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정규직 6000명 채용 합의안 부결 배경은?

[분석] 해고자 중심 불만 고조 "사측에 불법파견 면죄부"... 반대 60.1%

등록 2015.09.22 15:10수정 2015.09.22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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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 10일 오후 회사측과 23차 교섭을 벌이고 있는 모습.

지난 10일 오후 회사측과 23차 교섭을 벌이고 있는 모습. ⓒ 현대차노조


현대자동차 회사 측과 금속노조 현대차비정규직지회(비정규직노조)가 2017년까지 2000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불법파견 특별교섭 잠정합의안에 합의한 후 노조가 지난 21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벌였지만 결국 합의안이 부결됐다(관련기사 : 현대차, 해고자 포함 2000명 정규직 채용).

비정규직 조합원 717명 중 638명이 투표(투표율 88.9%)에 참여해 찬성 244표, 반대 384, 무효 10표로 반대에 표를 던진 조합원이 60.1%나 됐다.

노사의 잠정 합의로 '10년 넘게 끌어오던 현대자동차의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되는 것 아닌가' 하는 기대감도 어느 정도 형성됐지만, 결국 조합원 다수의 반대로 부결되면서 앞으로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현대차 비정규직 조합원들은 왜 부결을 선택했나

이번 합의안은 지난해 비정규직노조의 반대 속에 현대차 노사가 합의한 4000명 채용(8·18합의)에 울산공장에서 2000명을 추가 채용하는 안이 더해져 주목받았다. 하지만 노사가 모든 소송을 취하하는 것을 전제로 하면서 오히려 상당수 조합원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그동안 대법원에서 비정규직에 대한 정규직 인정 판결이 수차례나 내려진 데다, 지난해 9월 정규직 인정 집단소송에서 1200여 명이 승소한 이후 조합원들의 기대감이 높아진 것도 배경이다. 결국 "이번 합의로 현대차 회사 측에 불법파견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 하는 조합원들의 의혹이 터져 나왔고, 결국 부결된 것이다.

특히 이번 합의안에는 '2010년 이후 21명의 해고자를 하청업체로 복직시킨 후 정규직에 응시하는 것'으로 명시해 2010년 이전 해고자나 또는 이후 21명의 해고자 외 다른 해고자에 대한 채용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없다. 따라서 나머지 해고자들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해고자들은 잠정합의안이 나온 이후 투표 전까지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 앞에서 농성을 벌이는 등 반발했다.


실제로 이번 찬반 투표에는 비정규직노조 해고자투쟁위원회(해투위) 조합원 79명 중 28명만 투표에 참여했는데, 찬성 8표 반대 17표, 무효 3표로 반대 의견이 월등히 높았다.

또한 이번 합의안에는 비정규직노조 조합원 전체를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는 단서가 없어, 조합원들 사이에서 "회사 측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조합원은 정규직 채용에서 배제시키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또한 이번 잠정합의안에는 '개별 소송자의 판결에 따른 추가요구를 하지 않는다', '향후 상기(합의안) 내용관련 노사 간 추가 협의 요구를 하지 아니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따라서 현재 집단소송 외 부당해고 구제 등 개별 소송을 진행중인 조합원이 소송을 포기하지 않고 대법원까지 진행할 경우 자칫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비정규직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들 중 상당수는 "회사 측이 소송을 포기하지 않는 조합원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덤터기를 씌울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었다.

이런 조합원들의 불만이 투표 결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1공장에서 찬성 63표-반대 75표,  2공장 찬성 42표-반대 101표, 3공장 찬성 37표-반대 39표-무효 2표, 4공장 찬성 22표 -반대 40표-무효 2표, 5공장 찬성 3표-반대 19표, 엔진변속기공장 찬성 10표-반대 71표-무효 1표,  시트1부 찬성 2표-반대 14표 등으로 반대가 압도적이었다. 다만 시트2부와(찬성 17표 반대 1표 무효 1표) CKD사업부(찬성 32표 반대 3표), 수출선적(찬성 8표 반대 4 표 무효 1표)은 찬성이 많았다.

결국 지난 십수 년 동안 쌓인 회사 측과 비정규직들간 불신이 표로 그대로 표출되면서 잠정합의안을 이끈 현 노조 집행부의 앞날까지 불투명하게 됐다.

현대차와 비정규직노조가 극적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사 간 신뢰를 담보로 그동안 비정규직 투쟁에 앞장서 온 해고자 및 조합원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재확인 한 셈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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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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