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부자들의 사회학> 표지
갈라파고스
중산층을 보는 눈이나 부자에 대한 사고구조가 우리와 다르긴 하지만, 저자가 프랑스를 예로 들며 부자들의 사회학을 만화로 풀어주고 있는데, 우리나라와 같은 점이 너무 많소. 그 중 대표적인 것은 그들만의 '끼리끼리 문화'가 존재한다는 것이오. 쉽게 말해, '이병철-이건희-이재용'으로 이어지는 '삼성패밀리', '정주영-정몽구-정의선'으로 이어지는 '현대패밀리', 그들만의 문화 말이오.
단순히 돈으로만 생각하는 부의 개념으로 접근하면 부자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게 되오. 일테면 김용철 변호사가 터뜨린 '삼성의 X파일'도 그들의 정신상태가 낳은 부산물인 거요. 조금 더 나아가면 그게 자본주의의 속성이오. 사회학자가 쓴 결코 쉽지 않은 부자들의 사회학, 이 책을 이해하면 부자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님을 알 수 있소.
"돈이 돈을 낳는 세상, 돈이 곧 권력인 세상, 이른바 연예인이든 정치인이든 스포츠맨이든 유명 인사들까지 모두 포섭하는 능력을 가진, 그래서 부와 권력과 명예 그 모든 것을 집중시켜 장악한 오늘의 부자들을 알지 못하면 세상을 비판적으로 인식할 수 없다."(본문 4쪽)여보! 너무 돈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게 질투나 부자를 미워한다면 이는 미련한 짓이오. 부자의 근본을 알아야 부자에 대해 기어이 말할 수 있는 것이오. 책은 복권에 당첨된 부부를 진짜 부자로 만드는 스터디 형식으로 이뤄졌소. 서민이 부자가 되는 길은 벼락에 맞는 것보다 두 배나 어려운 복권당첨밖에 없다는 설정자체가 우리를 슬프게 하오.
우리 국민 81%가 '개천에서 용 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하오. 지당한 말이오. 이제는 강남에서 용 나고, 삼성가나 현대가에서 용 나는 시대요. 이들은 '영어유치원-사립초등학교-국제중학교-특목고-SKY-미국유학'이라는 자신들만의 엘리트 코스가 있소.
때로 우리는 그들만의 리그를 바꿀 수 있다는 환상에 빠지기도 하오. 정치인을 바꾸면 될 거라는 환상 말이오. 그러나 정치인 역시 그들의 '끼리끼리 사회'의 일원이라는 점을 놓친 결과요. 회장, 은행가, 정치인, 동문, 같은 지역 출신, 가족관계, 골프 치는 사이, 자금으로 연결된 사이, 같이 잔 사이 등등 얽히고설킨 '패거리 문화'를 읽지 못하면 결국 돈의 흐름도 놓치게 되오.
여보! 패거리의 일원인 정치인은 소위 '낙수효과'가 있을 거라며 부자들에게 호혜정책을 쏟아내오. 그리고 그 호혜의 결과를 자신들이 누리죠. IMF시대에 재산이 는 사람들은 대부분 정치인들과 기업가들이었다는 점이 이미 그걸 증명했소. 서민들이 부자증세 혹은 법인세 인상을 말하면 경제에 저해가 된다며 기득권자들이 회피하오.
신자유주의자들은 정치인이든 경제인이든 다 한 통속이오. 심지어는 세금을 덜 내는 조세피난처로 도망갈 생각도 하오. 그럴까 봐 세금을 올리지 못하는 경향도 있소. 여보! 다른 함정은 '능력사회' 운운하는 캠페인에 속는 것이오. 신자유주의가 지배하는 자본주의 국가에서 능력사회란 없소.
"여기에서 능력지상주의는 아무 의미가 없어요. 능력이란 뭔가를 할 수 있다고 믿게 하는 것이지만, 실제 우리 삶을 보면 우리는 우리가 속한 계층이 보유한 기회를 물려받는 거죠. (중략) 부자들로 말하자면 개인주의에 몰입해 있으며, 이념적으로 경쟁제일주의를 지향한다고 할 수 있으나 실제로는 완전히 집단적이며, 자기들의 이익을 위하여 자기들끼리 하나로 똘똘 뭉쳐 있습니다."(본문 128, 129쪽)여보! 책은 단호히 말하오. '끼리끼리 문화'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 한 부자는 될 수 없다고. 복권에 당첨되는 게 기적이고, 돈을 가졌더라도 부자의 세계로 들어가는 게 기적이오. 이래저래 벼락에 맞는 기적 이상의 기적이 일어나지 않으면 서민의 부자사회로의 진입은 하늘의 별따기라는 거지요. TV 앞 아저씨들처럼 복권 안 사고 복권 당첨되는 꿈꾸는 게 더 이상적일지 모를 일이오.
만화로 읽는 부자들의 사회학
미셀 팽송 & 모니크 팽송-샤를로 지음, 마리옹 몽테뉴 그림, 양영란 옮김, 홍세화 해제,
갈라파고스,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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