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 물고 태어난 아이에게 필요한 능력

[서평] 케네스 R. 긴스버그의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아이>

등록 2015.09.24 10:19수정 2015.09.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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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 시절 아버지께서는 '공부하라'는 말을 하지 않으셨다. 아버지께 대학 진학 여부나 전공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으로 꺼낸 것은 대입 원서를 쓰면서였다. 아버지께서는 당신의 일상(농사)에 충실했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바쁘셨다.

부모는 아이가 평안하게 살기를 바란다. 치열한 경쟁 문화, 성과 제일 주의, 자그마한 '실패'도 너그러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직된 사회 분위기가 모든 부모를 불안하게 한다. 부모가 아이들에게 편안하고 풍족한 미래를 담보로 현재를 저당 잡힌 삶을 살게 강요하는 배경이다.


'흙수저' 안고 태어난 대다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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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아이> ⓒ 양철북

아이들에게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일이 미래를 준비하는 당연한 태도라고 믿는 어른들이 많다. 어느 정도 그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들을 평생 '온실' 속에 살게 할 수 있을까.

세상은 언제 어떻게 자녀들을 '공격'할지 모른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는 한 실패와 좌절은 '흙수저'를 안고 태어난 대다수에게 상수다.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뚝이처럼 벌떡 일어설 수 있는 능력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의과 대학 소아과 교수이자 필라델피아 아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인 저자 케네스 R. 긴스버그는 이 책에서 2~18세 아이들이 '회복 탄력성'을 기를 수 있는 방법을 조목조목 이야기한다.

회복 탄력성은 "역경으로부터 회복하는 능력, 즉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힘'"으로 정의된다. 저자는 이를 '부력(浮力)'에 빗대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회복 탄력성은 일종의 사고방식이다. 회복 탄력성이 높은 사람들은 위기를 기회로 여긴다. 이들은 뭐가 문제인지 찾는 데만 급급하지 않고 자신이 그 문제로 강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의심, 비관적 사고, 피해 의식(왜 하필 나야?)에 빠지는 대신 구체적인 해결책을 찾는다.

회복 탄력성은 균일하지 않다. 인생의 어느 때에 매우 높은 회복 탄력성을 보였던 사람이라 할지라도 인생의 다른 때에는 좌절한다. 회복 탄력성은 상처입지 않음, 완벽함, 절대적인 안전을 의미하지 않는다. (중략) 회복 탄력성이 높은 사람들은 완벽주의자들보다 훨씬 성공적인 삶을 산다.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으려 하고 실수로부터 배우기 때문이다. 회복 탄력성은 환경에 적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잠재력을 꽃피우는 사람들의 핵심 특징이다."(본문 14~15쪽).

저자는 회복 탄력성의 7가지 핵심 요소(7C)로 능력(competence), 자신감(sonfidence), 유대(connection), 성품(character), 공헌(contribution), 대처 기술(coping), 자기 통제력(control)을 꼽는다. 이들 요소는 서로 밀접하게 관련된다. '자신감'을 얻기 위해 '능력'을 경험해야 하고, 그런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어른과의 '유대'가 필요한 식이다.

'능력'에 관한 대목을 훑어보자. 학교에 다니는 아이를 둔 한국 부모는 '교과 성적'이 높은 것을 '능력'이 뛰어나다는 근거로 이해 한다. 고비용 사교육에 몰입하고, 아이의 봉사 활동부터 동아리 활동까지 '스펙'이 될 만한 요소들을 점수와 연결해 '관리'해 준다. 자녀 주변을 맴돌기만 하는 '헬리콥터 맘'을 지나 방해 요소를 미리 제거해주는 '컬링 맘'의 경지에 오른 부모들이 많다.

"부모가 아이를 대신해 문제를 해결하려 하면 아이의 자기유능감이 커지는 것을 방해할 수 있다. 부모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준다면 아이는 부모에게 계속 의존할 것이다. 아이가 항상 우리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 언뜻 기분 좋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우리의 임무는 아이를 유능한 어른으로 만드는 것이다. 아이의 앞에서 비켜서거나, 필요할 때 또는 아이가 요청할 때만 가볍게 이끌어 줌으로써 아이의 자립 의식과 독립의식을 키워야 한다. 우리가 아이의 능력을 인정할 때 아이와 벌이는 기싸움도 줄어든다."(본문 57쪽)

빡빡한 일과로 채운 아이들의 하루

저자는 아이의 능력을 키우는 핵심 원리 중 하나로 '자유로운 놀이'를 강조한다. 아이에게 '특별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풍성하게 제공하는 부모가 '좋은' 부모라고 여기는 이들이 많다. 아이를 남들과 비교하면서 다람쥐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빡빡한 일정 속으로 자녀를 밀어넣는 이유다.

그런데 저자는 꽉 채워진 일과가 아이의 발달에 도움을 주고 밝은 미래를 보장할지 확실치 않다고 말한다. 오히려 그런 일정 때문에 아이들이 부작용을 일으킬 게 확실하다고 단언한다. 아이들이 갖게 되는 스트레스가 늘고, 최고의 상호 작용인 부모와의 대화와 놀이 시간 등이 줄어들면서 능력과 회복 탄력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육아 전문가들은 부모가 조건 없는 최고의 '안전 기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어떤 부모로 살고 있을까. 아이들을 아무 조건이나 대가 없이 '절대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을까. 말을 잘 듣거나 '착한' 일을 하고, 공부를 잘하거나 '좋은' 학교에 다닌다고 사랑하는 것은 아닐까. 아이를 '지극히' 사랑하는 부모들을 향해 저자가 던지는 다음과 같은 조언들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 아이들이 강해지기 위해서는 조건 없는 사랑, 절대적 안전, 최소한 한 명의 어른과 깊은 유대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 때때로 부모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방해가 되지 않게 아이의 앞에서 비키는 것이다.
▲ 아이들은 어른들의 기대가 높든 낮든 그 기대에 부응한다.
▲ 아이의 말을 주의 깊게 듣는 것이 중요하다. 위기 상황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다.
▲ 부모가 하는 어떠한 말도 부모가 매일 하는 행동보다 중요하지 않다. 부모는 아이에게 '살아 있는 교과서'다.

▲ 아이들은 자신감을 가질 때에만 긍정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러한 자신감은 자신이 유능하다고 믿을 만한 확실한 이유들이 있을 때에만 생길 수 있다.
▲ 아이들이 역경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을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 편집ㅣ조혜지 기자

덧붙이는 글 제 오마이뉴스 블로그(blog.ohmynews.com/saesil)에도 싣습니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아이: 내 아이 마음을 단단하게 만드는 회복탄력성 훈련>(케네스 R. 긴스버그 외, 안진희 옮김 / 양철북 / 2015.4.8. / 359쪽 / 1,5000원)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아이 - 내 아이 마음을 단단하게 만드는 회복탄력성 훈련

케네스 R. 긴스버그, 마샤 M. 재블로우 지음, 안진희 옮김,
양철북, 2015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아이> #케네스 R. 긴스버그. #회복탄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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