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 대출업체 렌딧 창업자들. 왼쪽부터 김유규 이사, 김성준 대표, 박성용 이사
렌딧
"신규 대출보다는 기존 대부업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바꿔주는 대환 대출에 주력하려고 해요. 특히 학자금 대출받고 사회에 나간 초년생들. 그들은 출발선이 너무 달라요. 해법을 찾고 싶었어요."
P2P(개인 대 개인) 대출업체 렌딧(
LENDIT)은 세 남자의 이런 고민에서 시작됐다. 김성준 렌딧 대표와 공동 창업자 김유구, 박성용 이사는 우리나라 대출 시장 구조를 바꿔보겠다고 '은행 다음 렌딧'이란 과감한 출사표를 던졌다.
렌딧은 올해 3월 사업을 시작한 P2P 대출 후발주자지만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 투자회사 알토스벤처스에서 15억 원 투자를 받아 화제가 됐다.
렌딧은 기존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에서 높은 금리를 감당해야 했던 대출자들에게 은행 수준의 저금리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렌딧 대출 이자율은 개인은 연 4.5~15%, 사회초년생 연 5.5~8%이다. 연 소득 2400만 원 이상, 신용등급 8등급 이내 개인에게 3000만 원까지 대출한다.
세 남자가 이른바 '좋은' 직장을 박차고 나와 P2P 대출에 뛰어든 사정이 궁금했다.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렌딧 사무실에서 박성용 이사를 만났다.
"신용정보 없다고 은행에서 거부... 수익만 추구해선 안돼" 10평 남짓한 사무실에 들어서자 벽에 손수 페인트로 칠한 'LENDIT'이란 글자가 눈에 띄었다. 박성용 이사는 "여자친구와 밤새 칠했다"고 자랑했다.
렌딧 창업자 세 사람은 모두 30대 초반이다. 이날 인터뷰하기로 했던 김유구 이사는 아침에 급작스럽게 몸이 안 좋아 병원에 가야했다. 박 이사는 "(창업자가) 돌아가면서 아프다"며 웃어 보였다. 그만큼 몸이 고되다는 얘기다.
박 이사는 미국 스탠퍼드 대학원 시절에 만난 김성준 대표와 친구 사이다. 미국에서 오랫동안 생활해온 김 대표는 한국에 들어와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다 거절당했다. 한국에 신용정보가 없다는 이유였다. 저축은행에선 대출을 받아줬지만, 이자율은 연 20%였다.
김 대표는 은행에서 거절당하면 저축은행, 대부업 등 고금리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는 한국 대출 시장 구조에 의문이 들었다. 중간 금리 대안을 고민하다가 P2P 대출에 관심을 두게 됐다. 삼성화재 출신이었던 박 이사와 김 이사까지 의기투합해 렌딧을 창업했다.
박 이사는 "우리나라 은행들은 대출에서 비효율적이거나 수익만 너무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은행 대출 심사에서 안타깝게 떨어진 사람들이 꽤 많아 (중간 금리) 시장이 충분히 갖춰져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신규 대출보다는 기존 고금리 대부업 대출 저금리 전환 겨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