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이희훈
"정부의 미진한 대응책... 감염학회 전문가 조언 부적절" -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의 진앙지가 됐다. 원인이 뭔가? "첫 번째는 정부가 정보를 늦게 준 것이다. 2박3일 동안 체구가 큰 사람(14번 환자)이 다른 환자들이 잠을 못 잘 정도로 컹컹 기침을 하면서 많은 양의 바이러스를 뿜어냈다. 여기까진 병원에 책임을 묻기 힘들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감시 대상에서 벗어난 환자들이 나왔다. 특히 구급차 이송요원, 의료진 등이 해당됐다. 그 부분은 삼성서울병원이 책임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삼성서울병원이 안이하게 생각해서 모니터링 격리대상 범위를 너무 좁게 잡은 것 같다.
두 번째는 더 중요한, 정보 제공 문제다. 일찌감치 해당 장소에 있었던 분들에게 전부 알려서 그분들을 빨리 정부의 통제 아래 두도록 했어야 했다. 또 그 기간 동안 병원에 있었던 분들에게도 정확한 정보 전달이 안 됐던 것 같다. 병원을 보호하기 위한 소극적 대응이 아니었나 싶다."
- 삼성서울병원 내의 방역에 정부가 관여하여 지휘하지 않고 삼성서울병원에 자체적으로 맡긴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삼성서울병원의 요청에 의한 것일까? 아니면 정부의 요청에 의한 것일까? "둘 다라고 본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데 삼성병원이 거절했을 개연성은 적고, 반대로 삼성병원이 정부에 '제발 여기 와서 적극적 조치를 취해달라'는데, 정부가 '알아서 하시오' 했을 가능성도 적다.
메르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정부는 자원부족과 책임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니 삼성병원이 알아서 해결해준다면 정말 좋았을 거다. 삼성병원 역시 메르스와 관련해 위험병원으로 알려지는 걸 원치 않았을 것이고.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본다."
- 35번 환자(삼성서울병원 의사) 확진사실을 뒤늦게 발표했다. 그것 역시 삼성서울병원의 이름이 노출되는 것을 꺼려 의도적으로 그렇게 했다고 볼 수 있나? "확진은 반드시 2차 검사까지 마친 뒤 결과가 양성으로 나와야 한다. 제가 35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고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는 얘기를 들은 것이 6월 3일이다. 2일 이송됐고 확진 판정은 1일인가에 받았다고 들었다. 그런데 그 환자가 3일 (정부의 확진 환자 현황) 발표에서 빠졌다. 정부가 아직 이 부분에 대한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 서울시가 그 내용을 공개한 뒤 보건복지부에서 반박 브리핑을 통해 '35번 환자의 재검사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는데. "재검이라기보다는 3차 검사를 얘기한 것 같은데, 그 부분이 굉장히 수상쩍다. 정부가 명확하게 해명해야 한다고 본다."
- 방역은 감염전문의의 소관이 아니라고 지적했는데. "사스, 신종플루 이후 정부가 급성전염병의 위험성을 절실하게 깨닫고 적극적으로 대안을 세웠다. 그 파트너가 감염내과였고, 연구를 많이 했다. 그러나 방역은 감염내과 소관이라기보다 원칙적으로 공중보건학과 예방의학의 소관이다. 감염내과는 감염된 사람을 치료하고, 병원 내 감염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관리하는 분야다. 이것은 국가적 차원에서 전염병을 막는 것과 좀 다르다.
이번 정부의 대응책이 미진했던 부분 중 하나가 전문가의 조언이 부적절하지 않았나 싶은 의구심이 든다. 그 중에서도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게 정보공개다. 초기에 대한병원감염관리학회에서 메르스 관련 정보공개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냈는데, 매우 부적절했다고 본다."
- 병원감염관리학회에서 정보공개를 반대한 이유는 뭘까? "그분들조차 상황을 낙관하지 않았나 싶다. 대다수가 대학병원에 몸을 담고 있다. 결정에는 책임이 따라야 하는데, 교수님들도 매우 부담스러웠을 거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삼성서울병원 명단(병원명)을 조기에 공개했다면 파장이 컸을 거다.
그러면 거기에 대한 부담을 정부가 다 떠안아야 하는데, 교수님들 입장에서는 정부가 다 떠안을 거라는 믿음이 없었을 수도 있다. 또 하나는, 의료계가 좁으니 여러 대학병원이 '지금은 삼성서울병원이지만 나중에는 우리에게도 불이익이 올 수 있다'고 생각했을 거다. 그렇게 전문가들이 원칙을 어긴 것이다."
- 감염학회가 병원명 공개를 반대한 것은 감염학회 이사장을 지낸 송재훈 삼성서울병원 원장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실제 있었는지는 조사해봐야 알겠지만, 어느 정도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삼성서울병원은 기업이 만든 병원이기 때문에 기업의 문화와 정책이 영향을 미치는 곳이다. 송재훈 원장이 감염내과 전문의라 믿었다는 정부 관료의 말대로 송 원장 스스로 자신했을 수도 있고, 안이한 부분이 있지 않았나 싶다. 실제 1번 환자를 확진한 곳이 삼성서울병원이다. 두 번째 환자 발생했을 때도 상황은 다르지만 컨트롤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을 거다."
- 박원순 서울시장의 4일 밤 긴급 기자회견에 대한 양론이 있다. 중앙정부가 해야 할 일을 했다며 높이 평가하는가 하면, 시민들에게 괜한 공포심을 불어넣었다는 혹평도 뒤따른다. "박원순 시장에 대한 정치적 지지자와 비지지자 의견이 크게 갈린다. 제가 SNS에 올린 글에 그 양면을 다 썼다. 그런데 본인들이 읽고 싶은 것만 읽는다. 거기에 긍정·부정 두 가지가 있었는데, 지지자들은 부정적인 것만 보고 이해 못한다. 비지지자도 마찬가지다.
의사들은 35번 환자에게 동업자로서의 동병상련을 느낀다. 더군다나 생사가 오가는 상황에서는 더 강하게 느낀다. (박원순 시장 발표 내용 중) 의사의 의학적 판단으로는 팩트가 아닌 부분이 있었다. 일반인보다 많이 알기 때문에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 메르스가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사들은 초기에 알고 있었나? "대다수 의사들이 모르고 있었고, 1번 환자를 진단한 의사처럼, 일부 호흡기·감염내과 의사들은 알고 있었다. 적지 않은 의사들이 '이번에 진단된 환자가 정말 1번이냐', '그 전에는 메르스 사망자가 정말 없었을까',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범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의심을 품는다.) 1년에 폐렴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1만 명이 넘는다. 그러니 알 수 없지 않나. 역학조사를 다 할 수 없으니. 물론 가능성이 큰 이야기는 아니다. 그만큼 정부가 경각심을 갖기 전에는 의사도 알 수 없다는 얘기다."
"종편 출연 끊고 싶은데, 전문가들이 안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