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이번에도 '어떻게'는 없다

[황 기자의 한반도 이슈] 어정쩡한 8.15 경축사

등록 2015.08.15 20:07수정 2018.03.29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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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박근혜 대통령이 제70주년 광복절 중앙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 청와대


어정쩡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70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광복과 분단 70주년이라는 '역사적인 날'에 한 연설이라는 점에서 볼 때, 대북 메시지의 초점이 뚜렷하지가 않다.

한창 이번 경축사를 작성하고 있었을 지난 4일에 터진 '파주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사건'이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감안해도, 다른 때의 8.15경축사나 북한 관련 연설과 별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총 6천808자의 연설문 중 약 40%(2천681자)를 할애한, 북한 관련 대목을 북한 비판으로 시작했다. "최근 미국-쿠바 수교와 이란 핵협상 타결에서 볼 수 있듯이 국제사회는 변화와 협력의 거대한 흐름 속에 있다"면서 "그러나 북한은 그와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지금 북한은 세계의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숙청을 강행하고 있고, 북한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북한은) 핵개발을 지속하고 사이버 공격을 감행해서 우리와 국제사회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DMZ 지뢰 도발로 정전협정과 남북간 불가침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광복 70주년을 기리는 겨레의 염원을 짓밟았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계속해서 "정부는 우리 국민의 안위를 위협하는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며 "도발과 위협은 고립과 파멸을 자초할 뿐"이라고 경고했다.

군사적 긴장 고조... 상황 관리 의도

박 대통령은 이런 비판 뒤에 "그러나 만약, 북한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민생향상과 경제발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 남측 이산가족 6만여 명 명단 북측에 일괄 전달 ▲ 금강산 면회소 통한 이산가족 수시 상봉 ▲ 비무장지대(DMZ) 생태평화공원 조성 ▲ 남북 보건의료 및 안전협력체계 구축 ▲ 수자원 및 삼림관리 협력 ▲ 민간 차원의 문화 및 체육교류 활성화 등을 제안했다.

'지뢰사건'으로 인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대화 의지를 내보임으로써, 상황을 관리하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경축사의 대북 제안은, 북측이 격렬하게 거부했던 지난해 3월 드레스덴 연설과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극히 낮아 보인다.

박 대통령은 드레스덴 연설에서  "경제난 속에 부모를 잃은 (북한) 아이들은 거리에 방치돼 있었고 추위 속에서 배고픔을 견뎌내고 있었다", "지금 이 시각에도 자유와 행복을 위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는 탈북자들이 있다"고 비판한 뒤, 남북한 주민의 인도적 문제 해결, 남북 공동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 구축, 남북한 주민 간 동질성 회복 방안 등의 3대 제안을 했다.

북한은 그 뒤 '부모를 잃은 아이들'과 '탈북자'언급 등을 매개로 박 대통령에 대해 입에 담을 수 없는 수준의 집중적인 인식공격을 가했고, 현 정부가 큰 의미를 부여했던 드레스덴 선언은 침몰하고 말했다.

"'숙청' 문제 공개 지적하면서 이산가족 명단 교환?"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이에 대해 "스탈린주의의 유산을 계승하고 있는 북한이 숙청과 공포정치에 계속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인데 대통령이 굳이 그것을 8.15 경축사에서 언급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북한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을 대통령이 다시 공개적으로 지적하면서, 이산가족의 명단을 연내에 교환하자고 주장하면 그것을 북한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만무하다"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이어 "호전적이고 경직된 북한에 대해 한국도 마찬가지로 저차원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북한에 더 큰 도발을 감행할 명분을 제거하고 평화공존과 협력의 방향으로 나오지 않을 수 없도록 성숙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대통령의 이번 대북제안들은 '남측 이산가족 명단 전달'을 제외하면 기존에 했던 대북제안을 종합해서 다시 한 번 반복하는 수준이다. 그런데 이전 제안 때 그랬던 것처럼 이를 실현해 낼 방법론은 보이지 않는 일방적 '선언'이었다.

"이번에도 '어떻게'는 없어...'보여주기' 의도"

박 대통령은 이번 8.15경축사를 포함해 기회 있을 때마다 '고령자들이 많기 때문에 이산가족 상봉이 시급하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5.24대북제재 조치 해제 없이 또 경제적 반대급부 제공이 없는 상태에서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다수 대북전문가들의 공통적 조언이다.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원장은 "박 대통령이 기존 대북제안을 재강조하면서도, '어떻게'는 또  또 생략돼 있다"면서 "실제 성과를 만들어내겠다는 것보다는 '나는 열심히 하려했는데 북한이 응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말했다. 그는 "분단 70주년의 8.15경축사라는 기회도 그냥 지나갔다는 점에서, 남북관계 개선의 모멘텀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우려했다.

○ 편집ㅣ이준호 기자

#8.15경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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