... 우선 책 읽는 거부터 배워야 할 거 같다."

신이 되려고 하는 이 발칙한 아이의 소원은 얼핏 보면 이룰 수 없는 어린 아이의 호기 넘치는  헛된 꿈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모두 우리가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가능한 꿈입니다.

굳이 '신'이 되지 않아도 말입니다. 신이 모든 아이들을 키울 수 없어 세상에 엄마를 보냈다는 말처럼, 하나님의 형상대로 인간을 만들었다는 성경의 말처럼 비록 신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로 보일지라도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여기에 있습니다. 

아침마다 내가 일어나는 시간에 해가 뜨게 하고 싶다면 내가 아침형 인간이 되어 열심히 해를 맞이 하면 될 일입니다. 바다를 뒤흔들어 파도들의 멋진 합창을 듣고 싶다면 파도 소리 같은 음악을 들으면 될입니다. 레모네이드 한 잔으로 아픈 사람들을 다 낫게 해주고 싶다면 의사가 되어 쉽고 빠르게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을 만들면 될 것입니다.

죽은 사람들이 살아나서 운동을 할 수 있게 는 못하겠지만 먼저 간 사람들을 기억하는, 그래서 그들이 우리 속에 영원히 살아가게 하는 일을 하면 될 것입니다. 용서와 평화, 진실함과 즐거움, 정의, 나눔, 오래 참음, 지혜... 이런 것들은 나의 노력으로 만들어 가면 될 일입니다.

물론 나 한 사람의 노력으로 세상은 변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세상은 신의 통치 아래 있는 것처럼 점점 더 행복해질 것입니다.  아이는 신이 되기 위해 먼저 책 읽는 법을 배워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 합니다. 삶의 진리입니다. 내가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사람이 되려면 타인의 충고에, 타인의 경험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 되어야지요.

기적을 일으키고 싶은, 신이 되고 싶은 꼬맹이의 꿈 얘기에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꼬맹이도 아는 삶의 진리를 우리는 왜 자주 잊고 사는지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내 꿈은 기적

수지 모건스턴 지음, 최윤정 옮김, 첸 지앙 홍 그림,
바람의아이들, 2010


#내 꿈은 기적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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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말하고. 책의 의미를 찾아 헤매는 독서 탐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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