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시선이 진실과 조우하는 순간

가자, 비비안 마이어를 찾으러

등록 2015.08.31 16:16수정 2015.09.0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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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곡미술관은 여름특별기회전으로 7월 2일부터 9월 20일까지 <내니의 비밀>이라는 타이틀로 비비안 마이어의 작품들을 전시한다. 아시아에선 첫 번째 전시다. 이번 전시는 마이어의 흑백/컬러프린트 110여 점 및 슈퍼 8밀리 필름 9점, 그리고 BBC에서 제작한 마이어의 일대기 <Who Nanny's Pictures?> 필름으로 구성된다. 더불어, 전시장에는 비비안 마이어의 작품들이 실린 사진집도 비치되어 있어 그녀의 또 다른 작품들도 볼 수 있다.

우연히 발견한 15만 장의 필름


성곡미술관에 가야겠다고 결심한 건,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란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고 난 직후였다. 영화를 찍은 감독 존 말루프는 우연히 동네 경매장에서 15만 장의 필름이 든 박스를 구매하게 되고, 점점 필름 속 사진에 매료된다. 이 사진들을 찍은 사람이 비비안 마이어라는 여성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그녀의 삶을 추적해나가기 시작하는데, 그녀가 입던 옷과 편지, 각종 서류와 영수증 같은 아주 사소한 것까지 조사하여 비밀스럽던 그녀의 삶을 낱낱이 파헤친다. 존 말루프는 유명 갤러리에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을 전시할 수 있도록 여러 번 시도해 보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결국, 그는 SNS에 그녀의 사진들을 올리게 되는데,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람들의 뜨거운 반응 덕분에 현재에는 여러 나라에서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들이 전시 중이다.

너무나 미스터리한 그녀, 비비안 마이어

비비안 마이어는 1926년 뉴욕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951년에 뉴욕으로 다시 돌아온 그녀는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1956년 시카고에 정착한 이후, 평생 보모 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계속해서 사진을 찍었다. 마이어는 자신의 사진을 다른 이들에게 공개하지 않았고, 대체로 필름들을 인화도 하지 않은 채 보관했다. 그녀는 오로지 사진 찍는 행위에만 집중했고, 그것은 마이어에게 아주 큰 개인적 즐거움이었다.

그녀는 주로 펠트 모자를 쓰고 펑퍼짐한 코트를 입고 다녔다. 목에는 항상 묵직한 롤라이플렉스 카메라를 메고 다니면서 마음에 드는 찰나와 조우하게 되면 과감하게 셔터를 눌렀다. 사람들은 그런 그녀를 괴짜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교양 있고 열린 사고의 소유자로서 관대한 성격이었다고 한다.

비비안 마이어는 2009년 4월에 세상을 떠났다. 훌륭한 작품을 많이 남겼음에도 평생 고독한 삶을 살다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사후 우연한 기회에 그녀의 작품들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비비안 마이어라는 인물이 재조명되고, 지금은 단순한 길거리 사진작가가 아닌 당대 최고의 사진작가였던 로버트 프랭크와 비견될 만큼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그녀가 사진을 찍게 된 동기와 배경, 예술가로서의 행로 등은 여전히 연구 과제로 남아있다.


인간을 보다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은 인간적이다. 그래서 따뜻하다. 그녀는 사람과 사람들 간에 존재하는 인간의 보편적 감정들을 잘 포착해냈다. 사진 속 사람들의 표정에는 하나같이 가식이 없다. 희로애락이 그대로 노출된다. 사실적 묘사는 사진 한 장 한 장에 이야기 하나씩을 부여하고, 그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와도 일맥상통한다. 우리가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을 보면서 쉽게 공감하고 감동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비비안 마이어는 자화상을 많이 찍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녀는 거울이나 창문을 통해 반사되는 자신의 모습을 찍었다. 그런데 그 방식이 무척 독특하다. 마이어는 거리 위의 사람들을 찍을 때와 다르게 그녀 자신을 찍을 땐, 새로운 구도와 스타일로 매번 실험적인 사진을 연출했다. 거리 위 사람들의 사진에 위트와 유머가 있다면, 자화상에는 그녀의 놀라운 기지가 담겨 있다.

가자, 성곡미술관으로

성곡미술관은 비비안 마이어의 작품을 보러 온 사람들로 북적댔다. 알려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사진작가의 작품을 보러 이토록 많은 사람이 온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영화 덕분일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마이어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매력이 가장 큰 이유라면 이유일 것이다. 이번 전시로 평생 사진만을 찍어온 비비안 마이어의 열정적인 삶과 순수한 시선으로 그녀가 바라본 세상을 경험할 수 있다.

성곡미술관은 비비안 마이어의 전시 외에도 게리 위노그랜드 전시도 같이 진행 중이다. 일거양득으로 한 장의 티켓으로 두 사람의 작품전시전을 볼 수 있다. 미술관 뒤쪽 언덕에는 운치 있는 카페도 있으니 전시를 관람한 후,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즐겁게 담소를 나누기에 더없이 좋을 것이다.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신문로2가 1-101
전화: 02-737-7650
홈페이지: www.sungkokmuseum.com
이용시간: 10:00-18:00
티켓: 일반(만 19~64세) 10,000원
청소년(만 13~18세) 8,000원
어린이(만 4~12세) 6,000원
덧붙이는 글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신문로2가 1-101
전화: 02-737-7650
홈페이지: www.sungkokmuseum.com
이용시간: 10:00-18:00
티켓: 일반(만 19~64세) 10,000원
청소년(만 13~18세) 8,000원
어린이(만 4~12세) 6,000원
#비비안 마이어 #성곡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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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자유기고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영화 많이 봅니다. 음악 많이 듣습니다. 독서는 기본입니다. 원고의뢰가 필요하신 분은 메일주세요! gisinsto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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