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한 대화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 '신성한 대화', 밀라노 브레라 미술관. 원근법과 기하학의 대가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가 그의 후견인 우르비노 공작 페데리코 다 몬테펠트로를 위해 그린 작품입니다.
박용은
이 그림은 우선 원근법의 전문가답게 한치의 오차도 없이 수학적으로 정밀하게 구성된 건물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화려하지만 깔끔하게 정리된 그 건물의 정중앙에는 조개 모양의 장식 앞에 계란 모양의 장신구가 걸려 있습니다. 모두 탄생과 부활을 상징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 부활의 계란을 왼쪽 아래 성 세례 요한의 지팡이가 가리키고 있습니다. 그 지팡이는 삼각형 구도의 한 변을 이루고 있기도 하지요.
그런가 하면 성 세례 요한의 오른손은 아기 예수로 향하고 있는데 예수의 가슴에는 수난을 상징하는 붉은색 산호 목걸이가 걸려 있습니다. 말하자면 삼각형 구도 속에 예수의 탄생과 수난, 부활의 상징을 모두 표현한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삼각형 구도의 오른쪽을 차지하고 있는 주문자인 몬테펠트로 공작의 기도하는 손 역시 아기 예수로 향하고 있습니다. 용병 대장 출신이지만 은퇴 후 그 스스로 르네상스적 삶을 살았던 몬테펠트로 공작의 자의식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꼭 봐야될 명작들이 숨쉴 틈 없이 계속 이어집니다. 이제 또, 빼놓을 수 없는 작가, 카라바조를 만납니다.
예수가 부활한 날 저녁, 예수를 알아보지 못하고 동행하던 두 제자가 엠마오의 한 여관에서 예수와 함께 식사를 하게 됩니다. 예수는 빵을 들고 찬미를 올린 후 제자들에게 빵을 떼어 나누어 주죠. 그 순간, 새롭게 눈을 뜬 두 제자는 예수를 알아보게 됩니다. 바로 '엠마오에서의 저녁 식사'입니다.
기독교에서 예수의 부활은 탄생보다 오히려 더 큰 종교적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조금 거칠게 말하면 예수의 '신성'은 부활을 통해서 획득된 것이죠. 그래서 제자들이 예수의 부활을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순간은, 예수가 종교적 신앙의 대상으로서 인식되는 첫 장면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첫 장면을 상징하는 사건이 바로 '엠마오에서의 저녁 식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