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몰 위기 극복한 고택들, 나그네를 기다리네

[경북 고택 기행⑦] 안동시 민속촌길 '구름에' 숙박 리조트

등록 2015.07.13 18:02수정 2015.07.13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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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시 민속촌길 190번지에 있는 '구름에' 고택 리조트 ⓒ 조정훈


'고택 리조트'를 표방하는 '구름에'는 안동시 민속촌길 190번지에 있다. 고택은 전통의 운치를 물씬 풍겨주는 어휘이고, 리조트는 서양식 휴식 공간을 상징한다. 즉 '구름에'는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를 잘 아울렀다는 뜻이다.

외관과 분위기는 전통의 멋을 그대로 유지했고, 편의성은 서양식으로 현대화했다. 실제로 이곳에서 숙박해보면 도어맨 서비스와 당직 지배인, 깨끗한 전통이불, 조식 무료 제공 등 호텔식 서비스가 제공돼 '이곳이 고택 맞나?'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안동댐 아래에서 안동대학교로 가는 도로 중간쯤 삼거리에서 북쪽으로 꺾어서 산으로 들어간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안동민속촌으로 이어지는 고개를 넘는 길이다. 오르막이 끝나면 금세 '구름에'가 시작되고, 리조트 하단에 'KBS 드라마 촬영장'이 있으며, 계속 내려가면 민속촌에 당도한다.

안동민속박물관에 가본 적이 있는 나그네 중에도 이곳에 고택이 몰려 있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하는 이들이 제법 있을 법하다. 왜냐면 이곳의 계남고택(경상북도 민속자료 제8호)과 까치구멍집 등 고택 여덟 동들은 본디 이 자리가 아니라 안동댐 수몰지구 내에 있던 것을 옮겨왔고, 숙박 시설을 갖춘 현대적 리조트로 새 단장을 마친 지가 아직 1년도 채 안 됐기 때문이다.

종택 두 채(계남고택, 칠곡댁), 재사 두 채(팔당회, 감동재사), 정자 세 채(서운정, 청옹정, 박산정) 등 일곱 채가 한옥 숙박 고택 단지로 문을 연 것은 지난해 7월 1일이다.

수몰될 뻔했던 고택들을 옮겨와 살려냈다는 점 말고도 '구름에' 리조트에는 또 다른 특징이 한 가지 더 있다. 이 리조트가 개인이나 일반 업체가 영업 이익을 위해 운영하는 곳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구름에'의 운영 주체는 '행복전통마을'이다. 행복전통마을은 문화체육관광부, 경상북도, 안동시가 지원하고 SK행복재단이 설립한 사회적 기업이다.

도시에 익숙한 당신에게 흥미로울 이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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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시 민속촌길 190번지에 있는 '구름에' 고택 리조트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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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시 민속촌길 190번지에 있는 '구름에' 고택 리조트 ⓒ 조정훈


진입로로 들어서 오르막을 올랐다가 이윽고 내리막이 시작되면 고택들의 멋진 모습들도 덩달아 모습을 드러낸다. 처음 만나는 풍경은 도로를 따라 이어지는 전통 담장과 함께 그 안에 방금 신축된 듯 여겨지는 거대 한옥들이다. 본채가 있고, 그 앞에 좌우로 마주보며 한옥 두 채가 서 있는 것으로 보아 서원 건물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니나 다를까, 길가에 '東山書院'(동산서원)이라는 빗돌이 세워져 있다.

서원 아래로 계속 한옥들이 건축되고 있는 풍경과 만난다. 시멘트 냄새가 진동하는 숙박 시설 공사라면 눈이 피로할 텐데 기와집들을 새로 짓는 정경이다 보니 그저 솔숲을 지나가는 기분 그대로다. 역시 한옥은 내용으로든 외형으로든 자연친화적인 집인 게 틀림없다.

