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보다 미국" 김무성의 위험한 혀

[게릴라칼럼] 한미동맹 부르짖는 김무성의 일방적인 방미 행보

등록 2015.07.29 19:16수정 2015.07.29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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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열린 29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차를 타고 떠나려하자, 한 세월호 유가족이 무릎을 꿇고 "세월호특별법제정 꼭 도와주십시오"라며 간절하게 요청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열린 29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차를 타고 떠나려하자, 한 세월호 유가족이 무릎을 꿇고 "세월호특별법제정 꼭 도와주십시오"라며 간절하게 요청하고 있다.이희훈

자식을 잃은 부모가 무릎을 꿇었다. 유력 정치인에게 "도와 달라"고 간청했다. 그 부모들은 "살려 달라"며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국회에 들어간 참이었다. 무릎까지 꿇은 그 부모를 마주한 정치인은 재빨리 차에 타고 자리를 떴다. 돌아온 건 건성으로 "예~ 예~"라는 한 외마디 답이 전부였다고 한다. 

예상대로, 그 정치인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고, 그 부모는 세월호에서 희생 당한 단원고 이창현군의 아버지 이남석씨다. 지난해 10월 29일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있던 국회 본청 앞에서 촬영된 한 장의 사진. 이남석씨가 김무성 대표 앞에서 울 듯한 표정으로 무릎을 꿇은 사진은 널리 회자됐다.

김무성 대표는 당시 이남석씨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 여기긴 했을까. 억울함을 호소하고자 나선 슬픔에 찬 유족을 찬 콘크리트 바닥에 무릎을 꿇려 둔 채 황급히 떠나는 여당 당대표에게 국민들은 어떤 희망을 품어야 할까. 보듬어 안아 주고 위로를 건네기는커녕 차 안에서 고자세를 취하는 여당 대표에게 다수의 국민들이나 세월호 유족 모두 허탈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시계는 빠르게 흘렀다. '메르스 사태'와 '유승민 정국'을 겪은 김 대표는 이 위기를 훌륭히 타개했다 생각했을까. 미국으로 날아간 김무성 대표가 깨춤을 추고 다니는 중이다. 이른바, '큰절 외교'란다. 목례와 같은 인사법도 없는 타국까지 날아가 큰절을 넙죽 올리는 꼴이 문자 그대로 가관이다.

마치,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내치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넙죽 엎드렸던 자신을 퍼포먼스로 재현한 느낌이다. 상대방은 전혀 모르는 격식 차린 예절로 오버하는 이 여당 대표, 왜 그러는 걸까. 자신 앞에서 무릎 꿇은 세월호 유가족은 철저히 무시한 그가 미국에 가서 큰절을 올리는 모습을 어떻게 봐야 할지, 당혹스럽기 짝이 없다.    

미군에게 백 번 절 해도 부족하다는 김무성 대표

  미국을 방문 중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동행 의원들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더블트리 바이 힐튼호텔에서 열린 한국전참전용사 만찬에서 한국전 참전용사들과 유가족들에게 감사의 큰절을 올리고 있다. 오른쪽 부터 김학용, 장윤석, 이군현, 김정훈, 김무성, 강석호, 심윤조, 정옥임, 김영우, 양창영 의원.
미국을 방문 중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동행 의원들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더블트리 바이 힐튼호텔에서 열린 한국전참전용사 만찬에서 한국전 참전용사들과 유가족들에게 감사의 큰절을 올리고 있다. 오른쪽 부터 김학용, 장윤석, 이군현, 김정훈, 김무성, 강석호, 심윤조, 정옥임, 김영우, 양창영 의원.연합뉴스

"여러분들은 대한민국의 은인이다."
"우리나라를 살려 주신 분들인데 백 번 절 해도 부족하다."


언론에 보도된 김무성 대표의 '말말말' 중 일부다. 방미 중인 그는 지난 25일엔 6·25 참전용사 앞에서 큰절을 올렸다. 다음날엔 미8군 초대 사령관의 무덤 앞에서 무릎을 꿇고 큰절을 했다. 일부 언론들은 이를 두고 '큰절 외교'라 명명했다. 헌데, 퍼포먼스도 퍼포먼스 나름이고, 정도껏 해야 하지 않겠나.

속이 빤히 보이는 이러한  국내용 퍼포먼스를 외교라고 착각하는 여당 대표를 어찌해야 하나. 메르스 사태 당시 식당에서 국밥을 먹으며 SNS에서 올리는 걸로 국민들을 위로하(단고 생각하)던 버릇은 멀리 타국 땅에서도 고치지 못하는 것 같다. 그의 과한 대미 애정 고백은 경박하다 못해 자기 분열적인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이런 말들은 어떠한가.


"(우리에게는) 역시 중국보다 미국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가겠다."
"미국은 독보적인 동맹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중국보다 미국이라니. 이런 섣부른 양자택일의 언어가 외교 노선에 있어 자칫 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여당 대표라니, 통탄할 일이다. 심지어 그는 2013년 1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한 바 있다.

시진핑 주석에게 친서를 전달하기도 한 당시 김무성 특사단 단장은 "양국간 새로운 협력과 유대를 강화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 출범 전 첫 특사 파견지로 중국을 고른 데 대해 이런 말을 남겼다.

"한국으로서는 미국과 중국 중 어디가 더 중요하다는 말을 하기가 그렇다. 중국은 가장 가까이 있고 교류와 왕래가 잦은 곳이다."
"한국과 중국 사이에 별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양국 관계) 복원이라는 말은 맞지 않다. 지금까지보다 더 좋은 관계로 향상시키는 교류가 맞다."

