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토리오 엠마누엘레 2세 갤러리아이탈리아 통일을 기념하기 위해 19세기 건축 기술을 총동원하여 만든 화려한 쇼핑센터로 세계적인 명품 가게들이 가득합니다.
박용은
거대한 유리돔, 철과 유리로 지붕을 덮은 아케이드, 모자이크로 장식한 바닥. 이탈리아 통일을 기념하기 위해 19세기 건축 기술을 총동원해 지은 이 화려한 쇼핑 센터를 지나다 보니 왜 밀라노가 패션과 멋의 도시인지 알 것 같습니다. 전혀 관심은 없지만, 프라다 본점을 비롯해 루이비통, 베르사체 등 이름만 들어 봤던 명품 매장들이 계속 이어집니다. 그런데 이 세계적인 명품 거리에 정작 이탈리아인들은 별로 보이지 않고 전 세계 곳곳에서 몰려온 관광객만 가득합니다. 하긴 이탈리아 어디를 간들 마찬가지겠지요.
'갤러리아'를 통과하니 눈부신 하늘 아래 넓은 광장이 펼쳐집니다. 수많은 사람이 모인 그 광장 너머엔 하늘 만큼 눈부신 건물이 우뚝 서 있습니다. 밀라노의 상징, '두오모(Duomo di Milano)'입니다. 밀라노의 '두오모'. 사진이나 영상으로 본 것보다 훨씬 더 화려하고 거대한 성당. 나도 모르게 입이 떡 벌어집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렇게 화려한 건물을 본 적이 없습니다. 고딕 양식의 다른 건물들, '노트르담 대성당'이나 '쾰른 대성당'이 어떨지는 모르지만 밀라노의 '두오모'는 내 생애 가장 화려한 건물입니다. 화려함도 화려함이지만 그 규모도 놀라울 뿐입니다. 왜 사람들이 고딕 양식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말하는지 비로소 알 것 같습니다.
고딕 양식. 이탈리아가 다른 유럽 국가에게 주도권을 남겨준 단 하나의 건축 양식이 바로 고딕 양식입니다. 이 양식은 프랑스의 산물이죠. 애초에 이탈리아 사람들은 그 시초가 로마가 아니라는 측면에서 고딕 양식을 천박하게 여겼습니다. '고딕(Gothic)'이란 말 자체가 변방의 이민족, '고트(Goth)족'이 가져온 천박한 문화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