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이 좋은 사이 닭 쫓던 개가 아니라, 닭을 지키는 개
김경내
그 와중에도 몇 마리 남지 않은 닭들은 무럭무럭 자랐다. 닭들을 풀어놓고 키웠더니 풀도 먹고 텃밭의 채소도 먹고 모이도 먹고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먹어치웠다. 자연에서 키워서 그런지 덩치도 빨리 컸지만 나는 것도 장난 아니었다. 평행으로 1~2m 정도 나는 것은 여반장이고 수직으로 날아올라 담장을 넘나드는 것도 보통이었다.
한동안 닭과의 전쟁을 치르고 나니 지쳐서, 있는 놈만 키우자고 남편에게 말했지만, 남편은 닭의 숫자가 적다며 몇 마리 더 사 와야겠다고 했다. 애초부터 달걀을 받아서 먹기도 하고 병아리도 까게 하자는 의도로 지은 닭장이 네 마리의 닭이 살기엔 너무 넓어 보였고 빈약해 보이기는 했다.
이번에는 실패하지 않겠노라고 다짐한 우리는 닭 키우는 분들을 찾아다니며 조언을 구했다. 어떤 이는 닭들이 자는 밤에 살짝 다른 닭을 넣으라고도 했고, 어떤 이는 크기가 같거나 좀 더 큰 놈을 현재 있는 닭의 숫자보다 더 많은 숫자를 넣으라고도 했다.
'옳거니, 덩치가 비슷한 놈으로 더 많은 숫자를 밤에 넣으면 되겠다.'이번에는 수소문해서 시장에서 파는 닭을 사지 않고 야산에 풀어놓고 키우는 놈으로 사 왔다.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있는 놈들과 비슷한 몸집에 한 마리 더 많은 숫자를 몰래 넣었다. 우리 부부는 걱정스러운 마음을 진정시키며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새벽이 되자 닭장에서 난리가 났다. 푸드덕 꼬꼬 꼬꼬댁, 아니 꼬꼬댁이 아니라 마치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얼른 닭장으로 달려가서 문을 열었더니 원래 있던 놈들이 뒤뚱거리며 뛰어나왔다. 그들은 마당 한쪽에 몰려서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밤새 어디서 저런 놈들이 나타났지?' 하며 회의를 하는 것 같았다.
반면 나중 온 놈들은 그놈들대로 놀라서 닭장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빙빙 돌며 날개를 잔뜩 부풀려서 꼬꼬 거리고 있었다. 그들이 또 패를 가르는 것이 눈에 보였으나 어느 쪽도 쉽사리 덤비지 않고 서로 눈치를 살폈다. 전세를 살피는 것도 잠시, 덩치가 비슷한 놈들끼리 맞닥뜨리자 그들의 싸움은 수탉끼리의 싸움이 됐다. 피를 흘리는 싸움이 계속됐다. 살벌했지만 말릴 수도 격리할 수도 없었다.
이기는 쪽은 원래 있던 수탉이었다. 싸움의 이유는 암탉 때문이었다. 새로 온 놈이 암탉과 교배를 하려고 하면 원래 있던 놈이 사정없이 응징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을까, 만날 당하기만 하고 암탉 옆에 못 가고 눈치만 보던 놈이 벼르고 벼른 끝에 칼을 뽑아들고 드디어 봉기했다.
닭장을 살피던 남편이 다급한 목소리로 불렀다. 달려가 보니 수탉들이 싸우고 있었는데 만날 당하던 놈이 괴롭히던 놈의 볏을 거의 다 물어뜯어서 그 깡패 같던 놈이 피를 흘리며 꽁지만 내놓고 머리를 구석에 처박고 벌벌 떨고 있었다. 그날 이후로 그들의 입장은 바뀌었다. 이긴 놈은 기세등등하여 진 놈을 옴짝달싹 못 하게 했다. 여태껏 당한 분풀이를 다 해대고 있었다.
급기야 당하는 놈의 목숨 줄이 위태로운 지경까지 갔다. 우리 부부는 말했다. "그렇게 못되게 굴 때 알아봤다"고. 이긴 놈은 암탉 일곱 마리를 거느리고 거들먹거리며 돌아다녔다. 흡사 인간사를 보는 것 같았다.
7월 14일, 그렇게 온갖 풍파를 다 겪고 난 후에 병아리 일곱 마리를 얻었다. 그러니 어찌
감회가 새롭지 않겠는가. 우리는 온 신경을 병아리에게 쏟았다. 행여 뱀이 나타날까, 쥐가 물고 가지는 않을까, 이리저리 고민한 끝에 병아리 집을 닭장에서 꺼내 눈에 잘 띄는 뒤뜰 토방에 올렸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생각지도 못한 길고양이가 병아리 집을 기웃거리고 있는 게 아닌가. 깜짝 놀라 고양이를 쫓고 또다시 머리를 짜기 시작했다.
진돗개를 닭장 옆으로 옮겼다. 진돗개도 입맛을 쪽쪽 다시며 병아리 집을 향해 달려들었다. 병아리 특유의 냄새가 고양이와 개의 코를 자극하나 보다. 하지만 개라도 가까이 있어야 고양이나 뱀, 혹여 있을 다른 짐승의 근접을 막을 수 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철통같이 병아리 집을 단속하고 개의 목줄을 안 닿을 만큼 묶어 놓고 보니 이제 조금 안심이 된다.
이제 우리 집 닭장에는 평화가, 우리 집 마당에는 봄 아닌 봄이 찾아왔다. 이 또한 귀촌의 애로이기도 하지만 기쁨이기도 하다.

▲깬지 사흘된 병아리 깬지 사흘된 병아리가 어미 품에서 나오고 있다.
김경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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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내(金庚柰)
글을 써야 숨을 쉬는 글쟁이입니다.
동시집 《꿈꾸는 돼지 꼬리》는 2025‘올해의 좋은 동시집’선정.제
44회 조연현문학상. 제31회 광전아동문학상. 제3회 백조문학상 수상.
또한, 신문과 잡지등에 꾸준히 글을 발표하며, 누가 읽어도
여운과 공감을 가지는 수필과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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