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빼고 다 있는 곳, 일하는 사람만 4만명

[A-Z 다양한 노동이야기] 인천국제공항 보안요원 신용쾌씨

등록 2015.08.24 15:13수정 2015.08.24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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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평균 6~7만 명이 드나드는 작은 도시 인천공항. 인터뷰의 주인공 신용쾌 씨의 일터이기도 하다.
하루 평균 6~7만 명이 드나드는 작은 도시 인천공항. 인터뷰의 주인공 신용쾌 씨의 일터이기도 하다.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푹푹 찌는 삼복더위, 그래도 휴가가 있어 다행이다. 7월 말 8월 초 피서철이 되면, 각지의 계곡과 해변이 인산인해를 이룬 광경이 뉴스에 종종 나오곤 한다. 그런데 이 휴가 기간에 마치 유명 관광지처럼 사람이 넘쳐나는 곳이 또 있다. 바로 인천국제공항이다. 2014년 기준 1년 이용객이 4500만 명을 웃도는 인천공항은 명실상부 아시아 항공교통의 허브다.

하루 평균 6~7만 명이 드나들고, 요새 같은 휴가철 혹은 연휴 시즌이면 이용객이 2배 정도 증가한다. 신용쾌(인천공항지역지부 보안검색지회 홍보부장)씨는 이 많은 사람이 들고 나는 공항에서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공항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안전하게 비행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그리고 우리나라의 '관문', 즉 국경과 같은 이곳에서 사고가 나지 않게 '안전'을 책임지는 일을 하고 있다.

해외 출국비행기가 주로 아침에 뜨는 탓에 공항은 오전이 더 붐빈다고 들었는데, 저녁인데도 사람이 꽤 많다는 나의 지적에, 신씨는 "어휴, 7,8월에 이 정도면 정말 한산한 거예요. 올해는 메르스 여파가 있어서 휴가시즌답지 않게 정말 이용객이 적은 겁니다"라고 답한다.

청와대 빼고 다 있는 작은 도시

"인천국제공항은 거의 하나의 도시나 마찬가지예요. 은행, 병원, 식당, 각종 생활편의시설이 없는 게 없어요. 관세청부터 국토해양부, 법무부, 심지어 국정원까지 정부기관도 다 들어 와있죠. 청와대만 빼고 말이에요. 일하는 사람만 해도 거의 4만 명이에요. 면세점이나 커피숍 같은 입점업체 직원들 제외하고도 말입니다.

저는 공항공사 공항보안처 내의 보안경비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공항에 오면 맨 처음 탑승 수속하고 짐 부치지요. 그다음에 하는 게 출국장 들어가면서 본인인지 확인받고, 짐에 뭐 위험한 거 안 들어 있는지 검사받고 그러지 않습니까? 그게 바로 저희 보안처 요원들이 하는 일입니다."

보안요원은 두 종류로 나뉜다고 했다. 신용쾌씨처럼 '보안경비' 요원은 주로 출국장으로 들어가는 문이나 VIP 전용 출입구 바로 앞에서 승객들이 본인인지 확인하는 일, 그리고 공항 상주직원들의 출퇴근 시 신원 및 소지품을 체크하는 일을 주 업무로 한다. 그 외 '보안검색' 요원은 탑승객의 신체와 기내수하물에 폭발물이나 무기 같은 위험한 물건이 들어있는지 검색하는 일을 한다. 금속탐지기로 승객의 몸을 검색하는 것, X-ray 검색대에서 짐 가방을 검사하는 일을 이 팀 요원들이 담당한다.


"공항이라는 곳이 사실 그렇잖아요. 한 나라와 다른 나라 사이의 관문 같은 곳이지 않습니까? 국경과 같은 느낌도 들지요. 게다가 외국인들도 많이 드나들고. 그런 곳이다 보니 보안·안전에 각별히 주의하라고 매 순간 주의를 듣습니다. '보안검색·보안경비가 뚫리면 공항 안전이 다 뚫리는 거다'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그래서 보안팀 직원들에게 반경찰, 반군인에게 하듯 엄밀함을 많이 요구하지요. 아이러니 한 건, 중요한 직무라며 엄청난 주의를 요구하면서 정작 신분이나 권한은 비정규직으로 내버려 둔다는 것입니다.

