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시위 예고한 서해5도 주민, 생존권 투쟁 나선다

중국어선 불법조업 피해보상 빠진 '서해 5도 특별법 개정'에 분노

등록 2015.08.12 18:26수정 2015.08.12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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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5도 '서해 5도 중국어선 불법조업 대책위원회'와 인천해양발전협의회 준비위원회, 대청도어민회, 대·소 연평도어촌계 등은 12일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 중국어선 불법조업에 따른 피해보상을 골자로 한 서해5도 지원 특별법 개정 ▲ 서해5도 전체 에너지 자립 섬 구축 ▲ 가뭄 대비 해수담수화 시설 확충 ▲ 연안여객선 준공영제 도입 등을 촉구했다.
서해 5도'서해 5도 중국어선 불법조업 대책위원회'와 인천해양발전협의회 준비위원회, 대청도어민회, 대·소 연평도어촌계 등은 12일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 중국어선 불법조업에 따른 피해보상을 골자로 한 서해5도 지원 특별법 개정 ▲ 서해5도 전체 에너지 자립 섬 구축 ▲ 가뭄 대비 해수담수화 시설 확충 ▲ 연안여객선 준공영제 도입 등을 촉구했다. 김갑봉

뿔난 서해 5도 어민 8월 중 '해상 상경시위' 예고

올해는 광복과 분단이 70년을 맞이하는 해다. 1953년 한국전쟁 정전협정 당시 육지에는 군사분계선이 확정 됐지만, 해상에는 군사분계선 대신 NLL(북방한계선)이 그어졌다.

1953년 7월 정전협정 체결 무렵 남북은 서로 영토를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 38선 인근에서 숱한 국지전을 벌였다. 이는 서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정전협정 체결을 앞둔 상태에서 국지전 확산을 막기 위해 유엔사령관은 연합군과 한국 쪽에 '연합군과 남한의 항공기·선박은 이 선을 넘어가지 말라'고 선포했는데, '이 선'이 NLL이다.

당시 미국이 북한·중국과 맺은 정전협정에 NLL은 군사분계선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후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던 북한이 1973년 서해 5도 수역을 북한 영해라고 주장하면서 NLL은 한반도 화약고로 등장했다.

NLL은 한반도 화약고이자 서해 최대 현안이다. NLL로 인해 1·2차 연평해전과 대청해전, 연평도 포격사건 등 남북 간 국지전이 발생했고, 중국어선 불법조업도 단속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NLL은 또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 때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논란이라는 정쟁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서해 5도 주민들은 이처럼 국지전 발생 위협에 따른 생존위협과 중국어선 불법조업에 따른 생계위협 속에 살아간다. 하지만 중국어선 불법조업에 따른 피해보상과 지원 대책을 담길 것으로 기대했던 서해 5도 지원 특별법 개정안은 알맹이가 빠진 채 지난 7월 통과됐다.

서해 5도 특별법 개정안에 중국어선 불법조업으로 인한 조업 피해 보상은 피해액 산출이 어렵다는 이유로 반영되지 못했고, 서해 5도 접근성 강화를 위해 연안여객선사 결손 비용을 일부 지원하는 조항도 반영하지 못했다.


또 지난해 가을부터 지금까지 지속 되고 있는 가뭄으로 인해 상수도 공급에 어려움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으며, 인천을 오가는 뱃길마저 줄어들었다.

이에 서해 5도 어민들은 12일 인천시청에서 자신들이 처한 상황과 겪고 있는 어려움을 열거 한 뒤,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아울러 이들은 정부와 국회가 무책임으로 일관한다면, 지난해에 미뤄둔 해상 상경시위를 8월 중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진보와 보수, 밀물·썰물처럼 섬 다녀가고 무책임만 남아"

12일, 인천시청에 모인 서해 5도 어민들은 다음과 같이 정치권을 성토했다.

"언론에서 북한이 연평도 앞 갈도에 방사포 진지를 구축한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코앞에 살고 있는 우리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연평도 포격은 현실이다. 우리는 아직도 지난 기억을 안고 살고 있다. 집 앞에 122mm 방사포가 있다고 생각해 보라, 우리도 무섭다. 정말 무섭다."

"서해 5도는 한국전쟁 이후 대한민국의 영토주권과 안보의 상징이 됐다. 대청해전, 1·2차 연평해전, 천안함 침몰, 연평도 포격, NLL 대화록 논란 등 남북 간 국지전과 남한 내 정쟁이 끊이질 않았다. 이런 상황을 만든 건 우리가 아니다. 누군가는 안보를 이유로, 누군가는 평화를 이유로 주민을 이용만 했다. 보수와 진보는 밀물과 썰물처럼 반복하듯이 섬의 가장자리만 왔다 갔다. 이젠 무책임만 남았다."

"해마다 중국어선이 NLL을 넘어와 우리 어장을 싹쓸이 하고 있다. 그래서 지난해 피해보상과 대책마련을 촉구하며 상경 해상시위를 했다. 하지만 최근 통과된 서해 5도 특별법은 빈껍데기다. 정부는 피해조사를 할 수도 없고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의 이유로 지원이 어렵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 직후 부각됐던 연안여객선 준공영제는 이제 용두사미가 됐다."

