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마관(전자정보공과대학 건물)을 담당하는 청소노동자가 대걸레로 복도 바닥을 닦고 있다. 그녀는 다른 청소노동자들과 달리 해가 중천에 떴을 때 출근해서 달빛이 세상을 밝힐 때 퇴근한다.
김동수
오늘날 청소노동자가 받는 월급도 매우 어려운 협상과 투쟁 끝에 얻어낸 결과다. 그전에는 최저임금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이게 다 노동조합 덕분이다. 하지만 광운대 청소노동자 같은 간접고용 노동자 대부분은 노조가 없다. 아직도 수많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노조 밖에서 서성인다. 노조 밖 노동자 중에서 최저임금(5580원)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도 꽤 많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 노조가 절실히 필요한 이유다. 그런데도 현실은 노조 결성조차 해고당할 각오를 해야 가능하다. 광운대 청소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든 게 기적으로 보일 정도다.
이런 암울한 노동 현실 속에서 서울 성북구 내에 있는 성신여대와 한성대는 내년부터 청소·경비노동자들에게 생활임금을 적용한다고 한다. 올해 성북구 생활임금은 올해와 내년도 최저임금보다 많은 7150원이다. 내년이면 그보다 높은 임금을 성신여대와 한성대 청소·경비노동자들이 받을 듯싶다. 성신여대와 한성대의 생활임금 적용은 공공 계약 부문에 민간기업이 참여한 사례다. 원래는 성북구 내 공공부문의 간접고용 노동자만 생활임금의 권리를 보장받아왔다. 민간에 강제력이 없는데도, 성신여대와 한성대가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 생활임금을 지급한다니 대단한 일이다.
그러나 성북구의 생활임금(149만5000원)은 정부가 발표한 2015년 시중노임단가(189만9438원)는커녕 미혼 단신 생계비(150만6179원)에도 못 미친다. 광운대 청소노동자들의 임금 역시 마찬가지다. 선영 선배의 월급은 세금 등을 떼고 나면 4인 가구 생계비(250만2494원)의 55% 수준에 불과하다. 광운대 청소노동자 상당수가 본인의 월급으로 가족의 생계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선배들의 임금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여성노동자의 노동이 용돈 벌이로 그칠 현실이 아니다.
"노동자의 생활임금은 적어도 시중노임단가 정도가 돼야 해요. 현재 성북구가 결정하는 생활임금은 정말 최저 수준이에요. 그게 최저임금이 돼야 하는데, 현실은 딴판이죠. 정부가 발표한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만 봐도, 청소·경비 등 용역노동자에게 시중노임단가를 적용하라고 하는데…."노동자는 곧 사회의 구성원이다. 하지만 간접고용 노동자가 받는 임금으로 시민의 삶을 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선영 선배도 이런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다. "최소한의 인간적·문화적 생활이 가능"한 임금이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순간이다.
그렇다면 '진짜 노동자의 생활임금'은 어느 정도가 돼야 할까. 선영 선배가 말했듯, 적어도 시중노임단가는 보장돼야 하지 않을까. 간접고용 노동자도 엄연히 시민이다. 광운대 청소노동자를 비롯한 간접고용 노동자에게 시급 1만 원이 적용되는 날은 과연 언제쯤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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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출근 온종일 청소, 그런데 월급이 이거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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