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기업 맥도날드, 이건 좀 실망이네요~

[편지] 한 달 만에 두 번의 구속영장 청구에 부쳐

등록 2015.06.14 17:26수정 2015.06.14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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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아르바이트노동조합(알바노조) 구교현 위원장입니다. 지난 12일, 변호사를 통해 또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지난 5월 3일에 이어 또 다시 일어난 일입니다. 검찰은 5월 3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보강조사를 펼쳤고, 그 결과를 토대로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입니다.

검찰은 2014년 11월부터 진행된 알바노조의 맥도날드 캠페인에 대해 '법적, 도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맥도날드의 영업을 이유 없이 방해'했으며, '맥도날드 직원들에 대한 위해우려까지 있다'며 구속 사유를 밝혔습니다.

저는 이가현 조합원과 함께 지난 6월 6일부터 9일까지 진행된 '세계 패스트푸드 노동자 회의'에 다녀왔습니다. 아시아, 오세아니아, 유럽, 아프리카, 남미 등의 수십 개 나라의 노동운동 대표자들이 참석한 이 회의에서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노동착취기업 맥도날드를 성토하고, 국제연대를 통해 이 문제에 대응하기로 결의했습니다.

세계적으로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은 ▲사회적으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과정에서 맥도날드가 직장이 되어버린 노동자들이 급증하고 있음에도 맥도날드의 임금은 각 나라의 최저임금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 ▲직급이 낮은 매니저들은 일상적인 초과근무에 시달리나 초과근무에 대한 수당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다는 것 ▲대기시간·교대시간에 무료노동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 ▲불안정한 근무시간으로 노동자들이 생계비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인력부족과 안전설비미비로 인해 화상사고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것 등이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노동조합이 강력한 미국·독일·프랑스·브라질·뉴질랜드 등에서는 교섭과 파업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으며, 미지급 임금에 대한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소송이 제기되어 있기도 합니다. 오는 8월에는 브라질에서 맥도날드를 규탄하는 국제대회와 의회차원의 청문회까지 열릴 예정이라고 합니다.

맥도날드, 한국에서 27년간 저임금 정책

소금보다 더 짠 시급= 맥도날드 알바시급 3월 28일, 알바노조가 맥도날드 신촌점 앞에서 소금을 뿌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소금보다 더 짠 시급= 맥도날드 알바시급3월 28일, 알바노조가 맥도날드 신촌점 앞에서 소금을 뿌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알바노조

맥도날드는 지난 60여 년간, 한국에서는 27년간 철저한 저임금 정책을 유지해 왔습니다. 가장 적은 인원으로 가장 빠른 시간 내 상품을 공급하기 위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단순한 메뉴의 대량 공급으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한국 맥도날드의 경우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2012년 대비 2013년 매출이 1천 억 원이 늘어났으며, 최근 공격적인 가맹점 확대로 수익률은 점점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맥도날드는 이렇게 달성한 수익을 노동자들과 나누지 않습니다. 충분한 임금인상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법정 최저임금 이상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5년간 맥도날드에서 일한 50대 한 여성의 마지막 해 근로계약서에는 최저임금보다 고작 100원 높은 시급이 적혀있었습니다(관련기사 : 맥도날드의 실체... '986년'짜리 알바 계약서).

또한 맥도날드의 불법행위는 한국에서도 여러 차례 드러난 바 있습니다. 알바노조가 맥도날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두 번의 설문조사를 통해 드러난 사실은 인건비를 낮추기 위해 매출이 떨어지는 시간대에 강제적인 조퇴가 광범위하게 벌어졌으며,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유니폼을 갈아입고 일을 준비하는 시간은 근무시간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습니다(관련기사 : 맥도날드 '꺾기 노동' 여전... 회사는 당당).


또한 언론에 따르면 맥도날드는 지난 상반기 '산재로 요양 중인 배달 노동자를 불법적으로 해고'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으며, '맥도날드의 17분 30초 배달제'를 고발하며 노동자들의 사고를 부추기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편 맥도날드는 스스로 준법사업장이라고 자임하고 있지만, 고용노동부가 우원식 의원실에 제공한 '최근 5년간 맥도날드 근로감독결과' 자료에 따르면, 근로기준법을 위반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010년(53.33%), 2011년(51.52%), 2012년(44.90%), 2013년(67.86%), 2014년(11.11%)로 최근 5년간 평균 45.74%의 위반율을 기록해왔습니다.

최근 5년간 맥도날드 근로감독결과 이 자료만 보더라도 맥도날드가 근로기준법을 위반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 5년간 맥도날드 근로감독결과이 자료만 보더라도 맥도날드가 근로기준법을 위반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알바노조

알바노조의 대화요구에 한 번도 응하지 않았던 맥도날드

이러한 상황에서도 맥도날드는 알바노조의 대화요구에 단 한 번도 응하지 않았습니다. 알바노조는 이미 맥도날드 내 문제를 고발하려는 조합원들을 확보한 상태에서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사실을 공문에 쓰고 수차례 문서를 발송했습니다. 또 공개적인 기자회견을 통해 교섭을 요구한다는 입장 또한 전달했으나, 맥도날드는 일언반구 언급조차 없었습니다.

