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늑대와 양치기' 112 허위전화 요지경

차 못 찾자 거짓 도난신고까지... 허위신고, 과거보단 줄었지만 여전

등록 2015.09.08 17:39수정 2015.09.08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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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112 종합상황실. ⓒ 서울지방경찰청


"주차장에 있던 차량이 없어졌다"는 남성의 신고가 들어온 건 지난 6일 오전 3시 15분께였다. 도난을 당했다는 말에 경찰은 도난차량을 수배 전산에 입력하고 일대 순찰에도 나섰다. 하지만 도난을 당했다는 차는 한 시간 쯤 뒤인 오전 4시 25분 멀쩡하게 길가에 세워진 채로 발견된다.

경찰 조사 결과 결혼식을 앞두고 친구들과 술자리를 했던 신고자는 술에 취해 주차해 놓은 차를 찾지 못하자 도난으로 경찰에 거짓신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신고자인 이아무개(27)씨를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즉결심판에 부쳤다.

앙심을 공권력을 이용해 풀려고 한 경우도 있다. 지난 3일 부산 동래구 온천동의 한 아파트에서 칼부림이 났다는 다급한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바짝 긴장한 형사 등 경찰관 6명과 119구급대원이 긴급 출동했지만 신고 내용은 거짓.

신고자인 김아무개(64)씨를 붙잡아 조사해보니 거짓 신고의 이유가 참으로 기가 막혔다. 20년 전 이혼한 부인을 괴롭힐 목적으로 전처의 주소지에서 칼부림이 났다는 섬뜩한 허위신고를 했다는 것이었다. 경찰은 김씨 역시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즉결심판에 넘겼다.  

도둑질을 하려다 발각되자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오히려 경찰에 대담하게 신고를 한 절도범의 이야기에는 경찰들도 혀를 내두른다. 지난 7월 30일 오토바이를 훔치려다 주인에 발각된 김아무개(22)씨는 도주에는 성공했지만, 자신의 오토바이를 범행 현장에 두고 왔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혹시나 경찰이 현장이 남겨진 오토바이를 통해 자신을 잡으러 올지 모른다는 걱정에 빠진 김씨는 거꾸로 경찰에 신고전화를 걸었다. 그는 "키를 꽂아 놓고 운동 갔다 온 사이 오토바이가 없어졌다"는 잔꾀에 스스로 무릎을 탁 쳤을지 모르지만, 경찰은 김씨의 손목에 수갑을 철컥하고 채웠다. 김씨는 절도혐의에 허위신고까지 덧붙여져 입건됐다.

전체 신고 대비 0.013% 허위 신고 "공권력 낭비 초래하는 범죄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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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112 종합상황실. ⓒ 서울지방경찰청


메르스에 전국이 긴장하던 지난 6월 19일에는 경찰도 초비상 상황이었다. 그래서인지 "기침하고 열이 나는 증세가 있다"며 "메르스 의심"이라고 말하는 안아무개(23)씨의 신고는 가볍게 넘기기 어려웠다. 보건소 직원까지 대동해 출동했지만 이것도 허위신고였다.

술에 취한 안씨는 경찰차를 타고 귀가할 마음에 가볍게 112를 눌렀다. 콜택시 대신 112 순찰차가 만만했던 안씨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형사입건됐다. 택시비 몇 푼을 아끼려다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 셈이다. 

과거보다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112 허위신고는 존재한다. <오마이뉴스>가 경찰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2014년 지방청별 허위신고 건수 및 비율을 살펴보면 지난 한 해 전국에서 걸려온 1877만여 건의 신고 전화 중 허위 신고는 2350건으로 전체 대비 0.013%였다.   

전체 신고에 비추어 본다면 허위신고가 많다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경찰은 이로 인해 피해를 보게 되는 다수의 시민이 생긴다는 점을 강조한다.

경찰은 "허위신고는 긴급하게 경찰 출동이 필요한 시민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가고 경찰의 112 총력대응 능력을 떨어뜨리며 공권력 낭비를 초래하는 범죄행위"라면서 "앞으로도 112 허위신고에 대해 적극 처벌하고 아울러 폭발물 설치, 납치 등 악성 허위신고에 대해서는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적극 활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112 #허위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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