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인클럽의 부부 회원으로 가입한 김기표, 김나이씨 가족.
박형숙
7월 6일 10만인클럽에는 '따로 또 같이' 가입한 두 명의 회원이 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주소를 기재하지 않아(※주소로 10만인클럽 가입선물-다이어리북이 발송된다) 확인차 문자메시지를 보냈더니, 어라? 수신된 주소가 같았다.
부부 가입자였다. 이례적이다.
김기표(39), 김나이(33) 부부 회원이 그 주인공. 신기해서 물었다. '신혼이세요?' 남편 혹은 아내가 하는 일에 이처럼 일심동체의 마음을 낸다는 게 신혼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할 거라는, 구혼인 기자의 편견에서 나온 질문이다. 헌데 딱히 그 이유도 아니다. 결혼 5년 차, 3살짜리 딸아이가 있으며 9월 둘째 아이 출산을 앞둔 맞벌이 부부. 김씨 부부는 직장 동료로 만났다. 지금은 각자 다른 회사에 다닌다. 남편은 티셔츠를 전량 수출하는 무역회사에 근무하고, 김나이씨는 사무직으로 구매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 남자, 그 여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7월 14, 15일 이틀에 걸쳐 따로 진행됐다. 최대한 인터뷰 내용을 있는 그대로 살리기 위해 구술 형태로 정리했다.
#. 그 여자 이야기사는 곳이 수원인데 오전 6시면 집에서 출발한다. 차가 막히지 않아 30분이면 직장에 도착한다. 남편이 나를 내려주고 자기 회사로 가는데, '우리가 함께하는 출근길 30분'이 세상과 소통하는 시간이다. 자가용 시동을 걸자마자 습관적으로 라디오방송을 켠다.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뉴스들이 화젯거리인데 나는 주로 묻고 남편이 답한다.
남편의 뉴스 출처는 <오마이뉴스>일 때가 많았다. 한번은 지나가는 말처럼 "<오마이뉴스>에 기부하고 싶다"고 하길래 "어, 그래?" 하고 듣다가, 어떤 매체인지 궁금해서 들어가 봤다. 기부 가치가 있다 싶었다. 그래서 바로 10만인클럽 회원으로 가입하고 남편에게 말했다. "나 했어 여보, 당신은 했어?" "아, 깜박 잊고 있었네!" 그러더니 남편도 바로 가입했다.
사실 나는 포털을 통해 뉴스를 단편적으로만 보는 편이었다. 그런데 평소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내가 모르는 사실과 의견을 접하게 될 때가 많다. 그래서 궁금했다. '이 사람과 나의 차이는 뭘까?' '이 사람의 소스는 어디일까?' 남편은 토론할 때마다 나를 놀라게 한다. 나는 배우는 입장이다. '아 그래서 그런 거구나!' 깨닫는 재미가 있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있다. 은근히 불만도 많다. 아이가 생기니까 더 그렇게 되더라. 그런데 남편이 내 고민을 흘려듣지 않고 반응을 해주니까 참 좋다. 단 한 번도 화내거나 귀찮아 하지 않는다. 그랬다면 내가 위축됐을 텐데, 사회에 대한 관심을 이어갈 수 있게 해줘서 남편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 그 남자 이야기 <오마이뉴스>는 지난 3월부터 앱을 내려받은 뒤 자주 접하게 되었다. 시각이 신선하고 진실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런 언론사가 자금난 때문에 사라진다면 큰일 나겠다 싶어 후원을 결심했다. 불우이웃이나 아동 돕기 후원은 하는데 언론사 후원은 <오마이뉴스>가 유일하다. 세월호 뉴스는 꼭 챙겨본다. 피해자들은 있는데, 그리고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데 처벌받는 사람이 없다는 게 답답하다.
기사를 볼 때 댓글을 유심히 본다. 어떤 시각으로 쓰였는지 파악이 잘 안 될 때 도움이 많이 된다. 7년 정도 해외 근무를 하면서 오히려 국내 상황을 더 잘 볼 수 있었다. 정보의 홍수에 묻히지 않고 골라 볼 수 있는 거리가 유지되었던 것 같다. 한국에 들어오기 싫었다. 아이 키우기에 적합한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이없는 일이 계속 벌어지니까 자괴감이 더 커지더라.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찾고 있다. 특히 교육에 있어 '옆집 아줌마 얘기'에 휘둘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가려 한다. 기본은 '가정'이니까 또 아빠로서 '본'을 보이려고 노력할 것이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함께 하는 재미를 누려보고 싶다. 내 아이의 성장을 위해 그 정도 수고는 할 각오가 되어 있다.
내 꿈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드라마작가다. 지금은 다른 길을 가고 있지만, 현재 한국 드라마의 비현실적인 공식을 깨고 싶다. 재벌 이야기가 아니라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
<오마이뉴스>에 당부하고 싶은 것은 기사가 일회성 소비로 끝나지 않도록 좋은 뉴스는 두고두고 볼 수 있게 모아 둔다거나, 미제의 사건이 묻히지 않도록 끝까지 따라붙는 근성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뉴스를 기억하지 못하게 만드는 우리 사회 시스템에 균열을 내는 언론이길 바란다.
#. 그 남자-그 여자 이야기 부창부수(夫唱婦隨)는 '남편이 어떤 일을 하고 나서면 아내는 그 일을 도와가며 서로 협동하고 화합하는 부부'를 가리키는 말이다. 한마디로 뜻이 잘 맞거나 행동이 일치하는 부부다. 김기표, 김나이씨는 요즘 보기 드문 부창부수 커플이었다.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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