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 암각화 속 고래잡이, 사실이었다

울산항 공사 중 발견된 골촉 박힌 고래뼈, 시 지정 유형문화재로

등록 2015.08.03 16:11수정 2015.08.03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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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에 있는 국보 285호 반구대암각화. 육지 뿐 아니라 고래 등 바다동물이 새겨져 있다
울산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에 있는 국보 285호 반구대암각화. 육지 뿐 아니라 고래 등 바다동물이 새겨져 있다 문화재청

지난 1971년, 울산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의 하천 주변을 탐방하던 동국대학교 문명대 교수팀은 깜작 놀랐다. 반구대라는 256m 산자락 절벽의 바위 가운데에 선사인들이 새겨넣은 그림들을 있었기 때문이다. 그곳엔 호랑이와 사슴, 개, 사냥하는 모습, 사람이 고래를 잡는 모습 등 200여점이 새겨져 있었다.

문 교수가 지역 주민들의 제보를 받아 이곳을 탐방한 만큼, 아마 이 바위그림들은 오래 전부터 이 지역 주민들에 의해 발견돼 회자되고 있었을 것이다.


반구대 암각화로 명명되고 국보 285호가 된 이 바위그림은 국내뿐 아니라 외국의 학계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그 이유는 스페인 알타미라 암각화 등 세계적인 암각화들이 주로 육지동물만을 표현한 데 반해 반구대 암각화에는 육지동물은 물론 바다동물 80여 점도 포함됐기 때문이다. 특히 고래사냥을 하는 사람의 모습 등 고래와 관련한 그림이 많다는 게 특이했다.

학자들이 추정하는 반구대 암각화 제작 시기는 기원전 3500년~7000년으로, 그 추정 연대의 폭이 넓다. 장석호 동북아역사재단 박사는 반구대 암각화를 "7000년 전 문자가 없던 시대 사람이 그림으로 표현한 문화경전"이라고까지 했다.

학계와 지역에서는 이같은 고래잡이 그림이 실제 선사인들의 생활을 묘사한 것인지, 아니면 상상에 의한 것인지를 두고 설왕설래했다. 다만, 울산이 그동안 국내에서 고래잡이 전진기지로 이름을 날렸고, 고래가 멸종보호종이 된 가운데서도 지역주민들이 불법적으로 포경(고래잡이)을 하고 여전히 고래고기를 선호한다는 점 등에서 실제 선조 들의 생활상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나왔다(관련기사 : 고래축제 앞두고 작살에 찔려 죽은 고래, 왜?).

하지만 지난 2009년 울산항 도로 공사 중 신석기 유물층에서 출토된 골촉(동물의 뼈로 만든 화살촉) 박힌 고래뼈가 지난 7월 23일 울산시 지정 유형문화재 제35호로 지정되면서 선사시대 선조들이 그린 그림 속 고래잡이가 일상생활을 담은 것일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항만 도로 공사 중 발견된 작살 박힌 고래뼈, 울산시 지정 유형문화재로


 2009년 울산신항만 도로 공사 중 발견된 골촉 박힌 고래뼈. 출토 당시의 모습
2009년 울산신항만 도로 공사 중 발견된 골촉 박힌 고래뼈. 출토 당시의 모습울산박물관

지난 2009년 울산 신항만부두 연결도로를 건설하기 위한 부지 발굴 조사를 하던 중 신석기시대 유물들이 출토됐다. 이 가운데 골촉 박힌 고래뼈가 발견돼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이 골촉은 사슴뼈를 가공해 끝을 뾰족하게 만든 것이었다.

이곳은 울산 황성동 유적 신석기시대 유물포함층으로, 출토된 골촉 박힌 고래뼈는 모두 2건 4점이었다. 현재 1건 2점은 울산박물관 상설전시실 역사관에 전시 중이며, 나머지 1건 2점은 국립중앙박물관에 대여 중이다. 


울산박물관 박미현 학예연구사는 3일 "이번에 울산시 지정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골촉 박힌 고래뼈는 신석기시대에 인위적인 고래 획득이 있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증명해 주는 중요한 유물"이라며 "또한 울주 반구대 암각화에서 확인된 신석기시대 포경의 존재를 직·간접적으로 증명하는 중요한 자료로 학술적·역사적 가치가 상당히 높아 시지정 문화재로 지정됐다"고 밝혔다.

 울산박물관에 보관 중인 골촉 박힌 고래뼈
울산박물관에 보관 중인 골촉 박힌 고래뼈울산박물관

한편 시지정문화재로 지정돼 울산박물관에 전시 중인 1건 2점은 견갑골에 골촉이 박힌 고래뼈로, 상완골과 연결되는 관절와(흉대 양쪽의 움푹 패인 곳)의 측면에 골촉이 박혀 있다. 울산박물관측은 수염고래로 추정하고 있다.

울산박물관은 "골촉이 박힌 부분은 상완골과 결합되는 부분이라 포경 시 배를 탄 상태에서 작살을 던지거나 찔러 공격하기 어려운 부분이다"라며 "하지만 몰이식 포경으로 고래를 좌초시킨 후 공격하거나 작살잡이가 바다에 들어가 고래가 지쳐있는 시기에 가슴지느러미 부분을 찔렀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외 국립중앙박물관에 대여 중인 척추에 골촉이 박힌 고래뼈(1건 2점)는 척추 중 허리뼈에서 꼬리 쪽으로 넘어가는 첫 번째 미추(꼬리뼈)로, 척추의 돌기부분에 옆에서 찌른 것으로 보이는 골촉이 박혀 있다. 골촉이 박힌 고래뼈는 고래의 등지느러미 뒤편의 등 부분이라 포경 시 배가 접근하기 쉽고 작살잡이가 가장 먼저 노리는 부분이다.

선사시대 유물이 울산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것은 첫 사례다. 이에 대해 울산박물관은 "이는 선사시대 유물이 역사시대 유물 못지않게 가치가 있다고 인정받은 것"이라며 "특히 고고유물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반구대 암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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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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