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 1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원 주최로 열린 '포털 뉴스의 오늘과 내일' 정책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새누리당은 갑작스럽게 '포털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포털의 뉴스서비스가 '야당에 편향됐다'는 결과를 담은 자체 생산 연구보고서를 공개하면서다. 밖에서 보기에는 갑작스러웠지만, 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보고서 용역을 맡긴 게 지난 1월 전이니 오랫동안 준비해온 '카드'였다.
김무성 대표가 포털이 제공하는 기사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며 당 차원의 대응을 주문하자마자 포털 관련 법안 5개가 줄줄이 발의됐다(관련기사:
포털 겨냥 김무성 "포털이 정보 왜곡, 시정해야"). 국정감사에서도 소속 의원들은 포털 공격에 앞장서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 공천을 받아야 하는 비례대표 의원들이 주로 총대를 멨다.
하지만 의욕이 너무 앞섰는지, 새누리당 의원들의 주장에는 논리적 허점이 많다. 통계 왜곡도 발견되는 등 무리수도 눈에 띈다.
[자료왜곡] 포털에 청구된 언론중재 건수가 5271건?김학용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2일 포털을 겨냥한 국정감사 보도자료를 냈다. 제목은 '포털, 이젠 언론으로서의 책임을 다할 때!'였다. 부제로는 '언론중재 조정 신청 3년간 5271건... 신문·방송 대비 최대 5배'가 따라붙었다.
김 의원은 이 자료를 통해 "언론중재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포털 뉴스서비스에 의한 피해와 관련한 조정 청구건수가 최근 3년 동안 5271건(20.6%)으로 인터넷 신문 1만1410건(44.7%) 다음으로 높았다. 매체유형별 비교에서도 신문 2198건(8.6%), 방송 1022건(4.0%)에 비해 최대 5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포털에 언론중재위 조정청구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기사를 제공하는 언론사의 문제일 수 있지만, 기사를 자의적으로 배치하고 기사 제목도 수정하는 등 유사 언론 행위를 하고 있는 포털의 책임도 크다"라고 비판했다.
보도자료의 제목과 내용만 보면 포털 뉴스서비스의 공정성에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사실 왜곡이다. 이는 김 의원의 자료를 조금만 더 읽어내려가면 바로 알 수 있다.
김 의원이 낸 자료의 중간쯤에는 "포털사별 조정청구 건수는 지난 3년간 네이버가 130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이 111건, 네이트 90건 순으로 나타났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포털 3사를 다 합치면 331건에 불과한 셈이다. 오히려 신문과 방송이 7배와 3배 가량 많다.
그렇다면 나머지 4940건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사실 김 의원이 언론중재위 자료에서 뽑아낸 5271건은 '인터넷뉴스서비스'로 분류된 뉴스서비스의 조정청구 건수다. 언론중재위에 따르면 '인터넷뉴스서비스'에는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뿐만 아니라 KBSi 등 방송사닷컴의 뉴스서비스가 포함된다.
결국 '인터넷뉴스서비스'를 포털로 뭉뚱그려 포털에 대한 언론중재신청 건수가 많은 것처럼 보이게 했다. 이는 새누리당이 공언한 포털 손보기를 위해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건수를 입맛에 맞게 왜곡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김 의원은 '포털 공격' 명령을 내린 김무성 대표의 최측근이다.
[아전인수] 자신이 만든 법 잊어버린 새누리당새누리당은 포털의 '제목 편집'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여의도연구원의 포털 보고서 연구 결과를 그 근거로 삼았다. 보고서는 포털이 제공 받은 기사의 제목을 수정한 비율은 네이버의 경우 12.9%, 다음은 4.8%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예로 든 것은 기사 제목이 길어 단어를 몇 개를 빼거나, 줄임표를 사용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보고서의 객관성이 의심된다는 지적이 이어졌지만 새누리당은 이 문제를 국정감사장으로 끌고 나왔다.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가 대표적이다. 증인으로 나온 이병선 다음카카오 이사가 "저희는 제목을 수정하지 않는다"라고 하자 새누리당 의원들의 공격이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