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 대통령의 둘째 딸 박근령씨와 남편 신동욱씨. 사진은 지난 2013년 10월 25일 오후 서울시 강남 도곡동 서울나들목교회에서 열린 '제1회 박정희 대통령 추모예배'에 당시 모습.
이희훈
신동욱 총재는 29일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 "일본 NicoNico 다큐멘터리 방송에 박근령 공화당 상임고문이 출연하여 '한국과 일본의 역사문제'와 관련하여 90분간 라이브로 특별대담을 했다, 본 방송은 8월 초 방영 예정이고 예고편은 30일부터 나간다"라고 적었다.
30일부터는 자신의 누리집과 트위터, 페이스북을 통해 박근령씨의 발언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나섰다. 방송 녹화 사진도 게재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신동욱 총재는 "한국에서 논란이 있을 걸 예상했고, 99명이 찬성하는데 한 명이 반대하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것"이라면서 "대한민국의 정치권이든 국민이든 다 침묵하고 있는데, 뜻을 같이하면서도 침묵하는 다수가 훨씬 더 많다고 믿기 때문에 용기를 낸 것으로 봐달라"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한일 관계는 시대적 상황에 맞춰서 가야 한다는 게 발언의 요지였다"라며 "(한국이) 시대상황에 뒤떨어진 걸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신동욱 총재는 공화당 소개글에 "공화당은 박정희 대통령 각하의 정치철학과 사상을 유지 발전시키고, 5.16혁명정신을 계승하여 통일시대를 준비하기 위하여 창당되었습니다"라고 적은 인물이다. 비난이 쏟아지는 30일 오후에도 그는 "공화당 신동욱 총재, 배용준(욘사마) '일본 명예대사' 추천"이라는 자신의 홍보 기사를 퍼나르고 있다.
이러한 남편의 해명에도 박근령씨의 '일탈'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일본의 유력 매체도 아니다. 주로 젊은 층이 이용한다는 포털 사이트의 한 동영상 방송에 출연해 저런 국적 불명의 발언을 늘어놓았다는 점은 더욱 의아하다. '대통령의 친동생'이라는 위치가 갖는 발언의 파급력을 인지 못했을 리 없다.
박씨와 일본의 접점도 크게 알려진 게 없다. 지난 2011년 1년간 활동한 한국재난구호 총재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 강진과 쓰나미 피해현장을 찾아 구호활동에 동참한 게 고작이다. 여러 매체들이 '박근혜 안티설'을 제기하는 것도 수긍이 할 수밖에 없을 정도다.
허나, 아무리 박근혜 정부가 별 성과 없이 아베 정부와의 화해 제스처를 보이며 일본과의 관계 회복에 나섰다고 한들, 박근혜 대통령의 대일 외교 행보에 재를 뿌리기 위한 노이즈 마케팅으로 이런 초강수까지 둬야 했을까. 국민들의 정서나 발언이 알려진 뒤 받을 분노와 피로감은 안중에도 없었던 걸까. 그도 아니면, 작년 12월 <여성조선>과 가졌던 인터뷰의 발언처럼 어머니 고 육영수씨에게 배운 관용과 연민의 정신을 엉뚱한 데서 발휘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어렸을 때 엄마에게 파리채로 맞고 살았습니다. 맞고 나서 시간이 조금 지나면 풀어주세요. 저는 그게 관용이고 연민의 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꾸짖을 것은 꾸짖고, 풀어줄 것은 풀어줘야 해요. 야단을 치고, 더 떠들자고 해서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요즘 우리 사회가 굉장히 시끄러운데, 그런 관용과 연민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습니다."(<여성조선> 인터뷰 중)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사라지지 않는 박정희 망령박근령씨는 '1960년대 한일 국교정상화로 경제재건을 이룬 만큼 일본에 대한 보상 요구도 부적절하다'는 취지의 발언도 덧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한일 국교를 이끈 장본인이 바로 박정희 대통령이다. 그 반쪽짜리 국교정상화가 올해로 50주년을 맞았다. 두고두고 한일관계의 발목을 잡아온 그 한일 국교정상화 말이다.
그 50주년에, 박근혜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악화된 한일 관계를 풀어보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아베 정권과의 화해 제스처와 군함도 유네스코 등재와 맞바꾼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를 두고, 지난달 6일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일본의 조선인 강제징용시설 유네스코 산업문화유산 등재는 역사 빈곤이 부른 박근혜 정권의 외교적 야합이자 수치"라고 규탄한 바 있다.
그리고 그의 동생은 두 달이 채 걸리지도 않아 그 일본으로 건너가 망언을 날렸다. 1965년의 한일 국교 정상화와 2015년의 박근혜·박근령 두 자매의 갈 지(之)자 행보에 국민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
더욱이 유체이탈 화법을 비롯해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 같은 행동은 두 자매가 꼭 닮았다. <여성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박근령씨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했던 직언은 박씨 본인에게도 해당된다. 한껏 비판한 뒤, '공인의 의지'라며 물타기를 하는 대답이 딱 그렇다. 두 세대의 걸친 박정희 일가의 통치에 국민들만 이래저래 죽을 맛인 2015년이다.
"임기가 3년 남았습니다. 할 일이 많은데, 황금 시간을 다 흘려버리고 있습니다. 황금 시기라는 것이 대통령에게만 황금 시기가 아니라, 국민의 명운이 달린 기간이에요. 그런 걸 생각하면 대통령께서 단호하게 말씀하시는 것도 국민만 바라본다는 공인의 의지로 짚을 수 있습니다."(<여성조선> 인터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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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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