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이처럼 사랑하고 돕는 사람이 멋진 사람이야"

[말없는 약속 20년 32] 어떻게 해야 덕이가 기운을 차릴 수 있을까?

등록 2015.08.26 16:38수정 2015.08.2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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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기회로 여기는 사람에게는 즐거움이 함께합니다. 그가 품는 희망은 현실로 이루어집니다. 그동안 너무나 아파서 가슴이 막막했던 문제들을 해결해 오며, 작기만 했던 가능성은 어느덧 기대 이상으로 실현됐습니다. 그리고 삶의 희망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그 과정들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중심에는 '사람은 상처 받고 고통만 당하기엔 정말 소중한 존재'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약 24년(1991~2014년) 동안 조카와 함께 울고, 웃던 나날들의 경험이, 어떻게 풍성한 열매로 자리하게 되었는지 하나하나 기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기자 말


눈이 오면 눈맞을세라 비가 오면 비 젖을세라
험한 세상 넘어질세라 사랑 때문에 울먹일세라
(중략)
바람 불면 감기들세라 안 먹어서 약해질세라
힘든 세상 뒤처질세라 사랑 때문에 아파할세라
-나훈아 <홍시> 중에서

덕이 할머니와 덕이, 그리고 나. 우리 셋은 월미도에서 돌아오는 중에 서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보다 더 편안할 수 없었다. 바로 그런 상황을 두고 '서로가 말없이 통하면 그보다 좋은 것은 없다'고 하는 걸까? 그렇게 우리는 조용히 며칠을 지내고 있었다.

덕이는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동안에는 변함없이 태권도장에 간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점심과 저녁밥을 한다. 유아부에서 한 시간 동안 아기 사범으로 아이들을 지도한다. 그러면서 관장님과 사범님에게서 대화하는 방법과 교제 나누는 방법, 아이들을 지도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었다. 덕이는 태권도, 학원, 학교에서 누군가가 불편하게 한다는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그저 큰 눈을 껌뻑 껌뻑할 때 그 안에 모든 의미를 담는 것 같다. 그런 모습이 가슴 아프지만, 한편으로는 알면 알수록 속이 깊은 아이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믿음이 간다. 그런 모습을 통해 덕이 나름의 생각을 하는 것으로 여기고 가능성을 보게 된다. 나의 경험으로 볼 때 한 사람의 육체적 건강은 음식을 어떻게 소화하는지에 관련이 깊다. 그렇듯이 상황에 대하여 어떻게 느끼고 생각(묵상)하는지가 개인의 정서적 건강과 관련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 덕이를 보면서 덕이가 이해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왠지 말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 이야기했다.


고모 : "사랑하는 덕아. 혹시~ 덕이는 태권도 관장님이 되어야 멋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으니?"
덕 : (끄덕끄덕)
고모 : "한편으로 고모는 이렇게 생각해~ 덕이는 관장님 모습이든 아니면 다른 모습이든 덕이는 멋있어."
덕 : ('정말 그래'"라는 눈빛으로 나를 본다. 그 눈빛을 통하여 존중받고 싶어하는 덕이의 애절함을 느끼게 된다)
고모 : "무엇을 해도 덕이 너는 멋있단다. 왠지 아니?"
덕 : (고개를 가로젓는다)

고모 : "고모는 이렇게 생각한단다. 멋있는 사람이란 덕이처럼 사람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얼마나 좋아하는지와 관련이 있어 보인단다. 그러므로 덕이 너는 최고로 멋있는 사람이야! 그리고 이웃집에 할머니, 아저씨와 아주머니를 좋아하는 모습이나 동생들을 좋아하는 모습이 참으로 좋아 보여."
덕 : "좋아 보여?"
고모 : "응. 고모는 덕이처럼 그렇게 다양한 사람을 좋아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 점에 대하여 덕이 너에게 배우고 있단다. 사람들을 사랑하는 너는 정말 멋있고 최고거든."
덕 : (턱을 앞으로 내밀면서 입 모양에 힘을 준다. 야무지게 다문 채로 쑥스럽지만 그 점에서는 인정하는 듯 표정이 편안해 보인다)
고모 : "사실은 덕이 자체가 멋있는 사람이라 그래!"
덕 :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한다)

그동안 덕이의 사진들을 덕이의 방 천장, 벽에 붙여놓았다. 그리고 거의 매일 잠들기 전에 사진 속에 있는 덕이의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멋있고, 소중한지에 대하여 10년 이상 이야기해주었다. 그 효과를 톡톡히 보는 상황 같았다.

