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시절 '대탕평' 뒤집은 대통령, DJ에게 배워라"

[인터뷰] 김관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은 DJ"

등록 2015.08.18 15:00수정 2015.08.18 15:00
1
원고료로 응원
 인터부 하는 김관영 의원
인터부 하는 김관영 의원 진정석

김관영(46)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전라북도 군산 출신이다. 시골 농사꾼의 다섯째(6형제) 아들로 태어나 2012 총선에서 고시 3관왕(행정고시, 공인회계사, 사법시험) 출신 국회의원이 되었다. 의정활동 3년 동안 서울과 군산을 오가며 지역민들과 호흡을 함께해온 그를 지난 14일 오후, 전북 군산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김 의원은 타고난 장난꾸러기였다고 한다. 학창시절 별명은 오락부장. 실제 오락부장을 하면서 학교 대표로 노래자랑, 웅변대회 등에 나간 경험도 있다. 그래서인지 급우들에게 '무대 체질'이라는 소리를 종종 들었다. 그는 어머니에게 평생 갚을 수 없는 빚을 가슴에 지니고 있다고도 전했다. 채소행상으로 살림을 꾸려가던 어머니가 시내버스 기사와 짐 때문에 입씨름을 벌일 때, 창피한 마음에 외면했던 게 평생의 빚으로 남아 있단다.

인생의 고비마다 언제나 자신만만하게 도전을 거듭해왔다는 김 의원. 그는 '멀리 넓게 보는 정치', 더불어 사는 삶이 목표이자 과정인 '즐거운 정치'를 실현하고 싶단다. 그래서 깨끗한 정치인, 소통하는 정치인, 대안 있는 정치인을 지향한다고 말한다. 그는 특히, 지도자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팀플레이를 잘 운영하면서 이해관계에서 빚어지는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평했다. 그가 김대중 전 대통령(아래 DJ)을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으로 꼽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 의원은 죽을 고비를 수차례 넘기면서도 부당한 권력에 굴복하지 않고, 행동하는 양심으로 살아온 DJ의 리더십을 거론한다. 스스로 생각할 때 자신은 현장(민주화 운동) 경험이 없어 의원 발의를 하면서도 생각이 미치지 못할 때가 있단다.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자신에게 온갖 핍박을 가했던 권력자들을 용서했으며, 당내 계파 사이에서 발생하는 괴리를 슬기롭게 극복해온 DJ 리더십은 여야 정치인 모두에게 존경받을 만하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남북관계를 비롯해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현재 총체적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한다. 특히 경제는 지금 지적되고 있는 문제점들이 현실로 나타나는 2~3년 후가 더 걱정된단다. 끝이 안 보이는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남북 화해 분위기가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남북이 화해하고 이산가족 상봉과 경제교류가 활발해지면 경제도 순조롭게 풀릴 것이라는 요지이다.

아래는 김 의원과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정치는 국민에게 플러스가 되고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김관영 의원
김관영 의원 조종안
- 초선의원으로 당내 요직을 두루 거치는 등 입법 활동이 무척 활발한 것 같은데?
"새정치민주연합 탄생을 주도하면서 당 수석대변인, 대표 비서실장 등을 경험했다. 영예로운 상도 몇 차례 받았다. 초선 의원으로 과분하지만, 개인적으로 큰 경험이었다. 우리 당이 지지자들로부터 질책을 많이 받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막중한 책임감 속에 작년 12월에는 정부가 내놓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 개정안' 반대 토론자로 나서 여당 의원들을 설득, 부결시키는 쾌거도 이뤄냈다.

그러나 국민의 염원과 변화를 담기에 부족한 부분이 많다. 정치는 '이웃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한다. 육아와 보육, 교육과 의료, 여성과 청년, 노인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편에서 사회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겠다. 경제성장과 사회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해 더 열심히 공부하고, 치밀하게 반문하겠다. 그래서 이기는 정당, 수권정당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김 의원이 추구하는 희망의 정치, 즐거운 정치는 어떤 것인가?
"즐거운 정치의 콘셉트는 먼저 정치를 하는 당사자가 즐거워야 한다. 하는 사람이 신명 나지 않는데 구경하는 사람이 어떻게 즐겁겠나. 두 번째는 정치도 서비스이기 때문에 그 결과물의 수혜자인 국민에게 플러스가 되고 또 국민이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정치인을 만나 애로점을 얘기했더니 법과 제도가 개선되고 삶에도 변화가 일어났다'고 느끼는 국민이 많아지는 것이 즐거운 정치, 희망의 정치라고 생각한다."

북한으로 보낸 전통문, 박 대통령 의중 실렸는지 궁금

- 김두관 대선 예비후보 대변인 시절인 2012년 7월 인터뷰 때 "장담하건대,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이 땅에 정의는 사라지고 헌정 질서는 외기에 빠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금 생각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당시 박근혜 후보는 이명박 정부 실정에 공동 책임이 있는 국정 파탄의 주역이며 독선과 불통으로 민주주의 위기를 가져올 사람이라고 우려했는데, 그해(2012) 대통령 선거 때부터 거짓말처럼 현실로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 어느 민주국가에서 군대(사이버사령부)와 국가 정보기관(국정원)이 대통령 선거에 개입해서 여론을 조작하나.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대탕평'을 입이 아프도록 얘기했다. 그러나 당선 후에는 특정 지역, 특정 인맥, 1970년대 유신공화국 시절 인물들을 중용하는 등 180도 달라졌다. 대통령이 불통인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 세월호 사고 수습만 해도 그렇다. 정부가 진상조사를 하기로 약속했으면 독립성을 보장해줘야지 통제하려고 하니까 국민과 유족들의 분노만 사고 있다.

