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 만든 찐빵, 맛은 어떨까요?

[인터뷰] 매화·국화·목련 등으로 차와 찐빵 만드는 함평 성점숙씨

등록 2015.08.03 15:52수정 2015.08.04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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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점숙 씨가 내준 꽃차. 블루베리 음료에 꽃차를 넣은 얼음을 띄웠다. 이른바 '아이스꽃차'다. 얼음을 얼릴 때 꽃차를 넣어 함께 얼렸다. ⓒ 이돈삼


꽃차가 몸에 좋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몸에만 좋은 게 아니다. 꽃차는 우리의 눈과 코 그리고 입을 즐겁게 해준다. 마음의 행복까지 안겨준다. 꽃차는 꽃잎을 찌거나 덖어서 만든다. 향과 맛이 빼어나다. 모양도 예쁘다. 하지만 같은 재료일지라도 맛이 다 다르다. 만드는 사람과 방법에 따라서다.


이 꽃차를 예쁘고 맛있게 만드는 여성이 있다. 우리밀과 꽃잎을 반죽해 꽃찐빵도 만든다. 꽃의 부가가치를 한껏 높이는 사람이다. '나비축제'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전남 함평에 사는 성점숙(59)씨다. 지난 7월 21일 그녀를 찾아가서 만났다.

성씨가 꽃차에 관심을 가진 건 7년 전이다. 자신의 관절염과 우울증을 다스리기 위해 꽃차 만드는 법을 배우면서부터다. 이전까지는 생계 유지에 급급했다. 시쳇말로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친정 부모가 준 50만 원으로 붕어빵 장사를 시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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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점숙 씨가 꽃차를 들어보이며 꽃차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자신의 건강을 위해 꽃차를 마시기 시작했다고.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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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점숙 씨가 만든 꽃차. 이른 아침 싱싱한 꽃을 따서 직접 손으로 만들어 맛과 향이 뛰어나다고 했다. ⓒ 이돈삼


"23년 전인 것 같아요. 양파작업을 다니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는데요. 큰아이가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근데, 병실만 지키고 있을 수 없었어요. 먹고 살아야 했고, 병원비도 마련해야 했고요. 병실에 아이만 놔두고 일을 다녔죠. 병원으로 돌아갈 때엔 붕어빵을 몇 개씩 사갖고 갔어요. 병실을 같이 쓰는 분들한테 미안하니까요."

성씨의 회상이다. 날마다 붕어빵을 사면서 자연스레 붕어빵을 굽는 아주머니와 친해졌다. 개인사도 털어놨다. 앞뒤 사정을 들은 아주머니가 붕어빵 장사를 권했다. 양파작업보다 수입이 더 나을 것이라고 했다. 붕어빵 굽는 기술도 가르쳐주겠다고 했다.


성씨는 머뭇거렸다. 붕어빵 굽는 기계를 구입할 형편이 안 됐기 때문이다. 그 상황에 한줄기 빛이 비쳤다. 친정 부모가 세탁기 하나 장만하라며 50만 원을 줬다. 그 돈으로 붕어빵 굽는 기계와 손수레를 장만했다. 성씨는 그날부터 8년 동안 붕어빵을 팔았다. 맛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붕어빵을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형편이 조금 나아지자 성씨는 분식집을 냈다. 손수레에서 벗어나 어엿한 가게를 마련한 것이다. 분식집도 입소문을 타면서 문전성시를 이뤘다. 10년 동안 그렇게 살았다. 어렵기만 하던 가정 형편도 조금 나아지는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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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점숙 씨가 직접 만든 꽃차. 진열장에 정리돼 있는 꽃차들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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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점숙 씨가 싱싱한 꽃을 따서 직접 만든 꽃차들. 그녀의 진열장에 진열돼 있는 꽃차들이다. ⓒ 이돈삼


거기까지였다. 의외의 곳에서 문제가 생겼다. 자신의 건강에 적신호가 들어온 것이다. 생각하지도 않았던 관절염과 우울증이 찾아와서 괴롭혔다. 일을 계속 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지인이 꽃차를 권했다.

"국화차를 마셨어요. 좋더라고요. 마음도 차분해지고. 꽃차도 직접 만들어 봤어요. 관절에 좋다는 홍화차, 아까시차, 골담차도 만들어 마시고요. 건강도 점점 좋아졌죠. 꽃차의 효능을 직접 체험했어요."

내가 체험한 꽃차,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었다

성씨는 몸에 좋은 꽃차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졌다. 재작년 함평나비축제장으로 꽃차를 들고 나갔다. 시음을 한 사람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내친 김에 꽃차 제조와 가공 허가를 얻었다. 지난해 1월엔 함평군 학교면에 조그마한 가게를 냈다. 지금은 밭에 국화와 민들레, 구절초, 홍화, 단호박, 맨드라미, 해바라기 등을 가꾸며 꽃차를 만들고 있다.

"좋은 꽃차를 만들려면 오전 일찍 꽃을 따야 해요. 싱싱할 때요. 그래야 최상의 향과 맛을 내는 꽃차를 만들 수 있거든요. 꽃을 따고, 찌고, 말리는 과정도 수작업으로 해요. 차를 만드는 방법도 꽃에 따라 다르고요."

성씨는 정성과 인내의 결실이 '꽃차'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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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점숙 씨가 방금 쪄낸 꽃찐빵을 들어보이고 있다. 우리밀과 우리쌀을 재료로 직접 빚은 것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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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점숙 씨가 빚어서 쪄낸 꽃찐빵. 하얀 빵 사이사이에 노란 꽃잎이 들어 있다. ⓒ 이돈삼


꽃차 뿐 아니다. 분식집을 운영할 때 양파찐빵과 고구마찐빵을 빚었던 경험을 살려 꽃찐빵도 빚고 있다. 우리밀과 쌀에다 국화, 동백꽃 등을 섞어 반죽을 한다. 단호박과 팥도 직접 재배한 것을 쓴다.

"꽃찻잎을 넣으면 일반 찐빵보다 맛이 훨씬 좋아요. 밀가루 특유의 냄새도 없고. 탄력성도 좋고요. 찐빵이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해서 식감이 더 좋거든요.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정성껏 빚어서 그런 것 같아요."

성씨가 들려주는 꽃찐방 맛의 비결이다. 판매는 대부분 블로그,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등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서 한다. 입소문을 들은 사람들의 방문과 직거래도 조금씩 늘고 있다.

"꽃차를 널리 알리는데 힘을 쏟고 싶어요. 우리 건강에 꽃차처럼 좋은 게 없거든요. 지금도 하고 있는데, 꽃차 만들기 강의를 더 열심히 하고요. 체험 프로그램도 확대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꽃차와 꽃찐빵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려고요."

성씨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머문다. 그녀의 손은 여전히 부산하게 움직인다. 택배 기사 올 시간이 다 됐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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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점숙 씨가 주문 받은 꽃찐빵을 포장하고 있다. 꽃찐빵은 택배를 통해 전국으로 배달된다. ⓒ 이돈삼


#꽃차 #꽃찐빵 #성점숙 #성점숙꽃차 #함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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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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