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살고 싶다' 낙동강에 살던 멸종위기 물고기 '흰수마자'.
이희훈
흰수마자. 낙동강에 서식하던 우리나라 고유종이자 멸종위기종 물고기 이름이다. 전에는 낙동강과 감천 합수부에서 많이 발견됐다. 4대강 사업 이후엔 종적을 감췄다. 지금은 내성천에서만 발견된다고 한다. 걸쭉한 녹조로 질척이는 낙동강에서 '금강 종술'과 '낙동 수근'이 현수막으로 퍼포먼스를 벌였다. 죽음의 강에선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살고 싶다"흰수마자는 낙동강 '투캅스'가 타고 있는 투명카약에 이끌려서 녹조 속에서 안타깝게 되살아났다. 흐르지 않는 강에 핀 녹조였지만, 녀석은 잠시라도 맑은 속으로 헤엄쳐 들어가고 싶은 듯 물 위에서 꼬리를 쳤다. 이 애틋한 모습을 MB에게 보여주려고 무인기로 동영상도 찍었다. MB의 4대강 사업으로 쫓아버린 흰수마자가 되돌아올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녹조로 썩어가는 물을 흐르게 하면 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 버튼 하나만 누르면 된다.
도동서원에서 흰수마자와 작별한 뒤 '낙동에 살어리랏다' 탐사보도팀은 고속도로를 타고 1시간을 달려 구미보 상류 선산 근처의 낙동강을 찾았다. 전에 1급수였던 곳이다. 물 속이 훤히 비치던 곳이다. 작은 어선을 타고 1시간 동안 어부의 익숙한 작업을 취재했다.
어부 이종욱 씨가 그물을 건져 올리자 시궁창 냄새가 진동했다. "썩은 물을 가둬뒀으니 이렇게 썩을 수밖에. 고기가 잡힐 리가 있나요." 이씨는 푸념했다.
"여긴 낙동강 최고의 쏘가리 어장입니다." 메기와 강준치, 모래무지가 올라오기도 하지만 제일 많이 어망 속에 잡혀 올라오는 건 블루길과 배스, 외래종이었다.
"예전에 어부들이 말하는데, 전에는 한 달에 600만 원 벌었답니다. 그런데 지금은 투잡, 쓰리잡을 하면서 노가다를 뛰어야 간신히 먹고 삽니다. 이 썩은 물을 가둬두면 대체 뭐한답니까?" 그는 이제 "고기잡이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그와 함께 고깃배를 타고 간 무인도에는 어망 200여 개가 널려 있었다. 강물 속에 있어야 할 어망을 죄다 꺼내 말리고 있었다.
"이거 보세요. 큰빗이끼벌레가 어망에 붙어서 말라비틀어진 겁니다. 죄다 이래요."실제로 한 어망을 건지자 그물에 큰빗이끼벌레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그는 "물이 더러워졌는지, 요즘엔 큰빗이끼벌레조차 많이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배 위에서 강준치 두 마리의 배를 가르자 기생충이 한 움큼 튀어나왔다. 조충류란다. 전에 볼 수 없었던 현상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