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된 담장콘크리트로 보수된 장안현대아파트 담장의 모습.
정재훈
하지만 그리 간단히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장안현대아파트는 재건축을 앞두고 있습니다. 굳이 비용을 들여서 담장을 정비하길 기대하긴 어려워 보였습니다. 지난 8일 장안현대아파트 관리사무소장와 전화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 담장의 붕괴 위험은 언제 처음 알게 됐는지요? 경고문은 언제 붙였나요?"담장이 기울기 시작한 것을 인지한 건 2~3년 전인 것으로 기억합니다. 경고문도 그때 곧바로 붙였고요. 그리고 그때 일부 보강공사도 했어요. 담장이 기우는 이유는 '부동침하' 때문입니다. 보강을 한 이후로 지금까지 순찰을 하면서 주시하고 있습니다."
기자는 보강공사를 했다는 장안현대아파트 북쪽 담장을 살펴봤습니다. 관리소장의 말대로 공사는 단단하게 잘 돼 있는 것 같았습니다.
- 현대아파트가 재건축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향후 보수계획은 없습니까."올해 안으로 재건축 고시가 나올 것이고, 그러면 내년에 재건축조합이 설립되겠지요. 담장은 항시 순찰하면서 주시하고 있어요. '현저한 징후'가 있어야 공사를 더 할지 결정할 텐데, 지금껏 이상은 없었습니다. 현재 상태에서 담장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아파트 담장에 리어카나 탁자 등을 쇠사슬로 묶어놓는다든지, 현수막을 설치한다든지 등의 행위입니다."
관리사무소장의 말은 '담장의 이상 상태는 인지하고 있고, 최선을 다해 관리하고 있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담장이 더 심하게 기울어져 있는 현대멘션 측의 입장을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현대맨션 측이 붙인 경고문은 반장이 붙인 것이었습니다. 현대맨션에 사는 한 주민은 반장을 찾는다는 말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아, 저도 반장이 누군지 잘 몰라요. 그냥 어느 분이 반장을 맡고 있나보다 하는 거죠. 지금 낮인데 여기 사람 있는 집이 없죠? 여기 사람들은 다 바빠요. 다들 일 나갔을 거예요. 담장 때문에 오셨다고요? 저기 경비 아저씨께 여쭤보세요."저는 경비 업무를 보고 있는 분께 몇 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 담장 경고문에 '반장 백'이라고 적혀 있는데, 반장님은 어디가면 뵐 수 있나요?"반장? 그 사람은 왜? 지금 없어, 일 나갔어. 새벽 일찍 나갔다가 밤늦게 들어와. 나도 얼굴보기 힘들어."
- 그럼 여기 관리는 반장님께서 하는 게 맞나요?"자세한 건 나도 몰라, 나도 여기 일한 지 얼마 안 됐고. 반장 이름이 뭔지, 연락처가 뭔지 잘 몰라."
- 기울어진 담장 때문에 왔습니다. "담장이 왜? 담장이 기울어져서? 그렇지 않아도 경찰도, 구청에서도 사람이 와서 뭐라 했는데, 나도 잘 몰라. 어떻게 하는지."
현재 열여덟 세대가 살고 있는 주거시설의 기울어진 담장. 담장 보수에 대한 책임은 세대주들이 해야 하는 걸까요? 법적으로는 그렇습니다. 이와 관련해 동대문구청 건축과에 문의해봤습니다.
"시설물의 관리·보수는 원칙적으로 건축주(소유주)의 책임입니다. 현대맨션의 경우 지자체에서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의 법률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