중국과 미국 중 양자택일 못하던 김무성은 왜 돌변했나

김무성 대표의 이번 '큰절 외교'가 대권 행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그래서일까. 양자택일과도 맞지 않는 중요한 외교적 발언을 거침없이 내뱉는 김무성 대표의 근거 없는 자신감이 딱해 보일 지경이다. 아니, '유승민 정국'으로 다소 위태로워진 대권 가도에 불을 붙여 보려는 몸부림으로 해석될 정도다. 

60대 중반의 여당 대표가 오매불망 한미동맹만을 부르짖으며 (외교적으로 주요 인사인지도 가늠할 수 없는) 미국인들에게 큰절까지 올리는 광경을 보며, 새누리당 지지자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안 그래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박근혜 정부와 외교부의 외교 정책을 두고 하마평이 무성한 이때, 김무성 대표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박근혜 대통령은 과연 '큰절 외교'를 반길까.

국내로 눈을 돌려 보자. JTBC <뉴스룸>은 27일, 주한미군이 탄저균 실험을 위한 최신 장비들을 2013년부터 들여왔다고 보도했다. 지난 23일 미 국방부가 "살아있는 탄저균을 한국에 보낸 것은 의도치 않은 배달사고"였다는 발표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정황이다.

<뉴스룸>은 미 국방부가 탄저균과 같은 고위험 병원체를 사전에 탐지해내는 '주피터 프로그램' 체제를 실험하기 위해 경기도 오산과 서울 용산 기지 등 세 곳에 관련 장비를 설치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이 외에도 주한미군이 2013년에 수립된 이 주피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한국을 미군의 생물학전 실험실로 사용했을 가능성에 대한 의혹이 수차례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28일 한미 합동실무단(JWG)을 구성, 한국 내 조사와 미 국방부 자체 조사들을 종합해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대책을 '검토'할 것이라 밝혔다. 두 달째 이어진 진상 규명 목소리에도 별다른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던 외교부가 주한미군의 발표 직후 내놓은 대책은 그야말로 '베이직'한 수사들뿐이다. 그만큼 탄저균 반입과 같은 심각한 사안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가 주도권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진상규명의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인 것이다.

김무성에게 영화 <암살>을 추천하는 이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당 소속 국방위 위원들과 함께 2일 서울 용산 한미연합사령부를 찾았다. 김 대표가 "한국에서는 존경과 감사의 표시로 업어주는 관례가 있다"면서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을 업어주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당 소속 국방위 위원들과 함께 2일 서울 용산 한미연합사령부를 찾았다. 김 대표가 "한국에서는 존경과 감사의 표시로 업어주는 관례가 있다"면서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을 업어주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그 미군에게 큰절을 올리는 김무성 대표가 이끄는 여당은 무엇을 했던가. 탄저균 문제가 불거진 지난 6월 초, 7월 열린 예정이었던 SOFA 합동위원회에서 탄저균 대책을 논의하겠다는 발표가 전부였다. 아, 하나 더 있다. 지난 2일 김무성 대표가 한미연합사령부를 찾아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 연합사령관을 업어줬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차마 탄저균 반입이 고마워서 그랬다고는 해석할 수 없다. 그렇다면, 반입한 것도 그들이 아무 일 없었다는 해명을 내놓은 것이 그저 고마웠던 걸까. 

"한국에서는 존경과 감사의 표시로 업어주는 관례가 있다"던 김 대표는 미 본토로 가서는 큰절을 올렸다. 그리고 두 달이 훌쩍 흘렀다. 탄저균 반입에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려야 했던 국민들의 안위는 아랑곳없이, 사과를 받아도 모자랄 판에 한미동맹만을 앵무새처럼 외쳐대는 김무성 대표의 머릿속에는 이미 보수층 결집을 통한 지지율 올리기 밖에 없는 듯 보인다. 그것도, 한국과 어떤 협의도 없이 '주피터 프로그램' 체제를 실험하려 한 미군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면서 말이다.

28일(현지시간)부터 김무성 대표는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을 비롯해 미 하원 여야 원대대표 등을 만난다. 국내용 이미지 외교에서 탈피해 어떤 성과를 들고 올지 지켜볼 일이다. 그리고, 다녀와서는 꼭 영화 <암살>을 관람하기 바란다.

흥행 돌풀을 일으키고 있는 <암살>은 1930년대를 주요 배경으로 독립군이 친일파를 암살하려는 내용을 다루는 작품이다. 대작영화의 재미를 느끼려는 관객들과 더불어 광복 70주년을 맞아 독립운동의 의미를 되새기려는 관객들까지 극장으로 향하는 중이다.

'부친 친일파 논란'을 겪은 김무성 대표라면, <암살> 속에 등장하는 친일파 염석진의 모습이 남다르게 다가올 것이 확실하다. "부친이 친일파가 아니다"라고 단언한 그이기에 <암살>은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고 한미일 관계를 되돌아보는 데 좋은 역사 교과서가 되어줄 것이다.

시기도 딱 좋다. 미국과 일본이 동맹을 강화하고, 박근혜 정부와 외교부 역시 실익이나 명분을 내주면서까지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나선 때가 아닌가. <연평해전>을 앞장 서 관람한 김무성 대표이기에 <암살> 역시 꼭 관람하리라 믿는다. 이번 방미를 통해 한미 관계에 대해 너른 시각을 확보했을 대권주자 김무성은 한일 관계에 대한 철학 역시 공고히 할 필요가 있을 테니.

○ 편집ㅣ최은경 기자

#김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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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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