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보다 평화로운 집회 문화를 생각해보며

의경이 된 후 느낀 경찰의 역할

등록 2015.09.12 21:51수정 2015.09.12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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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와 진압.

갓 사회 초년생이 된 내가 의경 면접을 준비하던 중 듣게 된 불편한 단어였다. 나는 항상 민간인의 입장에서 폴리스 라인 뒤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종로·광화문 앞에서 연일 기사화되던 시위대의 모습이 떠올랐다.


기사 옆 자극적인 사진 속에서 시위대는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 맞은편에서 대치하고 있던 검은 제복의 경찰들은 상대적으로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들이 '진압'을 하기 위해 서 있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

권력·기관의 횡포에 맞서 시민이 자신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 건 집회와 시위가 대표적이다. 개개인의 목소리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산재해 있기에, 단결된 구호로 맞설 수 있는 집회·시위의 행렬은 또 다른 표현의 자유인 것이다.

면접관은 내게 '경찰관의 주요한 역할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했다. 당시 극렬 시위, 과잉 진압에 관련된 글을 많이 접했던 나는 '경찰의 역할은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시민에게는 표현의 자유가 있고, 경찰관은 이를 적극 수호하고 또 억제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뜻의 답변이었다. 사람들이 단체로 모이면, 개인일 때와는 또 다른 성향을 보이게 된다. 확성기·앰프에서 뿜어져 나오는 소리는 분명 시위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큰 피해로 작용할 수 있고, 시위의 분위기가 과열돼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한다면 이는 또 다른 폭력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당시 인터넷에서 경찰은 시민들과 마치 '대적'하는 듯이 그려졌으며,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도 알 수 없는 폭력과 진압 사이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었다.


경찰은 시민의 적이 아니다. 여전히 우리나라는 치안이 좋은 국가로 손꼽히고 있으며,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으며 일하고 있다. 집회시위에서도, 시민의 자유를 존중하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의경에 합격해 경찰서에서 일하게 된 지금도, 인터넷에서 시위대와 맞서는 경찰들을 비꼬는 글들을 볼 때마다 답답한 마음이 든다. 경찰이 시위대의 맞은편에 서 있는 것은 시민들과 맞서려는 것이 아니다.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이를 규정사항에 따라 행사하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찰은 이때도 시민의 안전을 위해 폴리스라인을 친다. 의경으로 경찰서에서 일하게 된 지금, 인터넷 기사에서는 볼 수 없었던 수많은 경찰관들의 숨은 노력들을 발견하게 된다. 큰 시위가 일어날 때마다, 시민들 만큼 경찰들도 많은 부상을 입고 상처를 입는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의 목소리를 사회에 관철시키는 시민들과, 그들의 안전을 지키려는 경찰의 '목표'를 잘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민들이 이런 경찰들의 노력을 이해하고 안전한 집회·시위 문화가 정착된다면, 시민과 경찰 모두 상처 없이 서로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김성환님은 현재 의경으로 복무중에 있습니다.
#집회시위 #의경 #경찰 #진압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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