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속에 빛나는 보석 찾기, 산문편

청소년을 위한 행복한 인문 이야기 ⑨

등록 2015.07.13 14:57수정 2015.07.13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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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적 사유, 현재 삶의 의미가 달라진다

인문적 사유는 존재와 세계에 대한 성찰과 사고의 확장을 통해 인간 삶의 의미와 가치를 일깨워줄 수 있는 소중한 지적·정신적 활동입니다. 인문적 사유를 가능하게 해 주는 여러 대상들 중에서도 특히 문학 작품은 가장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인간의 삶과 감정을 형상화하고 있는 인문 분야입니다.

문학 작품이 추구하는 것은 삶의 진실한 모습이고, 동시에 진실하게 사는 것입니다. 이것은 인문 정신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문학 작품 속에는 우리들의 삶을 좀 더 진실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소중한 보석들이 언어 예술적 표현과 장치들을 통해 담겨져 있게 되는 것입니다.

"내일과 다음 생 중에 우리는 어느 것이 먼저 올지 결코 알 수 없다."
- 이병률, <끌림>(랜덤하우스코리아, 2005) 중에서

넓고 넓은 바다에서 넘실대는 작은 파도는 바람을 맞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 그러다가 자기 앞에 있는 다른 파도들이 해변에 닿아 부서지는 것을 보았어.
"하나님 맙소사. 이렇게 끔찍할 데가 있나. 내가 무슨 일을 당할지. 저것 좀 봐!"
파도는 말했지. 그때 다른 파도가 뒤에서 왔어. 그는 이 작은 파도의 우울한 기분을 알아차리고 물었어.
"왜 그렇게 슬픈 표정을 짓고 있어?"
아까 그 작은 파도가 대답하지.
"넌 모를 거야! 우린 모두 부서진다구! 우리 파도는 부서져 다 없어져버린단 말이야! 정말 끔찍하지 않니?"
그러자 다른 파도가 말하지.
"아냐, 넌 잘 모르는구나. 우리는 그냥 파도가 아냐. 우리는 바다의 일부라구."
 - 미치 앨봄·모리슈워츠,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살림, 2010.) 중에서

위에 소개한 짧은 문장과 이야기 안에는 인간의 생과 사, 존재의 의미, 현재적 삶에 대한 태도 등의 사뭇 중대한 문제들이 이 글과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사유의 힘에 의해 그 진실이 드러나 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글들이 담고 있는 우리 삶의 보석 같은 진실을 발견하게 하고, 또 진실을 진실로 교감하고 깨닫게 해 주는 일은 인문적 사유에 의해서 가능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깨달음 여부에 따라 내가 살아 숨 쉬고 있는 현재 삶의 의미가 달라집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게 해 주는 힘

다음은 '호아킴 데 포사다'의 소설 <바보 빅터>(한국경제신문, 2011.) 중 일부입니다.


"깨달음, 인류애, 애국, 예술적 발전, 미지의 탐구, 사회공헌... 이런 고귀한 목표를 가진 사람들은 남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아. 고귀한 목표는 비교급이 아니니까. 무엇보다 고귀한 목표는 우리를 당당하게 만들어. 그리고 우리의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게 하지. 그 에너지가 어느 정도냐 하면, 사람의 목숨을 살리기도 해."

레이첼 선생은 자료함에서 빅터 프랭클에 관한 파일을 꺼내 보여주었다.

제2차 대전 당시, 유대인 의사 빅터 프랭클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수감되었다. 그곳은 지옥보다 더 끔찍한 곳이었다. 고통을 이기지 못한 수감자들은 자살을 하거나 병에 걸려 하나둘씩 죽어갔다. 프랭클도 예외는 아니었다. 발진티푸스에 걸리고 만 그는 고열에 시달리며 생사를 넘나들었다. 하지만 그는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살아야 할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나치에게 빼앗긴 원고를 되찾아 연구를 완성하는 것이었다.

병마를 이겨낸 빅터 프랭클은 아우슈비츠의 수감자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가치 있는 목표를 가진 사람이 살아남은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전쟁이 끝나자 그는 수용소의 체험을 바탕으로 로고테라피라는 실존분석적 심리치료를 개발함으로써 심리치료 발전에 기여했다. 훗날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이 인생을 바쳐서라도 진정으로 추구하려고 하는 것은 바로 의미 있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이 글을 공감하며 읽다 보면 꿈, 목표, 희망이라는 보석같은 말들이 우리 마음속에서 빛나며 의미 있는 삶이 어떤 것인지를 사유할 수 있는 지혜를 선물합니다. 우리는 과연 흐르는 시간을 눈으로 볼 수 있을까요?

물론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합니다. 그렇지만 안도현의 동화 같은 소설 <연어>(문학동네, 1996.)를 읽고 나면 놀랍게도 그 일이 가능해집니다.

-흐르는 시간을 눈으로 볼 수 있을까? 볼 수 있지
-흐르는 시간을 눈으로 볼 수 있도록 해 봐.
주위를 가리키며 초록강은 말을 이었어.
"저기 좀 봐. 돌멩이의 색깔과 모양은 시간의 색깔과 모양이고, 풀잎의 크기와 길이도 시간의 크기와 길이란다. 물결의 무늬는 시간의 무늬이며, 물이 흘러가며 내는 소리는 시간이 흘러가며 내는 소리야. 시간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이들이야말로 시간을 함부로 써버리지. 시간을 낭비하면 일찍 외로워지는 것도 모르고 말이다."

자 이제 시간을 눈으로 본다는 의미를 이해했는지요? 흐르는 시간을 눈으로 볼 수 있다니 얼마나 대단한 일입니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던 일을 문학 작품을 통한 인문적 사유가 가능하게 합니다. 신비롭습니다.

이처럼 문학 작품은 그 안의 소중한 보석들을 통해 무한한 상상력과 사고력을 키워주고, 가슴을 뛰게 해 우리를 살아있게 합니다. 보이지 않던 것까지도 볼 수 있게 해 주기도 합니다. 우리는 문학 작품을 통한 인문적 사유의 힘으로 삶에 있어서 잘 보이지 않던 Х의 참값을 볼 수 있는 힘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인문적 사유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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