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있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 덴마크

[서평]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스물일곱 당당한 발걸음을 내딛으며

등록 2015.07.21 11:44수정 2015.07.21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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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독후감 대회에서 일반인 부문 [꿈틀상(가작)]을 받은 글입니다. [편집자말]
키워드1: 자유 덴마크가 행복한 이유 중 하나는 '자유'다.
키워드1: 자유덴마크가 행복한 이유 중 하나는 '자유'다. 오마이북

6:00 기상, 6:30 아침식사, 7:00 오전공부, 12:00 점심식사, 12:30 산책로에서 파워워킹, 1:30 오후공부, 5:00 저녁식사, 5:30 산책로에서 조깅, 6:30 저녁공부, 10:00 운동(요가), 11:00 마무리, 12:00 취침.

요즘 나의 하루다. 나는 대학교 3학년 2학기부터 휴학을 하고 2년째 외무고시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처음에는 빡빡한 계획표가 만족스러워 단 몇 분 차이도 나지 않을 만큼 필사적으로 맞춤 생활을 했는데 언젠가부터 조금씩 텀을 보이더니 요즘은 계획표 속에 갇혀있다는 답답함이 싫어 자꾸 도망치곤 한다. 그리고 이렇게까지 공부를 해야 할 의미마저 잃어버리곤 한다.


내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행복한 삶으로 그 중심에는 안정된 생활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그에 맞는 보수를 받아 여유를 갖고 즐기는 생활을 위해 지금 이 과정을 버텨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에 고개를 가로젓곤 한다. 그리고 행복은 막연함으로, 실현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를 읽으면서 알게 된 덴마크. 거의 완벽한 복지시스템으로 세계 행복지수 1위인 나라, 자세히 알지는 못해도 대학교까지 무상교육에 평생 병원비를 책임져준다는 몇 가지 사실만으로도 부러움을 갖게 한다. 하지만 그뿐, 우리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라는 생각으로 일찌감치 단념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자꾸 눈길이 가는 것은 그만큼 행복해지고 싶은 바람 때문일 것이다.

덴마크는 북유럽에 있는 스칸디나비아의 작은 나라로 인구는 약 560만 명이고 국토는 한반도의 5분의 1크기이고 사계절이 있으나 날씨가 나쁘기로 유명하다. 천연자원도 특별히 많지 않고 전국이 평평해 풍광도 볼품없지만 행복지수 세계 1위다. 바이킹의 후예인 덴마크는 300여 년 동안 유럽을 지배했고 배를 타고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협상을 통해 무역을 하고 서로의 문화를 교류하며 다른 나라들에서 본 장점들을 자신의 것으로 조합해내는 능력을 키웠다.

하지만 주변에 강대국이 많아 영국, 스웨덴, 독일과의 전쟁에서 패하면서 많은 것을 잃게 되자 중립국을 표방하며 위기를 넘겼다. 반면 재앙에서 빨리 회복하는 이상한 힘으로 밖에서 잃은 것을 안에서 찾자는 모토로 세 가지 혁신운동을 시작했다.

참교육 운동가인 그룬트비가 주도한 께어있는 농민 되기 운동, 협동조합운동, 달가스가 시작한 국토개간운동으로 이 세 가지는 모든 시민의 주체적 참여로 가능했고 새로운 나라로 향한 튼튼한 기틀을 마련했으며 그 핵심에는 신뢰와 연대가 있었다. 또한 깨어있는 농민은 산업화 과정에서 깨어있는 노동자, 깨어있는 시민으로 진화했고 이들은 이후 노동운동과 정치운동의 중심이 되었다.


'깨어있는'이라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든다. 새로운 사회, 새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들이 깨어 있어 스스로 문제 제기를 하고 스스로 깨달아야 하며 그 과정에서 스스로 더불어 즐거워야 한다.

지금 우리의 현실이 답답하고 무엇 하나 만족스럽지 못한다고 해서 그저 불만을 토로하며 지내는 것보다는 원대한 꿈을 갖고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바로 깨어있는 시민이 되는 길일 것이다. 150년이라는 세월을 겪으며 오늘날의 덴마크를 이루어 낸 것처럼 우리도 미래의 대한민국을 그리며 지금부터 시작해야 하며 다른 누가 아닌 자신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다행히 우리도 일제강점기와 박정희 시대에 덴마크를 배워 새로운 길을 찾으려는 시도가 있었고 어느 정도는 부분적으로 결과물을 낳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는 혼자가 아닌 함께, 스스로 즐겁게, 아래에서 위로 더불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모두 노력해야 한다.