"중국어선은 맘대로 조업을 해도 우리는 정해진 구역에서 연간 6개월만 조업을 할 수 있다. 물도 부족하다. 가뭄에 지하수 관정은 물이 말랐다. 연평도 포격 때처럼 정전이 되면 섬 전체가 마비된다. 또 관광객이 서해 5도에 오려면 제주도 비행기 요금 보다 비싼 요금을 내야한다. 이등병 월급이 12만9400원이라고 한다.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매월 정주비 5만 원을 받는다. 분쟁지역에서 살아가는 데 대한 일종의 목숨 값이다. 이게 서해 5도의 현실이다."

"광복분단 70년, 서해 5도 빠진 국민 통합은 허구"

'서해 5도 중국어선 불법조업 대책위원회'와 인천해양발전협의회 준비위원회, 대청도어민회, 대·소 연평도어촌계 등은 12일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 중국어선 불법조업에 따른 피해보상을 골자로 한 서해 5도 지원 특별법 개정 ▲ 서해 5도 전체 에너지 자립 섬 구축 ▲ 가뭄 대비 해수담수화 시설 확충 ▲ 연안여객선 준공영제 도입 등을 촉구했다.

배복봉 서해 5도 중국어선 불법조업 대책위원장은 "지난해 11월 1차 해상 상경시위 이후 정부 관계부처와 옹진군청에서 12월에 대책회의를 했다, 서해 5도 특별법 개정을 약속했다, 그리고 정부는 특별법만 통과되면 다 해결해 준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과가 참담하다"며 "피해산출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해보상안이 개정안에서 빠졌다"고 개탄했다.

배 위원장은 또 "금어기(6~8월) 때 폐기물 수거작업에 30억 원을 반영해 어민들의 생계를 지원 해주겠다고 했는데 없던 일로 됐다"며 "피해보상과 어구피해보상도 해준다고 했는데 다 빠졌다, 8월 중 2차 해상 상경시위를 벌여 배를 서울로 가지고 가서 정부에 맡길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박태원 연평도어촌계 회장은 "연평도 피폭 이후 정부가 도서주민의 정주지원을 약속했다, 그리고 지원근거로 서해 5도 지원 특별법을 제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말 그대로 서해 5도는 특수한 상황이니까, 특별법을 만들어 지원하게 했다, 그런데 알맹이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뭘 지원하려면 타 지역과 형평성에 어긋나서 안 되고, 정부 각 부처의 의견을 수렴해야 해서 어렵다고 한다, 이건 특별법이 아니리 오히려 족쇄다"고 비판했다.

박 회장은 또 "연안여객 준공영제도 마찬가지다, 섬 주민에게 배는 대중교통이다"라며 "저가항공으로 제주도 왕복에 10만 원이 채 안 든다고 한다, 그런데 연평도는 12만원이다, 이건 관광객더러 오지 말라는 정책이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나마 인천시가 인천시민과 타 광역시도 주민에게 지원하던 뱃삯(=약 50%)도 끊길 위기에 처했다"고 덧붙였다.

서해 5도는 또 지난해 가을부터 지금까지 가뭄이 지속되면서 상수도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해 5도에서 유일한 연평도 해수담수화시설은 상황이 썩 좋지 않다. 지난 극심한 가뭄 지하수 관정 2곳이 고갈되면서 해수담수화시설을 가동했지만, 누수율이 높은 탓에 가동할수록 주민부담이 늘어 가동에 제한이 따랐다.

연평도 상수도의 누수율은 약 40%다. 2014년 3월 기준 생산량 약 1만5150톤 중 사용량은 9147톤이고, 누수량은 6003톤이다. 섬 주민들은 사용량 9147톤에 대한 수도요금을 내는 게 아니라, 생산량 1만5150톤에 대한 사용료를 내야한다.

해수담수화 확충과 더불어 상수도 관로 정비가 급하다. 하지만 이 또한 예산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수년째 답보상태다. 섬 상수도는 간이상수도라서 예산을 지원할 수 없다는 게 인천시 입장이다.

허선규 인천해양발전협의회 준비위원장은 "일반상수도로 전환을 검토하든가, 아니면 '서해 5도 지원 특별법'에 따라 지원하는 방안을 찾아봐야 하는 게 상식이다"라며 "그런데 인천시는 그런 노력을 안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식수조차 공급하기 어렵고, 비싼 뱃삯에 방문하기도 어려우며, 여객선사는 사업성이 떨어져 뱃길마저 중단되고 있다"며 "이런 판국이라 시장이 '명품 섬'을 강조해봤자 공염불에 그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선규 준비위원장은 "올해가 광복과 분단 70년을 맞이하는 해다. 정부가 분열과 갈등을 넘어 국민통합으로 가자며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다. 서해 5도는 한반도 화약고로, 분단으로 인한 갈등과 생존위협이 가장 심각한 곳이다. 이곳을 나 몰라라 해놓고 통합을 얘기하면 안 된다. 그건 허구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해 5도 에너지 자립 섬 구축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실시하는 2차 공모 때 구체화 될 전망이다. 인천시와 민간업체는 정부가 울릉도에 진행하고 있는 모델을 서해 5도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산자부의 반대로 추진이 어렵게 됐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서해5도 #서해5도 특별법 #인천해양발전협의회 #에너지자립섬 #북방한계선(N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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