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차현실의 만화 <또리네 집> 표지사진.
보리
최근 장차현실은 그녀가 그린 만화 <또리네 집>을 선보였다. 새로 가정을 꾸려 살며 10년간 겪은 삶을 녹여냈다.
축하의 말을 건네자 장차현실은 "또 한 명의 은혜를 세상에 선보이는 것처럼 마음이 개운치 않다"고 했다. "애정과 애증이 섞인 만화가 되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자기 가족의 일상을 그려냈지만, 결코 개인의 이야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여전한 사회에서, 다운증후군 장애를 안고 있는 딸과 살아온 시간. 그 기록에는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시각과 가족이 겪은 고통이 그대로 녹아있기 때문이다.
어디 그뿐이랴. 만화 속에는 여성 가장의 고충부터 영화 감독이지만 지역 사회 구성원으로 지역 내 보이지 않는 갈등을 조정하는 '남성 주부' 서동일 감독의 이야기를 비롯해 성과 사랑, 일자리,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회의 이중성을 인식하기 시작한, 성년이 된 딸 은혜의 이야기가가 오롯이 녹아 있다.
나 역시 여성 가장이다. 경미한 지체 장애와 청각 장애를 갖고 있다. 그동안 정규직으로 대접받으며 일해 본 기억이 없다. 아직 대학생인 아들이 졸업한 뒤 정규직 일자리를 구해 안정된 생활을 하리란 보장도 없다. 이 사회 전체가 '위험 사회'인 까닭이다.
우리 사회는 장애인에게 너그럽지 못하다. 장애인이 설 자리도 없다. 복지 사회를 만들고 사회적 안전망이 튼튼해져서, 장애를 지닌 은혜가 자립적 독립생활을 할 수 있으리라 여겼던 장차현실 작가. 그러나 20년이 지난 후에도 곁에서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딸 은혜의 모습을 만화에 그려 넣었다. 참 가슴 아린 부분이다.
장애인이 설 자리 없는 한국, 살만한 사회를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