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대왕의 꿈', 쓸쓸함이 사라진다

잔치국수 한 그릇에 마음마저 행복한 이곳, 광주광역시 계림동 잔치집

등록 2015.09.07 13:32수정 2015.09.09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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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 육수의 은은하고 고급진 풍미가 마음을 위로해준다. ⓒ 조찬현


맛깔진 국수 한 그릇에 마음마저 행복하다. 이곳은 광주 계림동 잔치집이다. 한옥을 사들여 개조했다는데 가게가 아기자기하고 참 예쁘다. 허름한 바람벽에 가려 밖에서 보는 이미지와 사뭇 다르다.


자그마한 골목길로 들어서면 담장에 '멸치 대왕의 꿈'이라는 글귀가 발길을 붙든다. 이집에서는 아무래도 멸치육수로 만든 음식을 먹어야겠다. 호박잎 사이로 노란 호박꽃이 환하게 피어나고 마당의 알토란 이파리가 짙푸르다. 실내는 고풍스러움이 담겨있다.

멸치 대왕의 꿈, 멸치육수로 만든 잔치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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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원에 담아낸 잔치국수 한 그릇, 계란지단에 숙주나물과 유부, 김가루로 고명을 올렸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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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 대왕의 꿈’이라는 글귀가 발길을 붙든다. ⓒ 조찬현


식탁에는 깍두기와 배추김치가 놓여있고 양념류도 보인다. 멸치 대왕의 꿈이라는 글에서 감을 잡았겠지만 이 집의 대표메뉴는 멸치육수로 만든 잔치국수다.

잠시 기다리는 동안 식탁에 쓰인 시구를 되뇌어 본다. 이상국 시인의 <국수가 먹고 싶다>라는 시가 은근 마음에 울림을 준다.

삶의 모서리에서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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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시인의 <국수가 먹고 싶다>라는 시의 일부다. ⓒ 조찬현


5000원에 담아낸 잔치국수 한 그릇이 멋지다. 계란에 숙주나물과 유부, 김가루로 고명을 올렸다. 남도의 인심과 정성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식탁에 놓인 반찬을 앞 접시에 적당히 덜어낸 후 국물 한 술을 맛봤다.

따끈한 국물 한 술에 허전하고 쓸쓸했던 마음의 조각들이 하나둘 사라져간다. 멸치 육수의 은은하고 고급진 풍미가 내 마음을 위로해준다. 아삭하게 씹히는 숙주나물과 국수의 부드러운 면발이 조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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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한 국물 한술에 허전하고 쓸쓸했던 마음의 조각들이 하나 둘 사라져간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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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마저 행복한 이곳, 계림동 잔치집이다. ⓒ 조찬현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잔치국수 #국수가 먹고 싶다 #맛돌이 #계림동 잔치집 #멸치육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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