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을 방문 중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동행 의원들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더블트리 바이 힐튼호텔에서 열린 한국전참전용사 만찬에서 한국전 참전용사들과 유가족들에게 감사의 큰절을 올리고 있다. 오른쪽 부터 김학용, 장윤석, 이군현, 김정훈, 김무성, 강석호, 심윤조, 정옥임, 김영우, 양창영 의원.
연합뉴스
"여러분들은 대한민국의 은인이다.""우리나라를 살려 주신 분들인데 백 번 절 해도 부족하다." 언론에 보도된 김무성 대표의 '말말말' 중 일부다. 방미 중인 그는 지난 25일엔 6·25 참전용사 앞에서 큰절을 올렸다. 다음날엔 미8군 초대 사령관의 무덤 앞에서 무릎을 꿇고 큰절을 했다. 일부 언론들은 이를 두고 '큰절 외교'라 명명했다. 헌데, 퍼포먼스도 퍼포먼스 나름이고, 정도껏 해야 하지 않겠나.
속이 빤히 보이는 이러한 국내용 퍼포먼스를 외교라고 착각하는 여당 대표를 어찌해야 하나. 메르스 사태 당시 식당에서 국밥을 먹으며 SNS에서 올리는 걸로 국민들을 위로하(단고 생각하)던 버릇은 멀리 타국 땅에서도 고치지 못하는 것 같다. 그의 과한 대미 애정 고백은 경박하다 못해 자기 분열적인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이런 말들은 어떠한가.
"(우리에게는) 역시 중국보다 미국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가겠다.""미국은 독보적인 동맹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중국보다 미국이라니. 이런 섣부른 양자택일의 언어가 외교 노선에 있어 자칫 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여당 대표라니, 통탄할 일이다. 심지어 그는 2013년 1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한 바 있다.
시진핑 주석에게 친서를 전달하기도 한 당시 김무성 특사단 단장은 "양국간 새로운 협력과 유대를 강화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 출범 전 첫 특사 파견지로 중국을 고른 데 대해 이런 말을 남겼다.
"한국으로서는 미국과 중국 중 어디가 더 중요하다는 말을 하기가 그렇다. 중국은 가장 가까이 있고 교류와 왕래가 잦은 곳이다." "한국과 중국 사이에 별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양국 관계) 복원이라는 말은 맞지 않다. 지금까지보다 더 좋은 관계로 향상시키는 교류가 맞다."중국과 미국 중 양자택일 못하던 김무성은 왜 돌변했나김무성 대표의 이번 '큰절 외교'가 대권 행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그래서일까. 양자택일과도 맞지 않는 중요한 외교적 발언을 거침없이 내뱉는 김무성 대표의 근거 없는 자신감이 딱해 보일 지경이다. 아니, '유승민 정국'으로 다소 위태로워진 대권 가도에 불을 붙여 보려는 몸부림으로 해석될 정도다.
60대 중반의 여당 대표가 오매불망 한미동맹만을 부르짖으며 (외교적으로 주요 인사인지도 가늠할 수 없는) 미국인들에게 큰절까지 올리는 광경을 보며, 새누리당 지지자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안 그래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박근혜 정부와 외교부의 외교 정책을 두고 하마평이 무성한 이때, 김무성 대표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박근혜 대통령은 과연 '큰절 외교'를 반길까.
국내로 눈을 돌려 보자. JTBC <뉴스룸>은 27일, 주한미군이 탄저균 실험을 위한 최신 장비들을 2013년부터 들여왔다고 보도했다. 지난 23일 미 국방부가 "살아있는 탄저균을 한국에 보낸 것은 의도치 않은 배달사고"였다는 발표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정황이다.
<뉴스룸>은 미 국방부가 탄저균과 같은 고위험 병원체를 사전에 탐지해내는 '주피터 프로그램' 체제를 실험하기 위해 경기도 오산과 서울 용산 기지 등 세 곳에 관련 장비를 설치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이 외에도 주한미군이 2013년에 수립된 이 주피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한국을 미군의 생물학전 실험실로 사용했을 가능성에 대한 의혹이 수차례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28일 한미 합동실무단(JWG)을 구성, 한국 내 조사와 미 국방부 자체 조사들을 종합해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대책을 '검토'할 것이라 밝혔다. 두 달째 이어진 진상 규명 목소리에도 별다른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던 외교부가 주한미군의 발표 직후 내놓은 대책은 그야말로 '베이직'한 수사들뿐이다. 그만큼 탄저균 반입과 같은 심각한 사안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가 주도권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진상규명의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인 것이다.
김무성에게 영화 <암살>을 추천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