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비추는 슈퍼문한가위인 지난 2014년 9월 8일 오후 제주 하늘에 떠오른 보름달이 환하게 빛나고 있다. 이날 오후 7시 50분께 천체과학관인 제주별빛누리공원의 천체망원경을 통해 관측된 보름달
연합뉴스
올해 추석은 미국이나 유럽, 아프리카, 남미 등에 거주하는 재외 동포들에게 특히 남다른 기억으로 남을 듯하다. 보름달과 월식이 한날 있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뉴욕, 워싱턴 등 북미의 동부 지역과 남미, 프랑스, 영국, 스페인 등 유럽 서부 지역에서는 개기 월식이 진행된다. 낮에는 월식을, 밤에는 한가위 보름달을 보는 경험은 평생을 통틀어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드문 일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아쉽게도 추석날 월식 구경을 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추석은 1년 남짓 만에 한 번씩 일어나는 현상인 '초 슈퍼문'이 뜨는 날로서, 초 슈퍼문만으로도 충분한 위안거리가 될 듯하다. 지구에 근접해 뜨는 달을 통칭하는 슈퍼문은 보통 1년에 4~6개쯤 뜬다.
이번 추석 보름달은 공교롭게도 올해 뜨는 슈퍼문 가운데 지구에 가장 가깝게 떠오르기에 날만 맑으면 평소보다 훨씬 큰 보름달을 구경할 수 있다. 국제 천문학계 계산에 따르면 올 추석 보름달과 지구 간의 거리는 35만6877km이다. 이는 달과 지구의 대략적인 평균거리인 38만4000km보다 2만7000km나 가까운 것이다.
이 정도면 달이 지구와 가장 먼 거리(40만5400km)에 있을 때보다 지름은 적어도 10% 이상 크고, 밝기도 20% 이상 밝을 것으로 추정된다. 구름이 없다면 올해 추석 보름달 아래서 신문이나 잡지의 큰 글씨는 무난히 읽을 정도로 밝다는 뜻이다.
평소 보름달보다 훨씬 큰 슈퍼문에 대한 국제 천문학계 차원의 정의는 없다. 하지만 흔히 통용되는 슈퍼문은 지구에 근접했을 때 보름달 혹은 신월(新月)까지의 거리가 상위 10%에 드는 것들이다. 이는 거리로 환산하면 평균 36만1836km가량이다.
올해 추석 달은 이를 기준으로 하면 슈퍼문의 기준을 대략 5000km나 초과하는 것이며, 올해 떴거나 뜰 보름달 중에서 지구에 가장 가까운 것이다.
동해, 서해, 남해 해안가에 고향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번 추석에 밀물과 썰물의 위력을 실감할 수도 있다. 특히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자녀들에게는 올 추석의 바닷가는 만유인력을 배울 수 있는 과학교실이 될 것이다. 평소 보름 때면 달의 인력이 더해져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학자들의 계산에 따르면 보름에는 바닷물에 작용하는 달의 인력이 평소보다 최대 15% 가량 커질 수 있다. 보름달이 지구에 연중 가장 가까이 접근하는 올 추석 같은 초 슈퍼문 상황에서는 이 인력이 더 커질 수 있다. 다만 낮이건 밤이건 바닷가를 산책하거나 밀물, 썰물을 관찰할 때는 파도 등을 조심해야 한다.
추석 날짜가 매년 바뀌는 이유, '태양태음력'을 사용하기 때문
9월의 늦은 하순에 걸려 있는 이번 추석은 양력 날짜를 기준으로 할 때 추석치고는 아주 빠른 편도 늦은 편도 아니다. 추석은 보통 양력 9월에 든다. 그러나 10월도 드물지 않다. 향후 10년, 즉 2016~2025년 사이 추석은 9월에 6차례, 10월에 4차례 찾아온다. 반면 2026~2035년 사이 추석은 2028년(10월 3일)과 2031년(10월 1일) 두 차례를 제외하고 나머지 8년은 모두 9월에 들어 있다.
양력으로 추석 날짜가 9월 순부터 10월 하순까지 다양하게 걸쳐 있는 건, 무엇보다 일상에서 이용하는 우리의 음력이 순음력이 아닌 탓이다. 태음력을 쓰는 나라는 부분 실제로는 순음력이 아니라 양력과 음력을 혼합한 태양태음력(윤달을 두는 방식)을 사용한다. 달의 지구 공전주기만을 따지는 순음력을 사용할 경우 절기를 맞출 수 없는 탓이다.
절기는 과거 농경시대에는 농업 생산 등을 제대로 유지하는 데 매우 큰 역할을 했다. 그런데 29일 혹은 30일을 한 달의 기본으로 하는 순음력만을 고집할 경우 1년이 대략 354일에 불과하게 된다. 365일인 양력과 열흘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이다. 양력과 음력의 차이가 이런 식으로 10년만 누적된다고 가정하면 100일 이상 음력과 양력 편차를 보일 수밖에 없다.
음력을 사용할 경우 달과 계절이 터무니없이 어긋나는 현상을 막기 위해 도입된 게 이른바 윤달이다. 양력은 매해 달수가 12개로 일정하지만, 음력은 대략 3년에 한 번꼴로 윤달을 넣는다. 1년이 13달인 해가 드물지 않다는 얘기이다. 윤4월 혹은 윤5월 등이 그런 예다. 우스갯소리를 하자면 음력 윤달에 태어난 사람은 음력 생일을 고집할 경우 해마다 생일을 쇠는 게 아니라 3년에 한 번꼴로 주기가 돌아올 수밖에 없다. 4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양력 2월 29일과 비슷한 셈이다.
요즘 달력의 중심축이 양력이고 여기에 음력을 가미했다면, 과거 우리 조상들은 음력을 중심으로 하고 양력을 보조적으로 이용했다. 옛사람들이 농사나 일상생활에 가장 중요하게 활용했던 24절기는 대표적인 양력이다. 예를 들어 춘·추분이나 하지, 동지 등의 날짜가 매년 일정한 것은 이 때문이다.
달은 지구의 유일한 위성으로 오랜 시간 인류의 사랑과 관심을 받아왔다. 또 사람이 직접 땅을 밟아본 유일무이한 지구 밖 천체이기도 하다. 하지만 달이 어떻게 생성됐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기원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현재까지 학계에서 가장 유력한 설은 지구의 전신이었던 천체가 다른 천체와 충돌해 하나는 지구가 됐고, 다른 하나는 달이 됐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달과 지구는 '땅덩어리'를 나눈 형제지간쯤 되는 사이로 볼 수 있다. 실제로 미약하나마 계절이 있고, 바람도 있으며, 한때는 물도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등 여러모로 지구를 닮은 점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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