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청춘 속으로...서유석 선생님(가운데 왼쪽에서 3번째)과 함께 찍은 기념 사진
이정민
"너 늙어 봤냐 / 나는 젊어 봤단다 / 이제부터 이 순간부터 / 나는 새 출발이다"
'가는 세월'로 유명한 노래하는 음유시인 서유석 선생님을 기억하십니까. 무려 46년 동안 한결같은 음악으로 세월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포크송 가수 서유석님. 얼마 전 우연히 지인을 통해 알게 되어 선생님의 삶의 선율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저는 선생님의 노래만 가끔 들었을 뿐, 왕성하게 활동했을 당시의 상황은 전혀 기억이 안 납니다. 나이 차이가 30년 가까이 나기 때문이죠. 이런 이유로 처음 뵌 선생님은 그저 먼 친척 할아버지 정도였죠. 저는 회식자리 구석에 앉아 그저 소주만 벌컥벌컥 들이켰답니다.
그렇게 첫 대면에서의 어색함을 뒤로한 채, 2차로 옮긴 호프집 자리에서 드디어 선생님 옆자리에 앉게 되었습니다. 가까이에서 본 선생님은 정말 친근한 할아버지 같았습니다. 그러나 고령답지 않는 단단한 체격과 부드러운 인상의 얼굴을 보면서 세대차이의 간극은 금방 없어졌습니다. 선생님은 오히려 제게 농담까지 던지며 눈높이를 맞춰주었습니다.
너 늙어봤냐?선생님은 누구보다 금욕적으로 생활의 규율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30년 가까이 술과 담배를 멀리했고, 규칙적인 리듬감을 통해 건강을 지켜왔습니다. 무엇보다 최근 25년 만에 발표한 노래가 대변하듯 선생님의 마음 바탕은 순수 그 자체였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노래가 바로 제목 자체로 웃음이 나는 '너 늙어봤냐, 나는 젊어 봤단다'입니다.
이 노래 가사를 보면 참 재미가 있습니다. 선생님 같은 고령의 동지들을 대변해주기 때문이지요. 인생을 바쁘게 살다보니 먼저 늙어 갔기에 늙음의 미학도 알고 있음을 자랑합니다. 그리고 고령의 신세를 한탄하기 보다는 '나는 젊어 봤단다'란 말로 삶을 관조합니다.
"삼십 년을 일하다가 / 직장에서 튕겨 나와 길거리로 내몰렸다 / 사람들은 나를 보고 / 백수라 부르지 / 월요일에 등산가고 화요일에 기원가고 / 수요일에 당구장에서 / 주말엔 결혼식장 / 밤에는 상가집"
선생님의 지나온 삶은 노래 가사와 많이 닮아 있었습니다. 40년이 넘는 음악인의 삶은 선생님의 존재 이유를 만들기도 했지만, 세월의 변화만큼은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선생님의 노래 '가는 세월'처럼 나이 듦도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단 하나, 청춘의 마음만큼은 영원히 변하지 않고 간직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변하지 않았던 마음의 나이 덕분에 선생님은 '열혈남아'로 청춘의 삶을 다시 살고 계셨습니다. 최근에는 KBS <불후의 명곡, 전설을 노래하다>에 나오셔서 왕성한 건재함을 보여주었습니다. 후배 가수들도 선생님의 명곡을 따라 부르면서 전성기 시절의 가수 서유석을 다시 불러들였습니다.
나는 젊어 봤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