국정원 대선 개입을 비롯해 서울시 공무원 간첩증거 조작 사건, NLL 대화록 공개, 국정원 해킹 등 우리 정치는 실종된 상태다. 그나마 기대했던 남북 관계는 진전은커녕 더욱 꼬이고 있다. 며칠 전 이희호 여사 평양 방문 때도 정부가 화해 국면으로 잘 활용했어야 하는데 통일부가 사전 협의도 없이 전통문을 보냈다. 오랜만의 행보에 재를 뿌리는 격이 됐는데, 박 대통령의 의중이 실려 있는 것인지 내심 궁금하다."

국정원 댓글 사건 투쟁 때 <김대중 자서전> 읽고 더욱 가까워져

 '아세아태평양평화재단' 이사장 시절(1995) 군산역 광장에서 환영받는 김대중 전 대통령
'아세아태평양평화재단' 이사장 시절(1995) 군산역 광장에서 환영받는 김대중 전 대통령 조종안

- DJ를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으로 꼽았다. DJ를 언제 처음 알았나?
"중고등학교 때는 공부하고 부모님 농사일 돕느라 정신이 없었고, 대학교 1학년 때 처음 알았다. 6·10 민주항쟁이 일어난 1987년이었다. 그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군사독재와 맞서 싸워온 대단한 정치인 정도로만 알았는데, 국회의원이 되고, 의정활동을 하면서 그분의 정신과 리더십이 필요한 것을 더더욱 느낀다. 실사구시 정신, 행동하는 양심 등 그가 남긴 말들이 지금도 유효하고 실천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 DJ를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으로 꼽는 이유는?
"온갖 시련을 겪으면서도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소신껏 살아온 정치인이라는 점이다. DJ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세상이 뒤집힐 줄 알았는데, 노태우 사람인 김중권을 비서실장에 기용하는 등 포용력도 대단하다. 특히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투쟁할 때 <김대중 자서전>을 읽으면서 더욱 가까워졌다. 투쟁을 접고 국회로 복귀해야 한다.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의견으로 갈렸을 때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는 대목이 경종을 울렸다.

김한길 전 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를 통해서도 드라마 같은 인간 승리의 정치 역정에 대해 많은 걸 배우고 느꼈다. DJ는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적절한 타협, 실사구시 정신으로 국민에게 이익이 된다면 대승적으로 양보할 줄 아는 폭넓은 정치인이었다. 성실 근면하고, 도서관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등 자신의 발전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점등이 사표(師表)가 되고 있다."

- '김대중 리더십'은 원칙과 철학의 리더십, 국민과 역사를 믿는 리더십, 참여와 실천의 리더십, 이상과 현실을 조화시키는 리더십, 대화와 연합의 리더십, 관용과 용서의 리더십, 자율과 책임의 리더십, 세계인으로 사는 리더십 등 8개다. 그중 깊이 느껴졌던 대목은?
"DJ는 남다른 카리스마가 있어서 당원들이 따라준 게 아니라 엄청나게 노력한 결과물이었다고 한다. 의견을 수렴하는데 백가쟁명식으로 토론하면 다양성을 보여주는 정당이라고 좋아할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야당이 응집력을 가지려면 한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일치단결' 목소리가 나오려면 당 대표가 나서서 반대할 만한 당원을 설득하고 조정해야 한다. 그 어려운 작업을 DJ가 했다는 얘기를 듣고 다시 생각하게 됐다.

DJ 리더십은 그가 살아온 삶 그 자체다. 초기에는 별 관심이 없었는데, 당 대변인과 대표 비서실장을 하면서 어려움에 부닥칠 때마다 DJ 리더십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곤 했다. 특히 '행동하는 양심'으로 표현되는 실천의 리더십과 '서생적 문제 인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으로 알려지는 이상과 현실을 조화시키는 리더십은 DJ 경험과 실천을 통해 보여준 것이어서 교훈적이다."

서민경제 살리기는 남북 경제협력 활성화가 그 첩경

- 대한민국은 서민 경제도 남북 대화도 위기라고 진단했는데?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긴 분단의 역사를 가진 나라, OECD 회원국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에서 살고 있다. 그뿐인가. 저출산에 고령화, 극심한 양극화 현상까지 보인다. 민주주의 후퇴와 최근 발표되는 각종 경제지표는 미래 경제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한다. 그렇다고 가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이 열쇠 노릇을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민경제를 살리는 길은 그 첩경이 남북 경제협력 활성화다. 며칠 전 자유총연맹 군산지회 강연회에서도 남북 경제교류는 북한을 생각해서가 아니라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한 투자 개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관계가 원만해야 국민 생활이 안정되고 경제에 활로가 트인다. 따라서 외국 투자도 늘어난다. 이는 남북 화해협력을 공약으로 내걸고 남북정상회담과 외환위기(IMF)를 앞당겨 극복한 김대중 정부의 경제지표에서도 잘 나타난다.

오는 18일은 DJ 서거 6주기가 되는 날이다. 세계 각국으로부터 평화통일의 물꼬를 튼 대통령으로 평가받는 DJ가 더욱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관영 의원 #김대중 대통령 #DJ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2. 2 1만2000 조각 났던 국보, 113년만에 제모습 갖췄다 1만2000 조각 났던 국보, 113년만에 제모습 갖췄다
  3. 3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4. 4 대학 안 가고 12년을 살았는데 이렇게 됐다 대학 안 가고 12년을 살았는데 이렇게 됐다
  5. 5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