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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봉(54) 회원은 2020년까지 10만인클럽 회원이다. 시민기자로 활동하면서 <오마이뉴스>에서 받은 원고료(86만1500원)를 다시 '자발적 구독료'로 되돌린 것이다(시민기자 원고료로 10만인클럽 회원 가입이 가능하다). 왜 그렇게 하셨냐고 물으니, "같은 돈이라도 저보다 <오마이뉴스>가 더 잘 쓰겠구나 하는 믿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2003년 1월부터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전국 여기저기를 돌며 평소 관심이 많았던 한국사, 한국문화, 한국미를 담아왔다. 그의 기사엔 옛담, 마을, 사찰, 문화재 등 고즈넉한 공간의 풍경이 담겨 있다. 디지털카메라가 없던 시절, 그는 여행을 한 뒤 사진을 인화해 그 밑에 글을 남기는 습관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오마이뉴스>라는 매체를 만나면서 시민기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직업은 따로 있다. 투자신탁과 종합금융에 이어 증권회사에서 일한 지 올해로 27년째. 전형적인 샐러리맨이지만, 놀이와 노동이 구분되지 않았던 시절을 떠올리며 "사실 모든 국민은 작가다"라고 말한다.
"예전에는 정치인이 시인이고 문장가였지요. 농부는 농사를 지으며 노래도 부르며 살았지요. 하지만 요즘은 노는 사람은 놀기만 하고, 글 쓰는 사람은 글만 쓰며 '스페셜리스트'(전문가)로 키워지고 있습니다. 인간 본성에 반한다고 생각해요."
김정봉 회원은 자신은 말주변이 없다며 인터뷰를 부담스러워했다. 해서 이메일과 전화를 통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위의 슬라이드 사진들은 그가 다닌 전국의 여행지 중에서 <오마이뉴스> 독자들과 각별히 공유하고픈 곳을 골라 보내주었다. "화려한 풍광은 아니지만 처음 본 순간 강한 인상을 받은 곳, 혹은 기대하지 않고 갔다가 진한 감동을 받은 곳"이라면서.
※김정봉이 선택한 한국미 베스트10
물안개 젖은 달마산 도솔암(해남), 하늘이 만들고 땅이 감춘 절 화암사(완주), 뜨거운 여름 배롱나무 붉게 물든 명옥헌 원림(담양), 낙동강을 굽어보는 병산서원(안동), 완전체를 보는 느낌 부석사(영주), 꽃문·꽃담이 아름다운 창덕궁 낙선재(서울), 물소리·새소리가 울려요, 새벽 도갑사(영암), 흰 눈 맞는 무위사(강진), 까칠해진 마음을 다독이는 서산마애삼존불(서산) 그리고 영주 무섬마을.
- <오마이뉴스>와의 첫 인연.
"<오마이뉴스>를 처음 접하게 된 때는 2002년 노무현 대통령 후보 경선 때로 기억되는데요. 경선 결과를 빨리 볼 수 있는 매체가 없었던 당시, 다른 어떤 매체보다 속보로 잘 보도하여 그 때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 '무엇'을 찾아 여행을 하시는지요.
"처음에는 문화재를 찾아다니며 '과거 여행'을 많이 했어요. 지금은 '현재 여행'도 많이 합니다. 지역마다의 특색 있는 문화를 알려고 노력합니다. 주로 공동체 색체가 강한 마을 문화인데요. 그래서 최근에 다녀온 곳은 서울 강북의 마을들, 서촌 북촌, 동촌이고 지방은 오래된 마을의 담을 찾아다니며 마을 여행을 하고 있지요. 여행할 때마다 항상 마음에 두고 있는 것은 한국미입니다. 한국미의 본바탕은 무엇이고 어디서 온 것인가? 다소 어려운 과제이고 미학자들이 찾고자 하는 과제이기도 합니다."
- 취재지를 어떤 기준으로 정하는지요.
"20년간 해온 '집 떠나기'는 작년만큼은 절박감으로 다가왔습니다. 세월호 참사,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은 특히 직장에서도, 집에서도 도저히 그냥 자리에 앉아있을 수 없는 어떤 분노의 상태, 부모로서 좌절감이 들었습니다. 뭐라도 몰입해야 했기에 떠났지요. 좀 엉뚱하게 들리겠지만 이게 제 기준입니다. 마음."
- 심난할 때 특히 찾는 곳이 있나요.
"서산마애삼존불. 흔히 '백제의 미소'라 하지요. 미소를 보는 순간 걱정과 고민, 심난한 마음이 가십니다. 어린아이 미소 같지요. 미소가 주는 울림이 큽니다. 철원 도피안사 비로자나불 미소도 좋습니다. 건장한 남성의 미소입니다. 최근에 금칠을 벗겨냈는데 미소는 예전의 것이 더 좋게 보입니다.
다음은 강릉 신복사지 석조보살좌상입니다. 합족한 입에 달달한 엿을 드시고 있는 것 같아요. 어머니 미소도 빠지면 안 되겠지요. 경주 감실석불좌상의 미소입니다. 꼬옥 다문 입이 왠지 자식한테 약한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는 강한 모습 같지만 자세히 보면 어머니의 애틋함이 느껴지는 그런 미소입니다."
- 앞으로 취재한 내용을 출판할 계획은.
"아직 확정은 안 되었지만 지금 쓰고 있는 <오래된 마을의 옛담>을 출간할 생각입니다. 올 가을로 계획을 잡고 있습니다."
- 가장 행복한 순간은.
"서태지 <소격동> 노래 가사 가운데 '소소한 하루가 넉넉했던 날'이라는 대목이 있지요. 제가 참 좋아하는 노랫말인데요. '현재 행복하냐'보다는 '언제 행복한가요'라는 질문에 답하고 싶은데요. 저는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준비를 꽤 합니다. 제 아내는 여행 준비를 하고 있는 저를 보고 참 행복해 보인다고 말합니다."
-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합니다.
"정치, 사회적인 이슈로 분노가 치밀 때, 비상식적인 일들이 버젓이 벌어지는 세태 속에서 예민해지고 날카로워지는 나에게 어떤 치유가 되었다고나 할까요? 한번쯤 '이 놈의 나라 떠나야지' 싶다가도, 떠날 능력도 대안도 없는 저 같은 사람에게 믿고 의지할 곳, 내 일상을 보듬어주는 대상 같은 것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글을 쓰는 것도 좋았지만 다른 시민기자들의 글을 보면서도 위로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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