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요리에 대해 워낙 코스 주문이 어렵다느니, 값이 비싸다느니 하는 말을 많이 들어 제대로 된 프랑스 요리도 못 사먹어봤다. 부끄러운 고백이다. 고흐가 그린 카페테라스의 모델이 된 바로 그 카페이다.
이성애
그냥 걸어 다니며 볼 수 있는 만큼 보자는 내 말에, 남편은 서둘러 설거지, 빨래 등의 가사를 신속하게 마무리했다. 그런데 남편은 캠핑 생활자에서 여행자로 변신하려는 순간 "그런데 여긴 아를이 아닌 것 같아"라고 말했다. 물론 나도 뭐가 뭔지 모르기에 일단 다른 누군가에게 물어보자고 했다. 하지만 막상 물어보려고 했을 땐 선뜻 물어볼 사람이 없었다.
그중 그나마 아침과 저녁으로 눈빛 교환에 간단한 인사 정도 나눈 할머니한테 다가가 "여기가 아를이에요?"하고 물었더니 "농"이라고 하신다. 짧고 단호하게!
아이코, 여긴 아를이 아니다. 하룻밤을 잔 후에야 이곳이 당초 목적지였던 아를이 아님을 알게 된 것이다. 단지 우리가 있는 곳이 어딘지 알기 위해 자동차에 올라 사람 가리지 않기로 유명한 내비게이션에 물었다. 내비게이션 그녀가 말하길 아를은 이곳에서 18km 정도 동쪽으로 가야 한단다. 허탈한 마음을 가지고 차에서 내렸다.
아를 시내에 들어가기 전 우린 론 강과 먼저 만났다. 왜 이런 강줄기를 두고 '젖줄'이라고 표현하는지, 아이를 낳고 젖의 세계를 직접 경험하고 난 후 알게 되었다, 또한 대지의 기를 사랑하는 마음이 커지면서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느끼게 되었다.
출산 후에 주어진 하루하루는 출산 전의 일상적인 하루와는 정말 많이 달랐다. 특히 산후조리원에서의 하루는. 아침에 눈을 뜨면 난 나도 모르게 "또 모유 수유의 날이 밝았구나"를 외쳤다. 나를 비롯한 앳된 엄마들은 더 양질의 젖을 만드느라 그에 맞는 음식을 먹었다. 그리고 병아리같이 연약하고 어여쁜 입에 젖을 물리는데 미약하게 남아있는 에너지를 몽땅 썼다. 물론 가끔은, 나처럼 아기가 운다는 말에 수유 간격과 내 몸 상태를 따져가며 에너지를 보충하던 사람도 있었겠지만.
10명, 20명 엄마가 모두 그것을 가졌지만, 거기에서 나오는 모유의 양과 질은 각기 다르다. 우린 이 세계에 대해 경험한 바가 없는 앳된 엄마들이었기에 일단 양이 많은 것을 최고로 치고, 최고인 두 쪽이 있을 때 "참 그것이냐? 물이 태반이냐?"로 질을 논했다. 마사지로 양과 질을 개선할 수 있다고 했으나 내가 보기엔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 아닐까 싶다. 갖고 싶다고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가졌다고 해도 만족스러운 것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물론 론 강도 이처럼 프랑스가 그냥 거저 받은 선물이다. 이 젖줄을 차지하고자 수많은 전쟁을 치러냈던 인간의 노력을 슬쩍 거론한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강 자체는 공짜로 받았다는 것이다. 수혜자들은 얼마나 감사해 할까? 하긴 나 또한 여러 나라를 둘러보며 열악한 자연환경을 접한 후에야 여주, 이천을 유유히 끼고 돌며 비옥한 농토를 이뤄 차지고 풍미 가득한 쌀을 만들어주는 남한강에 대해 더욱 감사한 마음이 갖게 되었다.
한 나라를 돌며 대지에 뿌리박고 사는 온갖 생명을 먹이고도 남는, 양질이 훌륭해 보이는 론 강. 얼마나 오랫동안 이 모습으로 수많은 생명을 살찌우고 인간의 사색을 깊게 했을까. 고흐는 이를 배경으로 여러 작품을 그렸다. 론 강에 별빛이 어른거리는 듯하다. 프랑스의 대지는 참 비옥하고 풍요로워 보인다. 론 강 덕분에 더욱.
한국인은 무조건 사는 1유로짜리 '고흐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