언제나 "우리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문제제기를 중단하라"는 같은 입장만 되풀이 해왔습니다. 실제 맥도날드가 '교섭'에 응할 의사가 있었다면 최소한 알바노조가 교섭당사자로서 자격이 있는지 질의라도 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모든 문제제기에 대해 무조건 '불법으로 매도'하고 귀를 닫는 맥도날드의 태도는 잘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한편에서 맥도날드는 알바노조의 각종 행사에 참여해 증거사진 등을 확보해갔습니다. 담당자는 서울지방노동청 앞에서 열린 알바노조의 기자회견, 심지어 맥도날드와 상관없는 행사까지 찾아와 주변 카페 등에서 행사가 끝날 때까지 지켜보다가 행사가 마무리되면 그때서야 자리를 뜨기도 했습니다. 맥도날드가 진정 알바노조의 목소리를 들으려 했다면 이같은 사찰 행위를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적인 대화를 시도했어야 할 것입니다.

15페이지에 달하는 구교현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신청서에는 집회시위의 권리조차 부정하는 내용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습니다. 알바노조는 미국 등 여러 나라의 캠페인 형식을 빌어 합법적인 기자회견이나 집회가 끝난 후 매장내의 알바노동자들에게 알바노조의 입장을 1~2분 가량 선전하는 활동을 벌였습니다.

그러나 맥도날드 본사는 선전전뿐만 아니라 매장 앞에서 열린 합법적인 기자회견·집회마저도 '영업방해 행위'라 주장하고 있으며, 심지어 10여 명이 모여 진행한 캠페인조차 영업방해라고 주장했습니다. 맥도날드 앞은 신고 된 집회조차 할 수 없는 치외법권 지역이란 말인가요? 이들은 왜 이렇게 과도한 주장을 하면서까지 알바노조의 처벌을 요구하고 있는 것일까요? 세계적 패스트푸드 기업이라 자부하는 맥도날드의 대응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알바노조에 공감과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맥도날드와 검찰은 아직 열리지도 않은 캠페인을 두고 불법성을 판단하고 있습니다. 알바노조는 오는 6월 22일부터 1주일간 '최저임금 1만 원, 맥도날드 너부터'를 기조로 순회행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각 지역의 맥도날드를 비롯해 청년노동자들 밀집지역을 찾아다니며 최저임금 1만 원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벌이는 것입니다.

알바노조는 순회행진을 기획하면서 현재의 매장 내 선전방식에 대해 맥도날드 노동자들 사이에 일정한 부담감이 존재하며, 조합원들의 피로도가 누적되고 있는 바, 앞으로는 보다 자연스럽고 대중적인 참여가 가능한 형태로의 변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검찰은 알바노조의 이러한 판단을 지난 5월 3일, 첫 번 째 영장실질심사에서도 밝혔음을 알 것입니다).

맥도날드와 10년을 싸워 이제 막 '고무줄 스케줄'을 철폐하기 직전까지 도달한 뉴질랜드의 사례를 보건대, 어차피 이 운동은 긴 안목으로 보고 계획해야 상황이라 판단하고 있습니다. 알바노조에게 필요한 것은 운동의 참여자가 늘고 보다 많은 시민들의 공감과 지지를 얻는 것이고, 알바노조의 목표는 결국 맥도날드가 시급을 인상하고 사회적 책임을 지도록 만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맥도날드에서 일하는 1만8천여 명에 달하는 노동자들은 알바노조가 앞으로 함께할 사람들이며, 맥도날드를 노동자 친화적인 기업으로 바꿔낼 주인공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에 걸친 구속영장 청구는 명백히 부당

저에 대한 2번에 걸친 구속영장 청구는 명백히 부당합니다. 이미 지난 첫 번째 구속영장 청구에서 법원은 "주거가 확실하고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시킨 바 있습니다. 그러함에도 1달 만에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검찰의 권력남용이라 볼 수밖에 없습니다.

더불어 맥도날드에 비해 비교도 되지 않는 작은 규모를 가진 알바노조를, 그것도 사법부와 공조해 억압하려는 행위는 결국 맥도날드 브랜드의 이미지만 실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불안정 일자리'에 반대하는 수많은 소비자들 또한 적으로 돌리게 될 것이다. 사태의 합리적 해결은 지금이라도 맥도날드가 교섭에 임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미국본사의 경우와 같이 한국의 낮은 임금을 인상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한편 검찰은 관련 사실관계를 충분히 파악했는지 의심스러울 만큼 구속영장에 맥도날드 측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반영했습니다. 검찰이 해야 할 일이 국민을 구속시키는 일인지, 수많은 노동자를 착취하고 불법마저 일삼는 초국적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정립하는 일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15일 월요일 아침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진행됩니다. 탄원서를 부탁합니다.
덧붙이는 글 * 알바노조 http://www.alba.or.kr , 02-3144-0935
#알바노조 #맥도날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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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아르바이트 노동조합. 알바노동자들의 권리 확보를 위해 2013년 7월 25일 설립신고를 내고 8월 6일 공식 출범했다. 최저임금을 생활임금 수준인 시급 10,000원으로 인상, 근로기준법의 수준을 높이고 인권이 살아 숨 쉬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알바인권선언 운동 등을 펼치고 있다. http://www.alb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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