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정말 평행선일 수 밖에 없나요?"

[현장] 한국사회에서의 종교와 퀴어... 성소수자 초청 법회 참관기

등록 2015.07.13 16:44수정 2015.07.13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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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7일 오후 7시 30분,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일환으로 성소수자 초청 법회가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렸다. 법회가 시작되고, 법회참석자들이 모두 일어나 함께 반야심경을 독송하자 법회장안에 취재진들의 플래시 세례가 연신 터졌다.

"가능한 한 뒤쪽에서 찍어주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얘기를 드릴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언론에서 조금만 이해를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성소수자 초청 법회의 주최측과 참가자들에 대한 감사의 말을 전하며, '성소수자 차별 반대 무지개 행동'의 이종걸 집행위원이 걱정스런 목소리로 덧붙였다. 이 발언은 한국 사회에서의 성소수자 현실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 주위로부터의 차별과 억압으로 인해 맣은 성소수자들이 아웃팅(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의 성적 경향이 드러나는 것)의 공포를 항상 안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존재를 드려내려는 사람들과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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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초청 불교 법회 공식적인 첫 성소수자 초청 불교 법회 현장 모습 ⓒ 강지향


한국의 퀴어문화축제는 2000년 첫 회를 개최한 이후로 꾸준히 성소수자들의 존재를 사회에 알리고, 그들이 이 사회에 함께 살아가는 엄연한 사회구성원이라는 사실을 확립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매년 그래왔듯 이번 행사를 진행하는 과정 또한 순탄치 않았는데, 이는 특정 종교 세력과 보수집단의 방해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대한불교조계종 노동위원회는 차별과 폭력, 혐오가 성소수자에게 가해지고 있는 실정에 깊은 우려를 표시하며, 이번 퀴어문화축제를 함께 기념하고 성소수자들의 인권과 인격을 차별로부터 감싸주자는 뜻을 담아 법회를 열었다.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허물자는 종교단체들이 우리 사회에서도 미약하게나마 있어왔지만, 그들을 지지하기 위한 공식적 종교행사는 이번 성소수자초청법회가 거의 처음이다.

지난 6월 17일 법회에서 효록스님은 개개인은 너나할 것 없이 불성을 가진 존재, 즉 동등하고 평등한 존재로서 그 누구도 차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또한 그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예로 들며,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종교단체와 성소수자간의 갈등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모름'에서 오는 편견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알아가기 위한'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효록스님은 이 날의 강연에서 불교적 관점에서의 성소수자 지지선언 뿐만 아니라 그들의 개개인의 심리치유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얼마나 부당하게 대우를 받고, 말 못하는 아픔이 많았겠어요. 그런 상황에서 마음 속에 끊임없이 일어나는 화를 푸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기돌봄이라는 것입니다. 내 부모님, 친구들, 직장동료들도 나를 모르는 척하고 외면할 떄, 자신만큼은 자신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 같아요."

그는 이런 마음으로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을 생각한다면 현재와 같은 차별의 시대를 빨리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고,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가 좀 더 성숙해지기를 당부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이번 법회에 참여한 성소수자 A씨는 "성소수자들이 살아오면서 겪게 되는 여러 차별과 편견으로 인해 내면의 분노와 불안이 클 수 밖에 없고, 그렇기에 그들이 사회 속에서 자기 실현을 이루기까지가 험난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런 점에서 이번 성소수자초청법회와 같은 자리가 반갑고, 효록스님의 강연에 크게 위로받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 날의 법회도 놀라웠지만, 성소수자초청 법회만큼 놀라운 참가자가 있었다 그는 바로 '열린문 공동체 교회'의 크레이그 바틀렛 수습목사였다. 우리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열린문 메트로폴리탄 공동체교회'에서 대표로 참여하게 되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지난 6월 9일 퀴어문화축제 개막식에서도 반동성애 단체를 향해 '만일 동성애자인 사람이 선한 의지를 갖고 신을 찾는다면 내가 어찌 그를 판단할 수 있겠는가'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이 담긴 팻말을 들며 성소수자들을 지지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법회에 대해 "한국말을 거의 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법회가 보여준 이해와 포용을 느끼기는 어렵지 않았다"고 전하며, "성소수자들을 포용하는 종교 단체가 거의 없는 한국 현실에서 조계종이 나서서 이런 행사를 주최했다는 점이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율법을 버리고 사랑을 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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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문 공동체 교회크레이그 바틀렛 수습목사 열린문 공동체 교회크레이그 바틀렛 수습목사 ⓒ 강지향


성소수자 A씨는 인터뷰 마지막에 이런 말을 덧붙였다.

"신학은 정치적으로 올바르고 사회적으로 올바른 종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읽었던 성경에 관한 어떤 책에는 이런 구절이 나와요. '만약 율법(하느님이 모세를 통하여 이스라엘인에게 준 생활과 행위의 규범)과 사랑이 있어 이 둘 중의 하나를 굳이 선택해야 한다면, 율법을 버리고 사랑을 택하라' 라구요."

종교에서의 '율법(본 기사에서는 각 종교의 교리를 말함)'은 '보다 올바른 삶'을 위한 가르침이다. 하지만 그러한 율법으로 인하여 나의 가족들, 친구들 중 누군가가 고통받는다면 과연 그 '율법'이 절대적으로 옳은지 묻고 싶다. 나와 같이 살아가고 있는 내 친구들을 옭아매는 율법이라면 그것은 이미 율법으로써 의미를 잃은 게 아닐까. 예수를 사랑했던 예수님의 뜻대로 살고자 했던 바울이 이런 말을 했다면, 이제는 율법이 아닌 사랑을 택해야 하는 순간이 왔다고 생각한다.

이번 성소수자 초청불교법회는 성소수자들에 대해 먼저 손을 내밈으로써 '절대적인 교리'가 아닌 '우리 이웃을 사랑하자'라는 사랑을 택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이제 우리도 변할 수 있음을 그리고 그들과 함께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현대사회에서 종교의 영향과 힘은 무시할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차별과 억압에 시달리는 소수들에게 종교가 먼저 손을 내민다면, 지금의 갈등을 넘어서 공존과 화합이라는 꽃을 피울 수 있지 않을까.
#성소수자초청불교법회 #불교 #성소수자 #퀴어축제 #기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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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가락질 잘 해야만 밥 잘 먹나오 이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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