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왜, 자판기 천국이지?

일본 사람 24명에 한 대씩 자동판매기가

등록 2015.07.16 20:47수정 2015.07.17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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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이곳저곳에서 자동판매기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전차를 탈 때도 자동판매기에서 표를 사고, 자동 개찰기에 표를 집어넣어야 역 개찰구를 지날 수 있고, 홈에도 이곳저곳에 자동판매기가 있습니다. 식당 입구에도 자동판매기가 놓여있어 이곳에 돈을 넣고 먹고 싶은 메뉴를 골라 표를 사서 식당 직원에게 주면 먹거리를 줍니다.


화장실 입구에는 대부분 작은 휴지 판매용 자동판매기가 놓여있고, 대학에도 재학증명서나 졸업증명서를 발급하는 자동판매기가 놓여있습니다. 그밖에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현금인출기나, 공중전화기 역시 자판기의 변형된 모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일본의 자동판매기는 음료수 등 먹거리용과 비먹거리용로 나누어 관리되고 있습니다.

1888년부터 시작된 일본 자판기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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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교토에 있는 류코쿠대학 안에 있는 자동판매기입니다. 왼쪽 사진은 음료수를 사고 있는 모습이고, 오른 쪽 사진은 자동판매기에 음료수를 보충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 박현국


일본에서 자동판매기가 처음 만들어진 것은 1888년 무렵입니다. 담배나 우표나 엽서를 판매하는 자동판매기를 만들면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일본 전국에 설치된 자동판매기는 약 509만4천 대(2013년 기준)라고 합니다. 이 숫자는 해마다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일본 사람 24명에 자동판매기가 한 대씩 있는 꼴입니다.

특히 시골보다는 사람들이 붐비는 도시에 자동판매기가 많습니다. 시가지에서는 어디서나 쉽게 자동판매기를 볼 수 있습니다. 자동판매기는 말 그대로 판매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은 곳에 있어야 많은 사람들에게 물건을 팔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 자동판매기의 종류는 아주 많습니다.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은 음료수입니다. 음료수 자동판매기는 전체의 반이 조금 넘습니다. 자동판매기의 설치와 매출액은 해마다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몇 년 전 담배 자동판매기 사용 때 나이 확인 카드가 도입되면서 판매액이 줄었다고 합니다.


2013년 자동판매기 매출액은 5조2138억200만 엔이었습니다. 이 매출액은 일본 사람 한 사람이 한 해 동안 4345엔을 자동판매기에 사용한다는 계산입니다. 미국의 경우 일본 보다 이용되는 자동판매기 대수(658만 대)는 많지만 매출액(3조5900억 엔)은 4분의 1 정도가 적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왜 일본에는 자동판매기가 많을까요? 왜 일본 사람들은 자동판매기를 좋아할까요?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아마도 실용적이고 경제적이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아무나 손쉽게 기계에 돈을 넣고 원하는 것을 골라서 삽니다. 말할 필요도 없고, 사람 얼굴을 마주할 필요도 없습니다. 또한 자판기를 놓을 수 있는 작은 공간만 있으면 어느 곳에나 설치할 수 있는 것도 이유 가운데 하나일 것입니다.


또 하나 일본 사람들의 기계에 대한 믿음과 손재주도 원인입니다. 작고 깜찍한 것을 정밀하게 만드는 일본 사람들의 기술은 오래전부터 잘 알려져 있습니다. 자동판매기에도 여러 가지 크기가 있지만 자동판매기 단순합니다. 돈을 넣고 돈 액수만큼 물건을 팔고, 거스름돈을 내줍니다. 이 단순한 기능을 정교하게 만들어 틀림이 없다는 확신이 있을 때 사람들은 이용합니다. 특히 최근 전기 소비를 줄인 절전형 기계나 찬 음료수와 따뜻한 음료수를 파는 제품이 많이 보급되어 있습니다. 

또 하나 일본 사회의 안전성과 일본 사람들의 얌전함을 들 수 있습니다. 자동판매기에 판  돈이 들어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자동판매기가 도둑을 당하는 일이 전혀 없지 않지만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일본 사회가 비교적 안정되어 있고, 일본 사람들 역시 공격적이기보다 얌전하기 때문에 보급에도 큰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 하나 일본 날씨를 들 수 있습니다. 특히 습하고 무더운 여름 날씨를 견디기 위해서 시원한 물이 필수적입니다. 이 때 가까이에 있는 자동판매기를 이용하여 물이나 음료수를 사서 마십니다. 자동판매기 매출액은 여름이 겨울의 두 배에 상당합니다. 이것은 무덥고 습한 여름이 자동판매기의 매출을 부추긴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근 날로 무더워지는 날씨는 자동판매기의 매출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마냥 좋지만은 않은 자판기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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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사진은 고베시 산플라자 식당가 음식점 앞에 있는 자동판매기이고, 오른쪽 사진은 대학에 있는 자동 증명서 발급기입니다. ⓒ 박현국


자동판매기의 보급과 매출 확대가 늘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최근 자동판매기에 의한 담배 세금 포탈이나 탈루가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자동판매기에는 현금을 주로 사용하고, 거래가 기계로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24시간 늘 사용하기 때문에 자동판매기 주변 소음이나 환경 문제나 시야를 가리는 곳이 생겨서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자동판매기 설치가 늘어나면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자동판매기에 모든 음료가 한 개에 100엔이나 100엔 미만인 곳도 생겼다고 합니다. 설치 장소에 때라서 매출액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자동판매기의 증가는 좋은 일만이 아닙니다. 사람과 얼굴을 마주하는 것이 싫고, 부담스러워하는 것은 사람 사는 세상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일입니다. 그렇지만 얼굴을 마주하면서 사고 싶은 않은 콘돔을 자동판매기가 대신 팔아주는 일도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참고 누리집> 일본 자동판매협회, http://www.jama-vm.com/, 2015.7.17.

일본 자동판매기공업회, http://www.jvma.or.jp/, 2015.7.16.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자동판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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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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