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농성 풀자 유치소로, 시민단체 "반인권 행위"

경찰, 408일 만에 땅 밟은 차광호씨 당일 입감... 노동계 크게 반발

등록 2015.07.09 13:39수정 2015.07.09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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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스타케미칼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인도주의실천 의사협의회 등 20여 명은 차씨가 입감된 경북 칠곡경찰서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인도적 차원에서 정밀 검사를 우선 받은 뒤에 경찰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정병옥


408일 만에 땅을 밟은 스타케미칼 해고노동자 차광호씨를 경찰이 별다른 치료 없이 당일 유치장에 입감하면서 반인권적인 공권력 집행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9일 스타케미칼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인도주의실천 의사협의회 등 20여 명은 차씨가 입감된 경북 칠곡경찰서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노사 합의서를 바탕으로 굴뚝농성 해제를 선언한 차광호를 땅에서 맞이하고자 했지만 공권력의 반인도적 인권탄압으로 얼룩지고 말았다"면서 "인도적 차원에서 정밀 검사를 우선 받은 뒤에 경찰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날 차씨는 해고자 11명의 고용을 보장하겠다는 노사 합의에 따라 오후 2시께 땅을 밟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업무방해 및 건조물 침입 혐의로 체포영장을 바로 집행하겠다는 경찰 500여 명과 대치하면서 예정된 시간보다 5시간 30분 늦은 오후 7시 30분께 내려왔다.

이후 가족·동료와 짧은 상봉을 마친 그는 경북 왜관에 있는 한 병원으로 후송되어 건강검진을 받았고, '이상 없다'는 의사의 소견을 받은 뒤 오후 9시 20분께 유치장에 입감됐다. 지금까지 고공농성 노동자에게 체포 영장이 발부된 적은 있었으나, 당일 집행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앞서 노사는 모든 민형사상 고소·고발을 취하하기로 합의했다.

"구속을 위한 기획 검진이 아니라면 정밀 검사 하라"

이에 노조 측은 "구속수감을 위한 기획 검진"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노조가 지난 408일 동안 10여 차례 차씨를 검진한 의사가 소속된 병원으로 그를 이송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경찰이 받아들이지 않았고, 경찰이 지정한 병원으로 이송한 뒤 엑스레이 등 간단한 검진만 받고 30여 분만에 '이상 없음' 진단을 받아 유치장에 입감 시켰기 때문이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굴뚝 위에서 차광호를 진료한 의사에 따르면, 차씨가 협심증과 잦은 어지럼증 등 정밀 검사가 필요한 상황이며 심리상담사 또한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라고 의견을 냈다"면서 "구속 강행을 위한 기획검진이 아니라면 인도적 차원에서 우선 정밀 검사를 받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정의당도 논평을 내고 "전례가 없는 반인권적인 행위"라며 크게 반발했다. 문정은 대변인은 "만약 유치장에서 차광호씨 건강에 불미스러운 사태가 발생한다면 경찰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경찰은 노조가 지정한 병원으로 차씨를 즉각 이송하여 제대로 된 진료를 받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검찰이 오늘 중으로 차광호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해 구속 수사를 한다"며 "408일 동안의 농성으로 심신이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노동자를 상대로 구속 수사를 강행하는 행위 또한 반 인권적이며 치료 후에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차광호 #유치장 입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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