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망한 화장실,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까요?"

건물 간격 가까워 화장실 내부 그대로 보여

등록 2015.07.21 14:39수정 2015.07.2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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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도서관 내부가 훤히 보이는 화장실

도서관 내부가 훤히 보이는 화장실 ⓒ 김민규


지난 20일 늦은 저녁, 수원 정자 공원에서 운동을 하던 학생들은 화장실에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 도서관 안에 앉아 있는 사람과 눈이 마주쳤기 때문이다. 볼일을 보던 학생 중 일부는 미쳐 일을 다 보지도 못하고 부리나케 화장실에서 뛰쳐나왔다. 이 학생들 말고도 화장실에서 흠칫하고 놀라는 시민들도 있었다.

민망한 상황이 자주 연출되는 이 화장실은 공원 내에 있어 이용객들이 꽤 많은 편이다. 일부 이용객들이 '민망한 화장실'이라고 부르는 이 화장실은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정자 공원에 있는 수롱이화장실이다. 제3회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 공모전에서 장려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수롱이화장실에는 민망한 상황이 자주 연출된다.

공원 이용객에게 꼭 필요한 화장실

a  수원 정자공원에 있는 수롱이화장실

수원 정자공원에 있는 수롱이화장실 ⓒ 김민규


그 이유는 남자화장실 내에 있는 소변기가 밖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옆에는 북수원도서관이 있는데 이곳 1층 강당과 수롱이화장실은 바로 인접해 있다. 문제는 두 건물과 간격이 너무 가까워 강당과 화장실이 서로 내부가 보인다는 점이다. 낮에는 빛에 비쳐 화장실과 도서관 강당 내부가 서로 잘 보이지 않지만 저녁 시간에는 뚜렷하게 보인다.

도서관 강당에서는 저녁 시간에 수시로 강좌가 열리고, 시험 기간에는 열람실이 부족해 학생들에게 개방한다. 그런데 이처럼 민망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도서관에서는 저녁 시간에 블라인드를 내리는 조치를 하고 있지만, 이용객들이 임의로 블라인드를 올리고 창문까지 여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수원 정자 공원은 규모가 큰 공원은 아니지만, 주변이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개발됐고 대학교와 초·중·고등학교가 많아 이용객들이 많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많은 주민이 이용하고 있고, 수롱이화장실 옆에는 테니스장까지 있어 이용률이 높다. 수롱이화장실은 샤워실도 갖추고 있어 테니스 동호회를 비롯해 테니스를 즐기는 시민들이 수롱이화장실을 자주 이용하고 있다.

수롱이화장실이 꼭 필요한 시설임에는 분명하지만 애초 위치가 잘못 선정됐다는 지적도 있다. 우선 북수원도서관과 너무 가까운 곳에 설치됐다. 건물 간 간격이 너무 가까워 서로 내부가 보이는 등 문제가 있다. 또 공원 좌측에 너무 치우쳐 있다는 의견이다. 공원 중앙부에 화장실이 위치했다면 공원 이용객들이 더 편리했을 것이란 아쉬움이다.


민망한 화장실 이곳 말고 또 있어

a  한 건물처럼 인접한 도서관과 화장실

한 건물처럼 인접한 도서관과 화장실 ⓒ 김민규


정자 공원 수롱이화장실은 저녁 시간에 학생들의 흡연 아지트가 된다. 북수원도서관 1층 휴게실을 통해 밖으로 빠져나온 학생 몇 명이 화장실 옆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도서관 앞 정자는 금연구역이고, 길가는 유동인구가 많으니 인적이 드물고 건물 사이라 외부에서 잘 보이지 않는 화장실 옆이 흡연 장소가 된 것이다. 가까이 붙어 있는 북수원도서관과 화장실 건물은 학생들에게 완벽한 탈선공간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정자 공원 화장실처럼 민망한 상황이 연출되고, 때로는 청소년 탈선공간이 되기도 하는 화장실은 이곳 말고도 또 있다. 화서 공원 화장실이 바로 그런 곳이다. 화서 공원 화장실은 대변을 보고 일어서면 주변 길가를 걷는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게 된다. 비록 볼일을 보는 모습이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화장실 내부에 있는 사람과 길가에 있는 사람이 서로 눈을 마주치는 것은 민망한 일이다.

수원시 곳곳에는 이런 민망한 상황이 자주 연출되는 공공 화장실이 여러 곳이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와 김민규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화장실 #공공화장실 #도서관 #수롱이화장실 #화서문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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