덴마크의 행복한 사회는 자유, 안정, 평등, 신뢰. 이웃, 환경의 6가지 키워드로 나타낼 수 있다. 스스로 선택하는 자유로운 삶을 위해 초등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다져지고, 개인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는 촘촘한 사회 안전망으로 사회가 안정을 보호해주고, 자기 직업에 대한 강한 자부심으로 남이 부럽지 않고, 사회안전망 혜택을 받는 만큼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고, 의지할 수 있는 동네친구가 있어 유대감과 행복감을 뿌리 내리고, 개인이 친환경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인프라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이렇게 6가지 키워드들은 덴마크의 일터, 사회, 학교에서도 실현되어 행복한 삶을 만들어주고 있는데 그 속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놀라움이 커졌고 나도 모르게 행복감에 젖어들게 했다. 특히 그 시작점이 학교라는 사실에 교육의 중요함을 새삼 깨달았고 아직 배우고 있는 중이라 행복한 학교에 발을 디뎠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까지 공부는 나에게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직업을 얻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 어려서부터 공부에 대한 욕심이 많았고 열심히 한 덕에 모범생에 우등생으로 부모님께 든든함을 갖게 했는데 그 또한 남들보다는 내가 원하는 자리를 얻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시험점수를 잘 얻기 위한 기술을 터득하는 공부를 해야 했고 공부 이외에는 다른 곳으로 눈길조차 돌리지 못했다.

러다가 수능에서 만족한 점수를 얻지 못해 재수, 삼수, 사수까지 네 번의 수능을 치르고 나서야 대학생활을 할 수 있었다. 마치 대학이 인생최대의 목표인 것처럼. 그러다가 다시 또 고시 공부에 전념하다보니 내 20대는 고스란히 시험공부와 바꿔버린 결과가 되고 말았다. 그렇다고 아직 합격도 하지 못하고 여전히 책상 앞에 앉아있는 자신을 보면 가슴이 서늘해지곤 한다.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게 무엇인지,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지금 이 길이 바른 길인지. 질문을 해봐도 답이 나오지 않는, 문득 불행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행복이란 인생의 출발은 학교교육에서부터 시작하고 행복한 학교에서 행복한 인생이 시작된다. 덴마크의 학교는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 학생 스스로 찾는 방법을 가르치고 개인의 성적이나 발전보다는 협동을 중시하고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학교 운영의 주인이 되고, 학생들이 여유롭게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인생을 자유롭고 즐겁게 사는 법을 배우고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이 사회에서도 통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안정된 생활을 한다.

시험도 등수도 왕따도 없고 9년 동안 같은 반, 같은 담임으로 맞춤교육을 실시하고 그로 인한 안정감으로 학생들은 용기와 도전을 가능하게 하고 개개인의 자존감을 가지면서 친구들 사이에서 연대의식이 강하고, 그렇게 해서 자유로운 학교에서 즐거운 공부를 통해 깨어있는 시민으로 자랄 수 있게 한다.

정말이지 가슴이 탁 트인다. 우리와는 전혀 다른 학교생활을 하는 덴마크의 학생들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배우는 교육을 받는다는 생각에 부러워졌다. 성적에서 벗어난다면 경쟁에서 벗어날 것이고 각기 자신이 잘 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하면서 자신의 길을 닦아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9학년을 마치고 나서 1년 동안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스스로 결정하는 법과 더불어 함께 하는 법을 배우는 애프터스쿨을 다니며 자신의 인생을 설계한다고 하니 이 얼마나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인가.

우리나라에도 이런 제도가 있다면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길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고 무조건 대학에 가는 것만이 행복한 미래를 보장하는 게 아니라는 것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러면 고등학교 때부터 자신의 인생의 방향을 좀 더 일찍 찾게 되리라는 생각도 든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도 대학이나 사회에 진출하기 전에 다시 한 번 인생학교를 다니며 어떤 인생을 살 것인지 점검한다고 하니 삶에 대한 진지함은 물론 중요한 선택 전에 자신에게 시작 전 여유를 주고 그 선택에 주인이 되게 하며 자존감과 연대의식을 키워준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부러워졌다.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공부보다는 내 인생을 위한 선택을 다시 해보는 시간이 아닐까?

또다시 마음이 무거워진다. "우리도 행복해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우리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답을 내리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덴마크의 행복한 비밀에서 알아낸 것들을 우리의 현실에 맞춰 적용해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의 힘을 믿고 적어도 20년 후를 바라보는 시각으로 자존심과 연대의식을 갖고 깨어있는 시민으로 거듭나야 한다.

창문으로 가로등 불빛이 스며들자 나는 책상 위에 펼쳐져 있는 책들을 모두 덮었다. 그렇게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새벽을 맞이하며 여유를 두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여러 선택 가운데 살펴보고 남의 눈치 보디 않고 스스로 선택하기로 했다.

가슴 저 밑바닥에서부터 무엇인가 쿵쿵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한다. 늦었다는 생각보다는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지금 이 순간을 맞이하며 앞으로는 시간의 노예가 아닌 시간의 주인공으로 나를 믿고 내 선택을 믿으며 내 생활에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스물일곱 당당한 발걸음을 내딛으며.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 행복지수 1위 덴마크에서 새로운 길을 찾다

오연호 지음,
오마이북, 2014


#우리도행복할수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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