검색대에서 잡아내려고 하는 물건들이 '대테러 관련 유해 물품'이거든요. 승객들 보시는 안내문에는 '기내 반입금지 물품'이라고 쓰여 있지만, 그런 물품들이 테러로 연결될 수 있다는 가정을 하고 일단 잡아내는 것이지요. 그런데요, 솔직히 제일 잘 걸리는 건 여성들이 주로 사용하시는 미용용 눈썹 칼이나 손톱깎이 같은 것이긴 해요. 아, 9.11테러 이후에는 기내 소지할 수 있는 액체량도 엄격하게 제한하니 더 걸리는 게 많아졌지요. 만에 하나 이런 종류의 물건들이 다른 승객의 안전을 위협하는 흉기나 폭탄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에 정말 별거 아닌 것 같은 생활용품도 공항에서는 엄격하게 제한을 하는 것입니다."


밤이고 낮이고 고도로 집중해야 하는 보안요원

 출국장 앞에 줄지어 서있는 여행객들. 경비보안요원은 몇몇씩 조를 이루어 각 출국장 문 앞에서 티켓을 소지했는지, 그리고 여권 사진과 승객 얼굴이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안으로 들여보낸다.
출국장 앞에 줄지어 서있는 여행객들. 경비보안요원은 몇몇씩 조를 이루어 각 출국장 문 앞에서 티켓을 소지했는지, 그리고 여권 사진과 승객 얼굴이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안으로 들여보낸다.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보안' 업무라는 것은 일하는 곳, 지키려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 일단은 매우 집중해야 하는 일일 것이다. 공항의 경우 신용쾌씨처럼 보안경비요원일 경우 출국장으로 들어가는 승객들의 얼굴이 여권 사진의 그가 맞는지 잘 살펴야 하고, 티켓의 작은 글씨도 주의해서 봐야 한다. 13년째 이 일을 해온 신씨 같은 경우라면 노하우가 생길 법도 한데도, 까딱하는 사이에 실수가 나올 수도 있다고 했다.

"예를 들면 자매인 분들이 오셨단 말이에요. 자신들도 모르게 여권을 바꿔 들고 출국장 경비요원한테 검사를 받아요. 여권이 바뀌었다 한들, 자매이다 보니 얼굴이 아주 비슷할 거 아닙니까? 사진이랑 약간 달라도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잘 모르는 거죠. 본인으로 판단해 들여보냈는데, 출입국심사대(법무부 소속)에서나 아니면 비행기 탑승 직전 티켓이랑 여권 이름 재확인할 때 걸린 겁니다. 그럼 바로 보안처 실책으로 접수되어 버리는 거죠. 보안검색에서도 마찬가지예요. X-ray 통과할 때 앞뒤 손님들 짐 정리를 한다든지 잠시 고개 돌리는 사이에 가방에 있는 금지 물건을 못 볼 수 있거든요. 그러다 탑승 후 어떻게 알려지면 비행기가 떴다가 다시 돌아오는 상황도 있을 수 있죠."

안 그래도 일하는 시간 내내 집중하기가 쉽지 않은데, 게다가 하루에도 몇만 명씩 드나드는 곳에서 하루 10시간 이상씩 장시간노동에 어떨 땐 밤샘근무까지 해야 하니, 있던 집중력도 다 닳아 없어질 판이다. 인천공항의 경우 '국제공항'이기 때문에 김포공항 같은 곳과는 달리 24시간 운영한다. 그래서 보안부문 노동자들은 야간노동을 기본으로 하게 된다.

"밤샘 교대는 정말. 10년 넘게 이 짓을 하고 있지만, 전혀 적응이 안 되고, 하면 할수록 더 힘든 거 같습니다. 제가 있는 보안경비 팀은 24시간 공항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3조2교대로 하루는 주간(08:30~18:30), 하루는 야간(18:30~08:30), 그리고 비번 이렇게 돌아갑니다. 쉬는 날요? 주로 잡니다! 정작 잠자리에 누우면 항상 잠이 잘 안 오고, 다음날 또 피곤하고. 시차 바뀌는 거 때문에 아주 미칩니다. 그리고 제가 원래 혈압이 없었는데, 공항 근무 10년 넘게 하면서 혈압 딱 30 올랐어요.