한옥 신축지가 끝나면서 큰 주차장이 나온다. 주차를 하고 길 건너를 정면으로 대하면 계남고택이 보인다. 이곳 구름에 리조트에서 가장 큰 고택으로 1800년대 건물이다. 퇴계 이황의 8세손 이귀용이 창건한 종가로 경북 북부 지방의 폐쇄적 양반가답게 ㅁ자 형태를 지녔다. 1975년에 이곳으로 이건됐다. 정면 7칸, 측면 7칸 규모인데 안채, 사랑채, 중간방으로 구분돼 숙박할 수 있다.

계남고택 뒷집은 칠곡고택이다. 계남고택과 마찬가지로 퇴계 선생의 후손이 지은 집이다. 퇴계의 10대손 이휘면이 1831년 건립했으며, 정면 6칸, 측면 5칸 역시 ㅁ자 살림집이다. 안채, 사랑채, 작은방의 세 가지 형태의 객실로 나뉘어지는 점 또한 계남고택과 같다. 안채에 있는 다락 형태의 방은 아파트 생활만 해온 도시 아이들에게 색다른 흥미를 북돋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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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시 민속촌길 190번지에 있는 '구름에' 고택 리조트 ⓒ 조정훈


팔회당재사는 계남고택 왼편에 있다. 안동 고성이씨 법흥 탑동파에서 조상 3대의 제사와 묘소 수호를 위해 1740년에 지은 재실이다. 이곳으로 옮겨진 때는 2008년으로 다른 고택들에 비해 이사가 늦었다. 정면 5칸 측면 4칸의 으로 '튼 ㅁ자'로 지어졌다. '튼ㅁ' 형태는 'ㄷ'자 모양의 안채와 'ㅡ' 자 모양의 바깥채로 이뤄진 고택을 말한다.

팔회당재사에서 조금 더 오르막으로 올라가면 감동재사가 나온다. 1700년대 건물인 이 고택도 2008년에 옮겨왔다. 본래 안동시 용상동 북쪽의 감성골에 있었다. 고성군수와 병조정랑을 역임한 청옹(淸翁) 이후영(1649~1711) 공의 묘제와 묘소 수호를 위해 건축된 것으로 알려진다. 전체적으로 ㄷ자 모습을 보여주는 독채 건물이다. 재사 뒤에 이후영의 정자인 청옹정이 방 1칸과 내부 욕실 1개를 보유한 채 얌전하게 서 있다.

박산정은 '구름에' 중 가장 높은 지대에 있다. 본래 안동시 와룡면 도곡리에 있었는데 수몰이 진행되면서 상전마을로 이건되었다가 다시 이리로 옮겨졌다. 옮겨진 시기는 이곳 고택들 중에서 중간쯤인 2005년이다. 선조 때 공조참의를 지냈고 임진왜란 때 아우들과 의병 활동을 했던 이지(1560~1631)가 학문 수양을 위해 전립한 정자인 박산정은 정면 3칸, 측면 2칸으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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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시 민속촌길 190번지에 있는 '구름에' 고택 리조트 ⓒ 조정훈


한옥들을 구경하던 중 고택 숙박지에서는 마주치기 어려운 광경을 목도하게 된다. 사람과 짐을 실은 '카트'가 박산정을 향해 스르르 달려가는 모습이다. 많은 짐을 들고 오르막을 올라가야 하는 숙박객들을 위해 관리사무소에서 출동한 것. 역시 현대적 '리조트'답다.

아래로 내려다보니 성곽과 성문이 보인다. 저곳이 바로 드라마 촬영장이다. 그러다 보니 우연히 이곳 고택들이 성내의 집들처럼 되었다. 곧장 달려가 성루로 올라본다. 성곽 앞에 제법 널찍한 뜰이 있어 적병들이 쳐들어와 고함을 지르는 공간으로는 모자람이 없을 만하다. 성루 위는 뒤를 돌아보며 구름에의 한옥들을 한눈에 조망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성곽에서 평지로 내려온다. 고즈넉한 산길을 따라 끝까지 내려가보고 싶은 마음이 솟아오른다. 안동댐이 있고, 안동민속박물관이 저 끝에서 기다리는 길이다. 다녀와서 저녁을 먹으면 더욱 밥맛이 좋으리라.
#경북 고택 기행 #구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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