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해5도 '에너지 자립 섬' 구축 갈림길

백령도만 하겠다는 계획 알려져... 서해5도 주민 반발

등록 2015.06.26 16:16수정 2015.06.26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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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아래 산자부)는 신에너지산업 활성화와 친환경에너지 보급·확대를 위해 한국전력공사(아래 한전)가 전력 공급을 담당하고 있는 섬 62개(울릉도 제외)를 대상으로 올해 2월 26부터 5월 26일까지 '에너지 자립 섬' 민간사업자 공모를 진행했다.

섬 62개는 모두 내연발전(=디젤발전)에 의존해 전력을 사용하는 곳이다. 에너지 자립 섬 구축 사업은 섬에 태양광·풍력·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결합한 에너지를 공급해 기존 디젤발전을 최소화하거나 대체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친환경에너지를 보급해 국제사회 탄소배출권 거래에서 비교우위를 점할 수 있고, 한전은 디젤발전 원가 이하로 전력을 공급해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으며, 섬 주민들은 보다 안정적으로 친환경 전기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산자부는 지난 5월 26일 공모를 마감한 뒤, 6월에 두 번에 걸쳐 사업 제안 설명회를 개최했다. 6월 안에 심사를 마치고, 7월 초에 사업자 선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인천 앞바다 섬 중 에너지 자립 섬 구축 사업 대상은 덕적도와 자월도, 승봉도, 서해5도(=백령·대청·소청·대연평·소연평도)다. 민간 사업체 4개가 이번 공모에 참여했다.

"백령도만 하겠다는 건 나머지 섬 버리겠다는 것"

그런데 7월 선정 결과 발표를 앞두고 섬 주민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섬에 안정적인 친환경 전기에너지를 공급해 섬 주민들을 지원하겠다는 사업이, 섬과 섬 사이에 위화감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서해5도가 대표적인 곳이다. 서해5도 에너지 자립 섬 구축 사업이 서해5도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과 백령도만 하겠다는 사업 제안서가 나란히 제출된 것이다. D업체는 백령도를 사업 대상지로, H업체는 서해5도 전제를 사업 대상지로 각각 신청했다.

이 같은 소식에 백령도를 제외한 서해5도 주민들은 분노했다. 배복봉 대청도어민회 회장은 "중국어선 불법조업에 가뭄까지 겹쳐 섬에서 정말 살기 힘든 상황이다. 백령도는 한국 섬이고 나머지는 아니라는 말인가? 에너지 자립 섬을 백령도에만 국한한다면 섬 주민들은 최후의 수단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고 분노했다.


연평도 주민들은 더욱 격앙했다. 연평도는 이번 가뭄 피해가 가장 심각한 섬이다. 소연평도는 어선이 인천항에서 이틀에 한 번꼴로 물을 실어 나를 정도고, 대연평도의 경우 상수도로 사용하는 지하수 관정 8개 중 2개가 말랐다. 전기를 사용해 담수를 생산하는 해수담수화시설은 비싼 전기 이용료와 누수 때문에 쓰고 싶어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박태원 연평도 어촌계 회장은 "가뭄 때문에 식수를 하루에 1시간씩 제한적으로 급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에너지 자립 섬 구축 사업은 해수담수화와 연결된다. 해수담수화시설이 없는 다른 섬에도 필요한 시설이다. 그런데 백령도에만 구축하겠다는 계획은 어려움 속에 있는 나머지 섬 주민들을 버리겠다는 것이다. 극한투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방식도 문제될 전망... "에너지원 다각화해야"

백령도만 할 것인지, 서해5도 전체를 할 것인지도 문제지만 사업방식도 문제가 될 전망이다. 2010년 연평도 국지전 사태에서 드러난 것처럼, 서해5도는 디젤발전과 같은 중앙집중식 발전으로는 유사시 비상에너지 확보가 어렵다. 서해5도에 정전 사태 발생 시 비상 대응방안이 없다.

실제로 당시 폭격 시 마을에 화재가 발생했지만, 폭격으로 전력이 모두 나가 지하수 모터 펌프 가동이 중단돼 폭격 다음날이 돼서야 뭍에서 도착한 소방차로 진화했다. 그래서 신재생에너지(태양광·풍력+에너지저장장치)와 연계한 분산형 신재생에너지 마이크로그리드 사업이 절실하다.

즉, 에너지원을 태양광이나 풍력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각화해 비상사태에 대비해야하는 것이다. 실제로 에너지 자립 섬 1~2세대에 해당하는 가파도와 가사도의 경우 풍력에만 의존하는 게 아니라, 태양광과 에너지저장장치를 혼합해 사용하고 있다.

허선규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해양위원장은 "서해5도의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우선 분산형 에너지 공급이 필수다. 또 지역 주민과 군부대를 위해 비상용 에너지저장정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산자부가 이를 잘 판단해야한다"고 한 뒤 "백령도는 규모가 크고 나머지 섬은 규모가 작다. 쉽게 얘기하면 사업성 있는 백령도만 하고 나머지는 사업성이 없으니 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 #서해5도 #에너지자립섬 #신재생에너지 #한국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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