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 유년에 대한 그리움은 영원한 주제"

신영미 화가 첫 개인전, 6월 18일부터 24일까지 대구미술광장에서 열려

등록 2015.06.24 14:41수정 2015.06.24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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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신영미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대구미술광장 전시실의 일부

신영미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대구미술광장 전시실의 일부 ⓒ 정연지


신영미 화가의 개인전이 지난 6월 18일부터 대구미술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경남환경미술대전 초대작가로서 텍사스 하달고 국제페스티벌 특별상, 현대미술 LA아트 페스티벌 특별상, 대구미술광장 3색3인전 등의 경력을 가진 작가이지만 개인전으로는 처음이다.

대구미술광장은 대구광역시 달성군 가창면 헐티로 486에 있다. 이렇게 신주소로 소개하면 얼른 위치가 떠오르지 않는 분들은 가창초등학교 정대분교 폐교 자리라고 하면 바로 감이 잡힐 것이다. 대구미술협회는 본래 가창초 정대분교였던 이곳 건물과 운동장을 무상 임대하여 입주 화가들과 시민들을 위한 예술공간으로 운영해오고 있는 중이다.


대구미술광장은 내게 추억의 장소다. 나는 외가가 청도에 있어서 어릴 때 분교 앞을 종종 지나 다녔다. 뒷날 화가로 활동하기 시작한 후에도 드물지 않게 그곳을 방문했다. 오늘도 우연히 그 앞을 지나던 중 지난날의 그리움이 되살아나서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여섯 명의 입주 작가들이 매주 한 사람씩 이어가며 열었던 릴레이 개인전이 방금 끝난 전시장인데도 비어있지 않고 신영미 화가의 유화와 수채화가 공간을 아늑하게 채우고 있었다. 게다가 무슨 우연인지 전시작 중 상당수가 추억을 말하고 있었다. 전시장 입구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벽면 한복판에 걸려있는 데다 작품명조차 <그리움>인 바다 그림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부모님께서는 무척이나 바다를 좋아하셨지요. 두 분께서 돌아가시고 난 뒤 바다에 간 적이 있었는데 너무 당신들이 그리웠습니다."


<그리움> 앞에서 신영미 작가는 그렇게 그리움이 가득찬 음성으로 말했다. 멀리 수평선 너머에서부터 떠나온 바닷물이 천천히 해안으로 밀려온다. 그 물결은 끝이 없다. 물결이 끝나면 모래밭에 서 있던 사람도 쉽게 발걸음을 돌릴 수가 있는데 하얀 물보라로 부서지면서도 밀물은 하염없이 계속된다. 그 탓에 사람의 하릴없는 그리움도 끝없이 이어진다.

<그리움>의 약간 왼쪽에 전시되어 있는 <향수>도 유년 시절에 대한 추억을 담고 있는 그림이다. <향수>는 연밥을 화폭에 담고 있는 수채화 작품이다. 앞서 본 <그리움>은 유화였다.

"어린 시절 학교를 오갈 때 갑자기 비가 오면 잎을 뜯어 우산 대용으로 썼던 것이 연이죠. 연은 맑은 날이면 연밥이 되어 어린 우리들의 가냘픈 허기를 채워주기도 했습니다. <향수>는 그 추억을 떠올리며 그렸지요."


나는 도시에서 태어나 줄곧 도시에서 살았기 때문에 연밥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 연근도 식용으로 쓰는데 왜 그것은 연밥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평소 물 속 땅 아래에 들어있는 까닭에 아이들이 쉽사리 밥삼아 먹을 수 없었기 때문일까.

전시작은 유화와 수채화가 반반이다. 작가는 '유화 작업을 하는 중에 수채화를 그리는 날도 있다'고 말했다. '요즘은 보호막이 잘 발달되어 있어서 원상태로 보존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점도 수채화를 많이 그리려고 마음 먹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전시장에는 축하 화분이 많았다. 개막 이후 집으로 다수 옮겼다는데도 아직 그림 아래마다 꽃이 놓여 있었다. 작가의 대성을 기원하는 이들이 많다는 반증이었다. 신영미 작가의 그림이 그들의 그리움을 채워주게 되기를 감상자의 한 사람으로서, 또 같은 화가로서 나는 기원했다.
#신영미 #대구미술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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