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봉사 전경건봉사 소나무에서 본 건봉사 전경.
정도길
"웬 바리케이드야! 잘못 왔나? 또, 군인은 뭐지?"
막다른 골목이다. 차를 막고 선 것은 바리케이드와 무장한 군인들. 놀란 가슴으로 내비게이션을 본다. 차량 앞 유리창을 통해 본 풍경은 내비게이션 상황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내비게이션에 따라 정확하게 운전을 했건만, 앞으로 펼쳐진 낯선 풍경에 적잖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긴장했던 탓일까, 군인이 총을 들었는지는 기억에도 없다. 차를 돌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임에도, 이내 군인 앞으로 서서히 움직이는 자동차. 그리고는 군인과 마주쳤다.
"어디 가십니까?""건, 건봉사 가는데요."짧은 두 마디는 육중한 바리케이드를 움직였다. 다시 몇 분을 달렸을까, 또다시 나타나는 검문소. "또, 이번엔 뭐야"라는 예민한 반응이 가슴 깊이 꽈리를 털었다. 심장이 두근거린다. 차량 앞으로 묵직한 군화발을 옮겨 놓는 군인의 날카로운 시선이 나를 향한다. 처음 검문소를 통과할 때처럼 같은 질문이 반복됐다.
신분증과 연락처를 확인한 후 짧은 대화를 끝으로, 쇳소리 나는 바리케이드는 아스팔트에 자국을 남기며 비켜섰다. 통과하라는 신호다. <108 산사순례>로 떠난, 강원도 최북단에 자리한 건봉사로 가는 길목에서 마주한 예기치 못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