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체험 민박의 멋과 여유를 잘 형상화한 '한옥 체험 민박' 안내 표지. 낮 동안만 두들마을을 둘러보고 돌아갈 계획으로 찾아온 나그네도 이런 펴지를 보면 문득 이 곳에서 한 밤을 보내고 싶어질 것이다.
정만진
'나비야 청산 가자'는 작자와 나비가 물아일체의 경지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그에 비하면 장자는 "내가 나비 꿈을 꾼 것인지, 나비가 내 꿈을 꾼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사실 장자는 나비가 되었다가 다시 사람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나비는 사람이 되었다가 다시 나비로 돌아오지 못한다. 따라서 장자의 말은 자신이 사람인지 나비인지 '모르겠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인간과 자연의 합일을 모르는 채 살아간다는 뜻이다.
장자 이후 아득한 세월이 흘렀고, 인간의 삶은 점점 자연과 멀어졌다. 그런데 멀수록 그리움은 짙어지는 법이다. 과학문명의 세례를 잔뜩 받은 현대인들은 그 결과 '고향을 잃어버린' 존재가 되었고, 스스로가 나비의 변신이 아닌 줄도 확신하게 된 탓에 더욱 자연을 그리워하게 되었다. 자연 훼손의 주범인 인간이 어찌 자연의 대명사인 꽃으로부터 환대를 받을 수 있을까마는, 자연의 모습을 닮은 잎(한옥)에서 한 밤 자는 체험을 소망하게 된 것이다.
1999년 11월 이후, '이 달의 문화인물'로 선정되면서 장계향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하자 물질숭배에 지친 마음과 몸을 달래기 위해 두들마을을 찾는 현대인들이 늘어났다. 시멘트와 폐쇄의 상징인 아파트를 탈출하여 자연의 선과 빛깔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한옥에서 잠시나마 생의 시간을 누리고 싶어진 까닭이다.
그래서 이곳 주민들은 두들마을을 개척한 이시명, 장계향 부부의 옛집 석계고택을 비롯, 병암고택, 영감댁, 이원박고택, 백천한옥 등을 손님들에게 언제든지 '꽃잎'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어찌 손님이 오는데 그에 합당한 인사가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