검색 쪽은 밤새는 날은 없습니다. 올데이(all-day)근무라고 아침 6시 반부터 저녁 8시 반까지 하루 14시간 꼬박 일하는 날 하루가 있어요. 보안검색 동료들, 올데이 뛰는 날은 얼굴이 아주 말이 아니지요. 그 다음 날엔 오전 6시 반 출근해서 오후 1시까지, 셋째 날에는 오후 출근(1시)해서 밤 10시까지 일하고 하루 쉬는 4조3교대로 돌아가는 겁니다. 보안검색 팀은 비록 밤샘근무는 없지만 그래도 노동 강도가 경비 못지않아요. 검색 요원들은 기내 가지고 들어가는 짐들도 계속 들었다 놨다 해야 하고, 근무시간 중간에 쉬는 시간이나 식사시간도 잘 보장이 안 되는 분위기입니다. 노동조합이 조직되어 있지 않아서 그런지 몰라도 말이에요. 승객들 없는 한산한 시간에 눈치껏 구석 소파 몇 개 놓여있는 데에서 쪽잠 자고 다리 잠시 뻗고 그게 다인 거죠."

이처럼 긴 시간 서서 일하면서 휴식도 잘 못 취하고, 식사도 불규칙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보안요원 노동 몇 년이면 만성 위장병, 손목이나 어깨 등의 관절질환, 발바닥에 염증이 생겨 발생하는 족저근막염 따위는 달고 산다고 한다.

안전 업무를 충실히 하다 보면

이런 만성 신체질환과 더불어, 보안요원들이 일상적으로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도 상당하다고 했다. 사람이 특별히 많은 방학, 연휴 기간에도 물론이지만, 국제행사가 잡혀 보안등급이 올라가는 경우에 출국장의 줄이 길어지고 검색을 보다 꼼꼼하고 오랫동안 하게 되면 탑승객들의 불만이 바로 앞에 있는 보안요원들에게 쏟아지는 까닭이다.

"그럴 때를 대비하여 인원보충이 꼭 되어야 해요. 아니 평상시, 장시간·주야 교대하며 일하는 것도 힘든데 보안등급까지 올라가서 손님들 많아지고, 검색시간 길어지면 정말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장난 아닙니다. 하기야 오랫동안 서서 짐 들고 기다리다 보면 저 같아도 짜증 날 텐데, 거기에 짐 다 뜯어보면서 이것저것 검사하고 안 된다고 하면 승객들이 화 폭발하는 게 당연지사 아니겠어요?

보안단계라는 것이 5단계로 되어 있는데요, 아무 특별 상황이 없는 경우가 '평시', 최근 메르스 사태처럼 외국에서 발생한 특수 사안이 있는 경우가 '관심', 한국에서 국제행사가 개최된 경우가 '주의', 그 다음이 '경계', 마지막으로 9.11 때처럼 테러가 발생한 매우 위험한 단계가 '심각'이에요. 각 보안등급에 따라 손 검색이나 가방을 열어보는 개장 검색, 그리고 승객 아무나 찍어서 검색하는 랜덤(random) 검색의 빈도가 확연히 늘어나거든요. 그럼 가뜩이나 서 있는 사람도 많은데, 기다리는 시간이 확 늘어나는 거죠."

아무리 '평시'인들 매일 몇만 명의 사람들을 일일이 돌아봐야 하는 이 일이 쉬울 리 없다. 부디 이 여름, 즐거운 바캉스의 안전한 출발을 위해 애쓰는 인천공항 보안요원 노동자들에게도 유쾌하고 안락한 휴가가 꼭 허락되길 기원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정하나 기자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또한 이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매월 발행하는 기관지 <일터>에도 연재한 글입니다.
#인천공항 #공항 보안 검색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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