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립미술관 부지에서 유물이 '와르르'

울산읍성 객사 정밀발굴조사 완료... 미술관 부지는 북정공원으로

등록 2015.08.20 17:41수정 2015.08.20 17:41
0
원고료로 응원
 울산 중구 북정동에 있었던 울산초등학교(오른쪽)와 왼쪽에 있는 북정공원
울산 중구 북정동에 있었던 울산초등학교(오른쪽)와 왼쪽에 있는 북정공원울산 중구청

문화 불모지로 불리던 울산광역시의 숙원사업인 시립미술관을 짓는 문제가 오랫동안 지역구성원들의 논의를 거쳐 지난해 2월, 7개의 후보지 중 울산 중구 북정동 울산초등학교로 확정됐다(관련기사 : 107년만에 철거될 울산초교 "건물 살려 창작공간으로").

하지만 울산읍성의 객사터였던 학교운동장에서는 유물이 쏟아졌고 결국 시립미술관 부지는 올해 6월 바로 옆 북정공원으로 변경됐다. 전화위복일까. 정밀발굴조사 결과, 자료만 남아 있던 조선시대 윤곽이 확인되면서 이곳을 한 데 묶어 역사공원으로 재탄생할 전망이다.


울산초서 유물 다수 나와...바로 옆 북정공원으로 부지 변경

지난 1907년 개교해 107년의 오랜 역사를 지닌 울산초등학교는 지난해 2월 마지막 졸업생을 배출하고 폐교했다. 이후 울산초등학교 학교명은 지난해 3월 울산혁신도시 내에 새로 개교한 학교가 이어받았다.

울산초교 주변은 예로부터 울산읍성이 있었고 조선시대 관청인 동원이 현존하고 있다. 울산초등학교 부지는 조선시대 중앙정부 관리들이 울산에 왔을 때 머물던 숙박시설인 옛 울산객사 학성관이 있던 자리였다. 하지만 지금은 흔적이 없는 상태였다.

 발굴조사를 하기전 울산초등학교. 이곳에서는 조선시대 울산읍성 객사와 관련한 유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발굴조사를 하기전 울산초등학교. 이곳에서는 조선시대 울산읍성 객사와 관련한 유물들이 쏟아져 나왔다.박석철

지난해 이곳으로 시립박물관 부지가 확정되자 두 가지 반응이 나왔다. 역사성이 있는 곳에 들어서는 데 대한 기대와 유물이 나와 시립박물관 부지로 적합하지 않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상존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해 10월 공사가 시작된 이후 학교 운동장에서는 유물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울산시는 지난 6월 시립미술관 부지를 학교 옆 북정공원으로 옮기고 울산초등학교 자리에는 옛 객사를 복원하기로 했다.


울산초등학교 주변은 과거 울산의 중심지였다. 우선 이 지역은 둘레 3639척, 높이 15척으로 조선 성종 7년(1478)에 시축해 이듬해에 완성한 후 1481년에 개축된 울산읍성이 있던 자리다.

울산읍성 내에는 관리가 집무를 하던 동헌과 숙소인 내아, 그리고 중앙정부 관리들의 숙박시설인 객사를 비롯해 30여 개의 관아시설과 8곳의 우물, 동서남북에 네 문이 있었으며 특히 남문은 강해루라 칭했다. 하지만 울산읍성은 임진왜란 때 왜군들이 수세에 몰리면서 인근에 울산왜성을 쌓기 위해 돌을 헐어내면서 훼손됐고, 이후 복원되지 않고 현재에 이르고 있다.


 울산읍성 객사자리였던 울산초등학교 부지에서 확인된 객사 남문루 배수로 및 담장열 외부 배수로
울산읍성 객사자리였던 울산초등학교 부지에서 확인된 객사 남문루 배수로 및 담장열 외부 배수로 울산시

울산시로부터 발굴을 의뢰 받은 (재)울산발전연구원 문화재센터는 20일 '울산시립미술관 건립부지 내 문화재 정밀발굴조사 약식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객사 자리에 대한 정밀발굴조사(울산 중구 북정동 4-1 일원 9500㎡) 결과, 객사의 주건물, 석축, 우물, 익랑건물지, 중문, 남문루, 배수로, 담장열, 폐와무지, 수혈유구, 주혈 기타 건물지 등이 확인됐다.

센터 측은 "객사인 학성관과 중문, 남문루 일대가 잘 보존되어 있어 조선시대 객사 연구뿐만 아니라 향후 객사 복원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발굴된 주요 유물로는 조선시대 화폐인 상평통보 4점, 분청사기, 백자, 옹기와 막새, 기와를 비롯한 156점과 기타 25박스 분량이 출토됐다. 객사 건물지는 정청과 동청, 서청이 확인됐고, 객사 건물지가 2~3차례에 걸쳐 중수된 것으로 추정됐다.

조사지역 내 우물 2기도 확인됐다. 특히 우물 2호(울산초등학교 운동장) 바닥에서 통일신라시대 인화문 호와 병이 여러 점 출토돼 주목받았다. 이에 대해 문화재센터는 "맑은 물이 잘 나오게 해달라거나 마을의 무사안녕을 바라는 기원의식으로 우물 축조를 하고 난 뒤에 병을 우물 속에 던진 것이 아닌가 추측한다"고 밝혔다.

 울산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발굴된 우물2호에서 출토된 통일신라시대 토기들
울산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발굴된 우물2호에서 출토된 통일신라시대 토기들울산시

센터측은 "정밀시굴조사는 전문가 검토회의 결과에 따라 최상층 유구를 중심으로 조사를 진행해 선축 객사에 대한 규모를 파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며 "그러나 울산읍성 객사의 전체 규모나 구조에 대한 전반적이고 상세한 자료를 얻을 수 있었던 부분은 매우 큰 성과"라고 밝혔다.

울산시 문화예술관 담당자는 "100여 년 전에 학교를 건립하면서 이미 문화재가 파손됐을 것으로 추측했지만 많은 유물이 나와 놀랍다"며 "이제 시립미술관 부지에 대한 문화재 정밀발굴조사가 완료돼 울산시립미술관 건립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울산시립미술관은 734억 원의 예산을 들여 건축연면적 1만2400여㎡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지어질 예정이다. 미술관에는 전시실·수장고·다목적홀·자료실 등이 갖춰진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 작성 글에 한 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울산시립미술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AD

AD

AD

인기기사

  1. 1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 2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3. 3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4. 4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5. 5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