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알고 있는 세상은 전부가 아니다

[김성호의 독서만세 61] <상대성 이론이란 무엇인가?>

등록 2015.06.14 18:22수정 2020.12.25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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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성 이론이란 무엇인가? 책 표지 ⓒ 처음북스


"태양은 어떻게 빛과 열을 내는 것일까?"

이 질문에 명쾌한 답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생각만큼 많지 않다. 어쩌면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가운데 상당수도 태양이 타오르는 이유를 모를 수 있다. 인류가 태양이 빛나는 이유를 알게 된 건 지금으로부터 불과 110년 전의 일이다.


1905년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특수 상대성 이론을 발표하기 전까지는 가장 뛰어난 인간도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때문에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누군가는 태양에 어마어마한 양의 석탄이 매장되어 있을 거라 말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신이 그렇게 창조한 덕분이라 이야기했다. 태양이 불타는 이유는 인간의 이해를 뛰어넘는 영역이었다.

특수상대성 이론이 도출한 E = mc^2은 태양이 타오르는 원리를 설명한다. 질량과 에너지의 등가성을 설명하는 이 공식은 핵융합 과정에서 소실된 질량이 에너지로 바뀔 수 있음을 입증한다. 상당한 양의 수소로 이뤄진 태양이 수소핵 융합 반응을 일으켜 헬륨을 생성하고 그 과정에서 줄어든 질량만큼 빛과 열을 내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특수 상대성 이론이 태양이 빛과 열을 내는 이유를 입증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론은 아니었지만 이를 통해 우리는 태양이 타오르는 이유는 물론 전자기파가 에테르와 관련 없이 이동한다는 점 등을 알게 되었다.

만약 특수 상대성 이론과 이를 포괄하는 일반 상대성 이론이 없다면 우리는 항성이 어떻게 빛을 내는지, 블랙홀이 무엇인지, 우주가 어떻게 팽창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없음은 물론 상대성 이론에 따른 계산을 필요로 하는 GPS 장치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할 것이다. 이처럼 아인슈타인의 이론은 자연과 그 자연을 포괄하는 우주에 대한 인간의 이해를 넓혔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대단히 크다.

<상대성 이론이란 무엇인가?>는 천체물리학 박사로 과학, 수학, 통계 등의 전문분야를 대중에 알기 쉽게 소개하고 있는 제프리 베네트의 책이다. 저자는 양자역학과 함께 현대물리학을 떠받치는 이론으로 평가받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알기 쉽게 소개함으로써 과학과 우주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히고자 이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상대성 이론의 영향이 막대한 시대에 살고 있지만 막상 상대성 이론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문 상황에서 가치가 적지 않다.


기존의 상식에 따르면, 우리는 두 사건이 동시에 일어났는가, 아니면 한 사건이 다른 사건보다 먼저 일어났는가에 대해 모든 사람이 의견이 같아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당신이 사과 나무 두 그루에서 각각 사과 한 개씩(하나는 빨간 사과, 하나는 녹색 사과)이 땅에 동시에 떨어지는 것을 본다면, 당신은 다른 사람들도 모두 두 사과가 동시에 땅에 떨어졌다고 생각할 것으로 기대한다(두 나무에서 오는 빛의 이동 시간의 차이를 감안했다고 가정할 경우). 마찬가지로, 녹색 사과가 빨간 사과보다 먼저 땅에 떨어지는 것을 봤는데, 어떤 사람이 빨간사과가 먼저 땅에 떨어졌다고 말한다면 당신은 매우 놀랄 것이다. 자, 그럼, 이제 놀랄 준비를 하시라. - 본문 중에서

책은 뉴턴의 고전물리가 유효한 세상에 살고 있는 독자에게 뉴턴의 이해를 넘어서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설명한다. 저자는 블랙홀의 개념부터 특수 상대성 이론, 일반 상대성 이론, 빅뱅과 우주의 팽창 등을 차례대로 설명하며 그 과정에서 상대성 이론의 개념을 독자에게 이해시키려 노력한다. 블랙홀의 탄생부터 중심점이 존재하지 않는 우주의 개념, 시간과 공간이 휘어져 중력이 작용하게 되는 상황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과학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 아니라면 이 책 한 권을 읽는 것 만으로는 상대성 이론을 충분히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시간이 상대적이라는 개념과 시공간이 하나가 되어 빚어지는 4차원의 개념 등은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 것 같으면서도 막상 상상하긴 쉽지 않다.

어려운 수식을 배제한 채 그림과 비유를 통해 최대한 쉽게 설명하고자 하는 노력이 엿보이긴 하지만 일상에서 느끼고 실감하기 어려운 상대성 이론의 개념들을 뉴턴 역학처럼 받아들이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역자인 이유경씨가 이 책의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은 것도 자연스런 일이다.

물론 상대성 이론을 다룬 다른 책이 워낙 어렵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쉽게 느껴질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쉽게 설명하기 위해 어려운 부분들을 건너뛰고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이 책만으로 상대성 이론을 이해하겠다는 욕심을 가져선 안 되는 이유다. 책 겉면에 쓰여진 광고문구처럼 밤 새워 읽게 만들 만큼 흥미로운 책이 아님은 물론이다.

요약하자면, "뉴턴은 틀렸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은 아니오이다. 뉴턴은 중력과 운동에 대한 강력한 이론을 제시했고, 당시 가능했던 관찰과 실험의 한도 내에서 최대한 '옳았다.' 과학은 한 번에 벽돌 한 장씩 쌓아 올리는 큰 건물과 같다. 벽돌을 조심스럽게 쌓는 한, 우리는 언제나 이미 쌓은 벽돌을 제거하지 않고 그 위에 더 쌓을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우아하게 비유를 하자면 아이작 뉴턴 경 자신의 말을 인용할 수 있다.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멀리 봤다면, 그것은 내가 거인들의 어깨 위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상대성 이론을 통해 아인슈타인은 뉴턴과 다른 거인에 합류했고, 언젠가 다른 사람들이 또한 그의 어깨 위에 올라설 것이다. (179,180P)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뉴턴 고전역학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각기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설명하며 드러난다. 상대성 이론은 뉴턴 역학이 증명하지 못한 부분을 설명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뉴턴이 틀린 것은 아니다. 뉴턴은 당시로선 최대한 옳았다. 저자는 합리적으로 검증하고 한 걸음씩 나아가며 과학이 거듭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그로부터 블랙홀의 내부와 우주의 기원, 미래 등에 대해 타당한 이론을 내놓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때까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의 이해가 과학이 진보하는 속도에 뒤처지지 않도록 꾸준한 관심을 갖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상대성 이론이란 무엇인가?>(제프리 베네트 지음 / 이유경 옮김 / 처음북스 / 2014.08. / 1만5천원)

상대성 이론이란 무엇인가?

제프리 베네트 지음, 이유경 옮김,
처음북스(구 빅슨북스), 2014


#상대성 이론이란 무엇인가? #제프리 베네트 #처음북스 #이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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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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