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그림같이 펼쳐닌 호수가에서 막내가 팔을 벌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재만
산으로 들어가는 곳에는 조그마한 주차장이 있고, 차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숲은 우거져 있어 산속을 들여다볼 수가 없다. 호숫가로 나 있는 넓은 산길로 사람들이 오갈 뿐이다. 도대체 이곳에 뭐가 있는 걸까! 호기심이 발동하여 걸음을 재촉했다. 얼마 걷지 않아 곧 궁금증이 풀렸다.
사람들이 찾아간 곳은 호수가 잘 보이는 산속에 위치한 야영장이었다. 그곳에는 텐트와 천막이 이미 가득 들어서 있다. 야영장은 크지 않았으나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최소한으로 이용하려는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바비큐 시설은커녕 세면시설도 없다. 조그만 관리실과 화장실이 전부다. 한국의 야영장에 비해 초라해 보였으나 주변 환경이 깨끗하고 풍경이 참 좋아 힐링 장소로 그만이었다.
다시 버스를 타고 생모리츠역으로 나왔다. 오후 두 시가 넘어서고 있다. 다행히 기차가 기다리고 있어 바로 출발할 수 있었다. 4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취리히로 이동했다. 취리히로 가는 길은 산촌에서 도시로 나오는 느낌을 준다. 산이나 호숫가에 눈에 띄게 집들이 많아지고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들도 많다.
여섯 시가 넘어 취리히역에 도착했다. 역은 서울역만큼이나 크고 넓다. 어디가 어딘지 금세 분간하기 어렵다. 중앙역에서 나와 도심으로 향했다. 도로에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대중교통인 트램(전차)이 수시로 지나가며 사람들의 이동을 방해한다. 트램은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다. 취리히는 스위스의 최대 경제 도시답게 화려하고 생기가 넘친다.
주변에는 중국음식점도 있고 일식집도 있다. 그러나 한식집은 잘 보이지 않는다. 혹시 있을까 싶어 마트 직원에게 물어보았더니 얼마 전에 문을 닫았다 한다. 한국 음식이 이곳 사람들에게는 별 인기가 없는 모양이다.
일식을 먹을까 하다 중국음식으로 저녁을 먹었다. 지하상가에 있는 음식점인데 우리나라와 비슷한 풍경이다. 철판에다 갖가지 요리를 해놓고 주문을 받고 있다. 보기만 해도 침이 넘어간다. 돼지고기와 감자 볶음요리를 먹었는데 꽤 먹을 만하다. 같은 동양지역 음식이라 그런지 입맛이 살아난다.
밤 8시가 넘어 트램을 타고 공항 근처에 있는 숙소로 이동했다. 숙소까지는 30분이 넘게 걸렸다. 트램은 보통 차량 2~3대가 연결되어 있는데 시내버스보다 속도가 느리다. 취리히에서는 트램이 지하철과 버스를 대신해 시민의 발이 돼 주고 있었다.
길지 않은 여행이었지만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어 다행이다. 서툰 영어로 자유여행을 하다보면 뜻하지 않은 문제가 생겨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는데,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 즐겁게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좀 욕심을 부린다면 스위스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그들의 생활공간으로 깊숙이 들어가 체험해보고 싶었으나 그럴 기회를 얻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자연을 지극히 사랑하는 스위스 사람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
여행일정 : 인천 – 취리히 – 루체른 –리기산 – 인터라켄 – 하더쿨룸 – 융푸라우요흐 –체르마트 – 마터호른 (수네가) - 빙하특급 – 생모리츠 – 취리히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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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쪽빛' 호수,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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