다행히도 나의 말을 덕이가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계속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되었다.

매년 가족 양말을 직접 고르는 덕이

고모 : "그리고 덕이는 설이나 추석 때 가족들의 양말을 한 사람 한 사람 취향에 맞게 고르는 것을 좋아하잖아~ 더군다나 동생 2명의 것은 너의 용돈으로 직접 준비해주고 있고. 덕이처럼 그렇게 가족을 챙기는 아이는 없을걸..."
덕 : "없어."

덕이가 4살 때부터 한 가게에서 해마다 가족들 모두의 양말을 1년에 두 번(추석, 설)씩은 꼭 골고루 고른다. 그러다 보니 가게 주인은 이렇게 말하곤 하였다. "요즘 누가 이렇게 해요. 더군다나 아이가 이렇게 가족들을 챙기다니 놀라워요!"라고.

덕이와 나는 할머니부터 가족들이 좋아하는 색상과 모양 등을 고려하여 가족 수 만큼 늘 양말을 준비한다. 명절 때 가족들이 찾아오면 내어주곤 했다. 어느덧 덕이가 스스로 고르는 것을 잘하고 모두 그것을 받을 때 기뻐한다.

고모 : "덕아, 사람이 멋있고, 예쁘고는 무엇으로 나타날 것 같으니? 이마, 눈썹, 눈, 코, 입, 볼이 균형을 이루어 반듯한 외모를 지녔을 때? 나는 이렇게 생각해. 덕이처럼 사람을 사랑하고 또한 좋아하며 돕고 싶어하는 마음을 지닌 사람이 정말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해~ 덕이가 사랑이(황구)와 슬기(백구)를 좋아하니까, 사랑이와 슬기가 덕이만 보면 좋아서 덕이에게 안기려고 하듯이... 덕이는 어떻게 생각하니?"
덕 : (사랑이와 슬기가 자기를 좋아하는 모습을 떠올리듯 멀리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고모 : "그리고 보육원에 친구들 3명을 방학이면 집으로 초대해서 네 방에서 함께 지내고. 태권도에도 함께 가고 산과 바다에도 함께 가는 것을 또한 덕이는 좋아하고..."

덕이를 맡게 되기 전 20살 때부터, 서울의 한 보육원에 친구와 함께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덕이와 함께 지내면서는 자주는 못 가더라도 가끔 방문하곤 했다. 그런 생활을 하면서 덕이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보육원의 아이들 2~3명을 방학이면 집으로 초대했다. 매번 3일~5일 정도 덕이와 함께 지내는 생활을 하는 중이었다. 다행히 덕이 할머니께서도 그 아이들을 보면 당신 손주(덕이) 같은지 안쓰러워 하면서도 좋아하셨다.

덕 : "나는 민우(가명)가 좋아."

민우는 차분하고 착한 성품으로 덕이와 잘 어울렸다. 그 친구는 여름방학 때면 우리 집에 와서 지내곤 하였다.

고모 : "아~ 그렇구나. 나도 그런데... 그리고 영민(가명)이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을 보면 부지런해서 좋고. 희곤(가명)이는 식사할 때나 간식을 먹을 때마다 할머니께 먼저 권하는 모습이 어른에 대한 예의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아. 그래서 고모는 그 친구도 좋단다."
덕 : "응~"
고모 : "사랑하는 덕아~ 덕이가 무엇보다도 사람을 좋아하고 함께 어울리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덕이를 멋있고 크~은 사람이 되게 할 거야!"
#가족 #양말 #멋있는 사람 #큰 사람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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