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대구시 달성군 도동서원앞 낙동강에서 모터보트 스크류를 이용해서 짙은 녹조를 흐트리려 시도하고 있다.
권우성
작은 댐 하나 짓는 데도 10년 이상 걸리는데...
낙동강은 죽고 남조류 가득 핀 9개 호소로 사산되고 있는 중이다. 작은 댐 하나 짓는 데에도 십 년 이상씩 논란이 일어 쉽지 않은 편인데 중소규모 댐 수준인 보를 8개나 만들고 금쪽 은쪽 같은 모래를 깔끔이 퍼내는 일을 이리도 짧은 시간 안에 꼭 해야만 했던가.
준설하고 수심 깊은 물로 만들면 수질은 어떠할까? 낙동강의 현 상황은 '고인 물은 썩는다'는 상식을 오랜 시간 걸리지 않고 확인시켜줬다. 최근 언론에서 얘기하는 '녹조현상'은 '부영양화현상(Eutrophication)'의 한 단면을 말하는데, 녹조류(Green algae)가 크게 자랄 때 쓰는 말이고, 실제로는 남조류(Blue green algae)가 주로 우점해서 자랄 경우가 많아 남조 번무현상이 여름철에 주로 발생한다.
이는 여러 가지 자연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발생하는데, 기본적으로 수온, 광량, 영양염류(특히 인농도)에 의해 크게 좌우되며, 물리적 인자로는 체류시간이 관여하게 된다. 즉 높은 수온과 일사량 및 인농도가 유지되고 긴 체류시간만 보장된다면 조류가 번성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조류가 자라는 곳은 크게 세 곳이다. 첫째, 하천의 흐름을 막아 조성된 댐 호수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호수는 인공호수인데 이들은 수량 확보, 홍수통제를 위해 필요한 시설이기도 하다.
그러나 흐르던 하천이 그 흐름을 멈추면서 생기는 부작용이 소위 '녹조현상'이다. 호수의 녹조현상을 일으키는 데 가장 주요한 인자는 인농도이다. 인농도가 높으면 녹조가 많이 피고 낮으면 덜 핀다. 즉 충분한 체류시간이 보장될 경우 인이 조류성장을 일으키는 제한인자(Limiting factor)로 작용하게 된다. 수온, 광량, 체류시간이 보장되는 우리나라 인공호수가 그러하다.
둘째, 강의 하구에 설치된 하굿둑 탓에 생긴 하류부 정체 구간이다. 우리나라에는 낙동강, 금강, 영산강 하구에 염분침투 제어, 안정된 수량 확보를 위해 하굿둑을 조성하였다. 이로 인하여 하류부는 만성적인 녹조현상이 일상화된 지 오래다.
셋째, 폐쇄성 연안이다. 이 곳에서는 강으로부터 많은 영양염류가 유입되고, 이로 인해 염분농도가 낮아지고, 체류시간이 길어져서 적조(Red tide)가 발생하고 있다. 즉 이 세 곳의 공통적 특징은 다 물이 정체되어 있는 구간들이다.
강에서 호소로 바뀌거나 연안 바닷물 순환이 잘 안 되는 곳은 많든 적든 조류가 번무한다. 그러나 강의 경우 흐름이 강하면 조류(Algae)가 피기 어렵다. 수온, 일사량 및 인농도가 높게 유지되더라도 흐름이 강한 하천에서는 녹조현상이 일어나기 쉽지 않다. 단지 하천바닥의 자갈층에 부착해서 사는 부착조류(Attached algae)만 형성될 뿐이지 흐르는 강물 속에서 조류는 자라기는 힘들다. 특히 아직까지 우리나라 하천 수질 수준은 물이 고이기만 하면 조류가 필 수 있는 여건을 갖고 있다.
이번에 정부가 5천 억을 들여서 하폐수처리장에 인처리시설을 추가로 도입하여 4대강내 인농도를 낮추긴 했다. 그러나 방류수의 인농도 기준이 느슨한 편이고, 비가 올 때 씻겨져 오는 소위 비점오염원(Nonpoint source) 성격을 가진 인농도를 통제하지 않고는 조류 발생을 억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