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창당 6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왼쪽부터 문 대표, 이종걸 원내대표, 전병헌 최고위원.
남소연
'재신임 카드' 강행을 주장해오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신중하게 고려하겠다'며 한 발 물러선 모양새다. 재신임 투표를 철회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열어둔 것이다.
이석현 국회부의장과 박병석 의원은 18일 오전 국회 당 대표실에서 문 대표와 만나 '재신임 투표를 취소하고 당내 통합에 최선을 다해달라'는 중진들의 의견을 전했다. 당내 중진들이 전날 저녁 모여서 의논한 끝에 결론 내린 입장이다.
박 의원은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혁신안의 중앙위 통과로 재신임은 사실상 확정된 걸로 본다"라며 "(문 대표에게) 당원·국민 여론조사를 통한 재신임 투표를 철회해 달라고 요구했다"라고 말했다. 이에 문 대표는 "신중히 고려해보겠다"라고 답했다고 박 의원은 전했다.
박 의원은 "문 대표는 처음에 '언제까지 흔들리면서 있을 수는 없다, 대표로서 이를 용인하기 어렵다'라며 강경한 입장이었지만, 이후에는 '중진들의 말씀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라고 했다"라고 전했다.
문 대표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분열과 갈등의 모습을 끝내고 새 출발하는 계기로 재신임 투표를 결정한 것이고, 지금도 그런 계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라면서도 "재신임 투표 자체가 목적은 아니고 당의 단합과 화합을 위한 것이니, 다른 방안이 있다면 얼마든지 모색해보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표는 "중진 의원들이 당의 단결과 화합을 위해 팔을 걷고 나서주신 것에 감사드린다, 앞으로 계속 협의해 나가겠다"라고 덧붙였다.
중진들은 오는 20일 '당무위원 및 의원 연석회의'를 열고 지도부 리더십과 관련해 논의할 것을 문 대표에게 제안하기도 했다. 문 대표는 이와 관련해 "상황이나 결과를 지켜보겠다"라며 사실상 회의 개최에 수긍했다. 연석회의가 '재신임 정국'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혁신위, 문재인에게 "변화와 안정의 리더십 보여 달라"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김상곤 위원장) 역시 문 대표에게 재신임 투표 철회를 공식 요구하고 나섰다.
혁신위는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 소모적인 싸움을 멈추고 분열이 아닌 통합과 단결로 나아가야 한다"라며 이 같이 촉구했다.
이들은 "혁신안의 중앙위원회 통과는 재신임의 다른 이름"이라며 "더 이상의 갈등과 분열은 파국을 몰고 올 뿐이다, 문 대표는 포용의 정치, 변화와 안정의 리더십을 보여 달라"라고 당부했다.
또한 "어떤 계파도 당에 우선할 수 없고 당은 국민과 당원의 힘으로 서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당내 중진들을 향해 당의 기강을 바로잡아 달라고 호소했다. "계파의 이익을 넘어 통합과 단결을 먼저 몸으로 실천해 달라"라고도 덧붙였다.
지난 16일 당 중앙위에서 혁신안이 처리되는 과정을 두고 문제를 제기하는 일부 비주류 의원들을 향해서도 쓴 소리를 던졌다. 혁신위는 "혁신안은 만장일치로 중앙위를 통과했다"라며 "정당한 절차에 따라 결정된 사항을 폄하하거나 비난하는 언동을 중지하라"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혁신위는 "이제 모든 갈등과 분열에 종지부를 찍고 혁신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라며 "이제는 실천이다,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단결해 민생복지정당을 만들어 달라"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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