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의 이름이 적힌 반지를 끼고 있는 수정이 아빠 김종근씨. 여느 아빠와 다르지 않은 투박한 손이다. 수정이 엄마는 "나보다 더 섬세하고 바느질도 잘해요"라고 말했다.
이희훈
- 십자수는 어떻게 하게 됐나요?"작년에 국회에서 농성할 때 유가족 엄마들 중 몇 명이 십자수를 했어요. 아이 얼굴로 베개를 만든다고 하는데 괜찮아 보이더라고. 그런데 아빠가 그걸 들고다니기는 좀 그렇잖아요. 근데 딸 얼굴이 너무 보고 싶었어. 그래서 집에서만 하는 걸로 생각하고 시작했죠."
- 처음 하는데 어떻게 저렇게 큰 걸 만들었나요?"아. 패턴을 만들어주는 업체가 있어요. 거기 사진을 갖다주면 실이랑 패턴을 갖다 줍니다. 그러면 색깔 실을 바꿔가면서 칸에다 뜨는 거죠."
- 칸이 상당히 작은데. "이거 할려고 안경을 새로 맞췄어요. 사고가 발생한 이후로 시력이 갑자기 나빠져서. 가끔은 운전하는데 물체가 두 개로 보였어요. 치료받고 나서 지금은 좀 괜찮아지긴 했는데."
- 얼마나 걸렸나요."두 개 만들었는데 큰 거는 7개월 정도 걸렸어요. 11장의 패턴을 채워야 하는데 패턴 1장에 7000칸이니까 총 바느질은 7만7000땀 정도 되지요. 작은 거는 땀 수가 4만 땀 정도로 적고 패턴도 조금 쉬운 편이라 4개월 정도 걸렸어요."
- 딸 얼굴 한참 봤겠어요.(웃음)"그렇죠. 처음 할 때는 3일 밤을 샜으니까.(웃음) 보통 십자수를 뜰 때는 테두리부터 잡아요. 그런데 저는 얼굴부터 시작했어요. 빨리 보고 싶어서. 눈, 코, 입 먼저 해놓고 주변을 채워갔죠. 이거 하느라 사람들도 거의 못 만났어요. 하루 평균 9시간은 떴으니까."
- 다른 생활은 안 하셨어요?"제가 사고 이후 1년 동안은 일을 못했어요. 진상규명 때문에 여기저기 쫓아다니고 또 일도 손에 안 잡히잖아요. 그런데 되는 일은 없고…. 그럼 딸이 보고 싶어지니까 집에 와서 이걸 하는 거죠. 양반다리 하고 한 2~3시간 뜨다가 다리 저리면 옥상 가서 담배 한 대 피우고 와서 다시 뜨고…. 그런 식이었어요."
"치적은 그렇게 밝히려고 하면서 세월호 진상은 감추려고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